용인 '임산부 봉투'에 새긴 글귀가 하필..맘카페 뒤집어졌다

김은빈 2021. 1. 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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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터넷 캡처.

경기 용인시의 한 보건소가 임산부에게 선물을 담아 나눠준 봉투가 논란을 몰고 왔다. 해당 봉투에 쓰인 문구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일면서다. 최근 서울시가 때맞지 않은 임산부 가이드로 물의를 빚은 것처럼 공공기관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논란은 지역 맘카페로 추정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처음 언급됐다. 한 네티즌은 지난 6일 문제가 된 보건소 봉투 사진과 함께 "보건소 임산부 등록하고 주는 선물 담아준 봉투에 이런 글이 있어서 시대착오적이라 생각했다"는 글을 올렸다.

사진 속 봉투에는 '이사주당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스승님의 십년 가르치심은 어머니의 열 달 기르심만 못하고, 어머니의 열 달 기르심은 아버지의 하루 낳아주심만 못하다"고 적혀 있다. 이는 조선시대 여성 실학자인 이사주당이 자녀를 양육하면서 겪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저술한 책『태교신기』를 일부 발췌한 것이다.

이 책은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쓰인 것이지만, 일부 인용된 내용이 현 시대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이 네티즌이 올린 글에는 "세상에, 너무 불쾌하다", "저런 건 누가 만드는 걸까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댓글이 이어졌다.

다만 온라인 일각에선 전체 맥락을 보면 비하하는 내용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2015년 용인시의 블로그에서 『태교신기』가 소개된 적이 있는데, 이 부분을 놓고 "많은 사람이 태교를 여성의 임무로 한정시킨 데 비해 이사주당은 태교의 개념을 온 가족에까지 확장시켰다"는 해석을 달기도 했다.

논란을 인지한 보건소 측은 전량 폐기하겠다는 방침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13일 중앙일보에 "문제가 된 봉투는 임산부에게 제공되는 선물을 담기 위한 용도 등으로 2017년 제작돼 사용해오고 있다"며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고, 불쾌하다는 민원인들의 입장도 이해가 돼 전량 폐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를 제기한 임산부에 봉투가 전달된 경위에 대해선 "일괄적으로 모든 임산부에게 지급된 건 아니었고, 엽산제나 철분제 등을 받아가시는 분 중에 보관할 가방이 없거나 봉투를 요청하시는 분에 한해서 제공하고 있다"며 "(해당 임산부도) 괜찮다고 해서 받아가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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