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㊷] '제이화'의 생각들이 '음악'이 되는 과정

박정선 2021. 1. 13. 15: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이화, 새 싱글 '꽃 같은 밤' 1월 12일 발매
ⓒ엘리펀트뮤직

‘우연치 않은 기회’는 아무에게나 오는 건 아니다. 어떤 형태의 것이든 모두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 바로 ‘기회’다. 지난 2018년 데뷔한 제이화는 계속해서 노래를 배우고,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이후엔 본격적으로 미디 작곡을 시작했다. 이런 준비 덕분에 갑자기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매번 차근히, 그리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제이화는 노래와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 영상 작업까지 참여하면서 생각을 시각, 청각적으로 만들어낸다. 지난 12일 발매된 새 싱글 ‘꽃 같은 밤’이 그 결과물이다. 몽환적이고 중석적인 보이스와 겨울 감성의 편곡이 어우러지면서 쓸쓸함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 중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요. 한국에 돌아왔을 때의 기억은 어떤가요?


인생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지내서 그런지 한국에 왔던 초반에는 여행 온 것처럼 신났던 기억 밖에 없어요. 하하. 상하이에서 한국인 친구들도 있었고, 책이나 TV로 한국문화를 많이 접했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엔 크게 문제는 없었습니다. 가끔 중국 음식이 너무 그리운 것 빼고는요(웃음).


- 제이화라는 이름으로 처음 앨범을 내게 된 계기는요?


첫 앨범이 나오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bright’ 시리즈(인디 컴필레이션 앨범)를 보면서 ‘아, 나도 언젠가 데뷔한다면 bright 수록곡으로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냥 꿈일 뿐이지 실현가능성은 없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죠. 당시에는 미디를 배운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어요. 완성된 데모가 딱 한 곡 있었는데, 그 곡을 기대 없이 이메일로 보내 놓았죠. 그런데 어느 날 민트페이퍼에서 문자가 와 있는 거예요. 그때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있었는데 강의실에서 소리를 지를 뻔 했어요. 그렇게 ‘지구 한 바퀴’가 나왔고, 그 계기로 지금까지 음악을 하고 있네요.


-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곡을 발매 했습니다. 곡들이 쌓여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그러게요. 한 곡씩 내다보니 벌써 11곡이 쌓였네요. 그래도 전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초반 몇 곡들은 없었던 일로 하고 싶어서 그런가? 하하. 저에게는 앨범들이 제 성장 과정 그 자체에요. 다시 들어보면 ‘와 이걸 어떻게 이대로 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족한 점들이 가득했거든요. 그래도 처음 곡보단 그 다음 곡이, 또 지난 곡 보단 이번 곡이 더 잘 다듬어졌다고 느껴요. 부족한 부분을 알아내고 채워가는 과정들이 앨범에 그대로 담겨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하고 싶은 장르, 분위기가 많아서 가리지 않고 다 해보고 있는데, 그게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애초에 방향을 정하고 시작한 게 아니라서 저는 항상 제 길을 찾고 있는 느낌이에요.


ⓒ엘리펀트뮤직

- 이번엔 계절에 딱 맞는 겨울 감성의 곡으로 돌아왔습니다. 새 싱글 ‘꽃 같은 밤’은 어떤 곡인가요?


‘꽃 같은 밤’은 간단히 말하면 ‘짝사랑’ 노래에요. 아무리 일방적인 마음이라도 마냥 차갑고 아프지만은 않다고 생각해요. 사랑에 빠지면 참을 수 없이 피어나는 몽글몽글한 감정이 있잖아요. 그렇게 감정이 마구 자라나는 모습이 마치 주변에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고, ‘꽃 같은 밤’을 쓰게 되었습니다.


- 직접 작사·작곡·편곡까지 모두 한다고요. 특히 편곡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요?


곡마다 다르지만, 보통 한 마디 정도의 테마를 만들어놓고 발전시켜요. 이번 곡 같은 경우 마지막에 반복되는 글락벨(glock bell)이 테마가 됐어요. 그리고 겨울 분위기를 더욱 완성시켜주는 업라이트피아노와 스트링 편곡을 선택했습니다. 또 사랑을 시작할 때의 설레는 감정을 같이 이야기 하고 싶었기 때문에 편곡에서도 외로움 속 따뜻한 감성을 동시에 표현해낼 수 있도록 신경 썼어요. 스트링과 어쿠스틱 기타를 써서 최대한 그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 평소 곡을 만들 때 영감을 얻는 대상이 있나요?


최근에는 영상을 보고 작업해요. 제가 드라마, 영화, 뮤직비디오에 과몰입을 잘하거든요. 하하. 그래서 영감을 주는 영상이 있으면 계속 틀어 놓고, 그 영상의 배경음악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곡을 발전시켜요. 지난 8월에 냈던 ‘Come as wind’라는 곡은 처음부터 넷플릭스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 따위’를 보고 쓰게 됐고, 이번 곡의 경우 작업을 하면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클립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 비주얼라이저 형식의 영상과 곡이 매우 잘 어울립니다. 영상 작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요?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큰 움직임이 없는 곡 분위기에 맞춰, 스토리가 있는 뮤직비디오 보다 비주얼라이저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비주얼라이저의 특성상 픽스된 앵글 안에서 모든 걸 표현을 해내야 했기에 조금 더 어렵다면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주인공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 내는 것보다 창가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오히려 듣는 분들이 음악에 집중하며 각자의 상상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연출에서는 특히 인물 주변 사물들의 살랑이는 듯한 움직임, 일렁이는 불빛들을 만들어 내는 것에 가장 많이 신경 썼어요. 과하게 정적인 영상이 되지 않도록 한 것도 있지만, 그런 미세한 움직임들이 창문 바깥에 차가움과 대비되어 따뜻함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도록 연출했습니다.


- 한 가지만 하기도 힘들었을 텐데요.


다 제가 하고 싶어서 일을 벌이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죠. 하하. 음악을 시작하기 전부터 영상과 음악의 시너지를 동경해왔고, 언젠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 생각했어요. 그렇게 무작정 만들어 냈던 첫 영상이 지난 여름에 나온 ‘stop apologizing’의 뮤직비디오였고요. 지금 보면 정말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과정은 많이 재미있고 행복했어요. 이번 비주얼라이저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신경 쓰느라 가장 중요한 음악을 소홀히 하게 될까 봐 그 부분은 스스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들과의 의견은 어떻게 조율하세요?


대부분 곡을 쓸 때부터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나 스토리가 확실히 있는 편이에요. 그래서 보통은 제가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아놓고 실현할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을 쫓아다녀요. 하하. 최근 아트워크나 뮤직비디오들은 기획안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놓고, ‘이런 걸 하고 싶은데 어떠세요, 재미있겠죠? 같이 할래요?’하고 물어봤어요. 주변에 피해자들이 많아요(웃음). 이번 ‘꽃 같은 밤’도 처음부터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죠. 주제를 정리해서 영상 감독님, 촬영·조명·미술감독님이 힘을 합쳐 그대로 구현해주셔서 이번 비주얼라이저가 잘 완성되었습니다.


ⓒ엘리펀트뮤직

- 스스로의 음악적 활동에 칭찬을 자주 하는 편인가요?


아니요. 아직까지는 심하게 자기 비판적이에요. 제 음악을 들으면 ‘아, 진짜 별로다’하면서 자책을 하는 걸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아직 부족한 부분들이 많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부정적인 감정이지만 그게 동력이 돼서 더 좋은 곡을 쓰기 위해 노력하게 되니까 좋아요. 언젠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곡이 나올 거라 생각해요.


- ‘꽃 같은 밤’에 대한 만족도는요?


이번에도 역시. 하하. 그런데 제 음악을 듣고 남겨주시는 긍정적인 반응이나 칭찬 한마디로 만족감이 상당 부분 채워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스스로 확신이 없을 때는 일부러 주변 사람들한테 많이 들려줘요. ‘꽃 같은 밤’도 저에게 중요한 몇몇 분들께 먼저 들려드렸는데, 다들 반응이 긍정적이어서 스스로도 어느 정도는 만족 하고, 발매를 결정한 것 같습니다.


- 제이화의 음악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정의할 만큼 뚜렷한 아이덴티티가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사실은 제가 아니라, 저의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같이 정의해주셔야 된다는 생각이에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일단 저를 알리는 게 우선이겠죠.


- 제이화가 바라보는 음악적 방향성도 궁금해요.


이제는 제 음악이 대단한 메시지를 담는 것 보다, 사람들이 가볍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앞으로의 곡들은 더 솔직하고, 밝고 그리고 단순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 지난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많은 아티스트들이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제이화의 2020년은 어땠나요.


확실히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과 소통할 기회가 적었던 해였던 것 같아요. 2021년에는 꼭 정규앨범이나 미니앨범으로 작업해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거의 다 싱글로 작업했는데 올해에는 아티스트로서 ‘제이화’를 소개할 수 있는 하나의 모음집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