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이란 말에 담긴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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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장님 혹시 뭐 좋은 일 생기셨어요? 말씀 해주세요. 제가 직원 단톡방에 공지할게요.""그런 거 없어요. 작년 이맘때 여행길에 먹었던 빵인데 날이 추우니깐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냥 직원들하고 같이 나눠 먹고 싶어서 주문했어요."
일상의 단면을 들여다보니 그냥이란 단어가 생각보다 자주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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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진 기자]
배가 출출한 지난주 오후 3시, 건너편 책상에 앉아 계신 계장님이 조심스럽게 내 옆으로 다가오셨다.
"장 주임. 내가 직원들 주려고 빵을 좀 주문했는데. 곧 도착하거든요. 같이 좀 나눠 줄 수 있을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장님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잠시 후 사무실로 커다란 박스 2개가 도착했다. 테이프로 꽁꽁 싸맨 박스를 개봉하자 반듯한 직사각형의 모양의 대추빵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부드러운 카스테라 식감, 달콤한 향과 대추 원액이 듬뿍 들어간 맛은 찜통을 쪄내 반죽을 부풀린 것처럼 준비한 사람의 정성이 가득 들어간 게 맛있었다.
며칠 전 사무실 내 승진자분들이 준비한 승진 턱 덕분에 오후마다 배불리 간식을 먹으며 축하해 드렸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계장님 혹시 뭐 좋은 일 생기셨어요? 말씀 해주세요. 제가 직원 단톡방에 공지할게요."
"그런 거 없어요. 작년 이맘때 여행길에 먹었던 빵인데 날이 추우니깐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냥 직원들하고 같이 나눠 먹고 싶어서 주문했어요."
'그냥'
핸드폰으로 '그냥' 이란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아무런 대가나 조건 또는 의미 따위가 없이 라는 사전적 의미를 뜻한다. 나는 보통 점심시간 산책길을 나서면서 습관적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신랑 근무 잘 하고 있어?"
"응 별일 없어. 점심 먹었어?"
"응. 먹었어. 그냥 전화해봤어. 오늘 저녁은 뭐 먹을까?"
"엄마 뭐해?"
"장 보러 마트 가는 중이지. 별 일 없지?"
"응 회사 마치고 집 가는 길에 그냥 전화해봤어."
일상의 단면을 들여다보니 그냥이란 단어가 생각보다 자주 등장한다. 대단하지도 특별할 것도 없는, 상대방에게 심드렁한 뉘앙스를 풍기는 이 말이 어쩌면 내 생애 최고의 애정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 속엔 보기보다 상당한 '관심과 애정'이 담뿍 묻어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출근하는 사무실에 들어서며 제일 먼저 직원들에게 아침인사를 건네시는 계장님.
내가 만약 "계장님은 왜 늘 먼저 직원들에게 반갑게 인사 하세요?"라고 묻는다면 "그냥요... 좋잖아요" 하고 수줍은 미소로 화답하셨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희망한다. 척박한 일터에서 매일매일 좋은 기운을 심으며 홀로 텃밭을 일구고 계셨을 계장님의 '관심과 애정'의 씨앗이 단단한 나무로 쑥쑥 자라 서로를 향해 가지를 뻗는 관심의 손길, 진심을 건네는 마음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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