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생존, 노조에 달렸다 '3년 단협' 관건

조인영 2021. 1. 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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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쌍용차 노조에 3년 단협 및 무쟁의 각서 요구
산은 지원 시 HAAH와 협상 유리..노조 고통분담 나설 듯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쌍용자동차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차에 대해 산업은행이 '조건부' 자금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다. 노조 단체협상 기한을 3년으로 늘리고 흑자가 나기 전까지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이다.


쌍용차 생존은 마힌드라와 새 투자자간 협상, 채권단 지원, 노사 고통분담 등이 서로 맞물려 있다. 새 투자자 유치를 위해 노조가 산은의 요구를 받아들여 불확실성을 없애고 보다 유리한 매각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걸 산은 회장은 전날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쌍용차 지원과 관련해 두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흑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일체의 쟁의 행위를 중지하고 단체협약을 1년 단위에서 3년 단위로 늘려 계약해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쌍용차 노사와 잠재적 투자자가 협의해 사업 존속가능성과 기업 존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 만큼의 협상 결과를 만들어 달라"며 "사업성 평가 결과가 부족하면 자금지원 요청을 거절하겠다"고 말했다.


쌍용차 신규 투자자 유치 결과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산은은 쌍용차 노조의 고통분담을 요구했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달 법원에 회생절차개시 및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신청해 2월 28일까지 시간을 벌었다. 쌍용차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 기간 동안 마힌드라가 진행중인 새 투자자와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새 투자자 윤곽은 이달 안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인도 매체들에 따르면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1일 화상 기자회견에서 "쌍용차 지분을 두고 잠재적 투자자와 협상 중"이라며 "우리는 다음 주에 주요 거래 조건서(term sheet·텀시트)를 끝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협상 대상은 미국계 자동차 유통업체인 HAAH 오토모티브홀딩스가 유력하다. HAAH와의 계약이 성사되면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을 현재 75%에서 30% 이하로 낮춰 대주주 지위를 내려놓을 계획이다.


다만 HAAH가 연 매출 250억원 규모의 소규모 회사인 점 등을 근거로 인수자금 동원 능력이나 투자 계획 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HAAH가 새 투자자로 나서면서 산은 등 채권단에 추가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이 쌍용차 지원 의사를 밝힘으로써 '딜'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규 투자자가 산은으로부터 지원을 받게 되면 인수자금 동원 등 재무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에 대한 미래 사업계획도 보다 안정적으로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산은은 쌍용차 노조의 약속을 기반으로 자금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노조의 협조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업계는 쌍용차 노조가 회사 존립을 위해 그동안 적극적으로 협력해온 만큼 이번 산은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노조는 지난 11년간 무쟁의 기록을 세운 바있다. 이번 쌍용차 회생절차개시 신청에 대해서도 총고용 유지 차원에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9년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을 당시에도 노조는 고용 및 경영안정을 위한 비상경영에 적극 동참키로 하고 복지 중단 및 축소 등 자구안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비 및 학자금 지원 축소 등 22개 복지 항목이 중단되거나 축소됐다.


다만 금속노조는 이번 산은 발표를 두고 "노조 혐오에 편승해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쌍용차는 기업노조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있는 복수 노조 체제를 두고 있는데 대표성을 갖고 있는 곳은 재직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기업노조다. 따라서 기업노조 입장에 따라 쌍용차의 명운도 갈릴 전망이다.


한편 쌍용차는 내달 안으로 산은 등 채권자협의회에 수익성 확보 및 구조조정 방안을 담은 기업개선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매각이 불발될 경우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되는 만큼 이 기간까지 노사 고통분담, 마힌드라 및 새 투자자와의 협상 등이 긴밀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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