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제2의 로켓배송' 신사업으로 쿠팡 퀀텀점프 이끈다

김철현 2021. 1. 13. 12: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스닥 상장 구체화하는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이커머스 기업 쿠팡의 분위기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사회가 열려 강한승, 박대준 2인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이 의결됐고 2010년 창업 이래 쿠팡을 이끌었던 김범석 대표는 겸직하던 이사회 의장만 맡게 됐다. 10년여 만에 대표에서 물러난 김 의장에 대해 쿠팡은 회사의 전략적 방향을 세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넓은 시각에서 전략을 구상하고 고객의 삶을 개선하는 혁신을 만드는데 전념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김 의장이 평소 고객의 삶을 이전보다 100배 낫게 만드는 게 쿠팡의 미션이라고 강조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역할은 ‘넓은 시각에서 구상하는 전략’에 방점이 찍힌다. 쿠팡의 고성장을 이끈 장본인인 김 의장이 구상하는 전략은 새해 벽두부터 ‘로켓배송’의 속도로 드러나고 있다.

◆김 의장의 10년 꿈 나스닥 상장=업계에서는 김 의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 현장에서 손을 떼고 미국 나스닥 상장이라는 목표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새해 들어 쿠팡의 나스닥 상장 계획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7일 쿠팡을 포함한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 기업 중 최소 6곳이 올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쿠팡의 IPO 시점을 2분기로 전망하며 기업가치는 30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했다. 한화로 32조원에 달한다. 쿠팡이 최근 주간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미국 나스닥에서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에 통과했고 이르면 3월 중 상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쿠팡은 상장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적절한 때가 되면 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지만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 중으로 쿠팡의 나스닥 상장 일정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나스닥 상장이 이뤄지면 김 의장이 10년 동안 품어온 꿈이 실현된다. 그는 지난 2011년 8월 창립 1주년을 맞아 "2년 내 나스닥에 직접 상장할 것"이라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로 월 거래액이 300억원 수준이었던 당시와 2019년 기준 연 매출 7조 이상을 기록한 지금의 쿠팡은 시장에서의 위상은 물론 비즈니스 성격까지 달라졌지만 김 의장의 입장에서는 10년의 노력 끝에 결국 나스닥 상장이라는 목표에 닿게 되는 셈이다.

◆新사업으로 제2의 ‘로켓배송’ 모색="고객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말하는 순간까지 앞으로도 고객의 삶을 획기적으로 편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 혁신을 계속해 나가겠다." 김 의장의 말이다. 쿠팡이 추진해 온 신(新)사업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이들 신사업이 ‘로켓배송’과 같이 쿠팡의 ‘퀀텀점프’를 이끌 또 다른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여부다. 김 의장은 지난 2014년 기존 소셜커머스 사업을 접으면서 ‘로켓배송’을 도입, 쿠팡을 이커머스 기업으로 바꿨다. 상품을 직매입해 품질을 보장하고 빠른 배송을 내세워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이를 발판으로 ‘한국의 아마존’으로 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김 의장의 승부수는 통했고, 2014년 3000억원이었던 매출이 5년 만에 25배 가까이 증가하는 고성장을 했다.

쿠팡은 이 같은 성장을 이끌 새로운 동력을 찾아 이커머스 외 다른 분야로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배달 앱 쿠팡이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관통한 지난해 배달 수요 증가와 맞물려 빠르게 시장에 자리잡았다.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쿠팡이츠 사용자는 185만5000명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사용자가 10배 늘었다. 배달의민족 등 시장을 선점한 선두 업체들 사이에서도 "내부적으로 비상 상황"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도 지난해 말 공식 출시됐다.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이라면 추가 비용 없이 인기 영화, 국내외 TV시리즈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쿠팡플레이’다. 향후 자체 제작도 계획하고 있어 이커머스와 OTT 업계 양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브커머스 시장에는 1월 중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쿠팡 라이브’는 기존 이커머스 사업과의 시너지는 물론 2023년에는 8조원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 개선 숙제=김 의장이 쿠팡의 나스닥 상장과 신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그동안 계속된 투자로 인해 쌓인 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30억 달러의 투자금을 받아 낸 김 의장은 지금껏 쿠팡의 성장을 주도했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적자는 2018년 1조원을 돌파했으며 2019년에도 7000억원대 손실을 봤다. 지난해도 적자가 예상된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수년 내 쿠팡의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언택트) 소비 확산으로 지난해 쿠팡에서 결제된 금액이 2019년 대비 41% 증가한 21조7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추정되는 등 긍정적인 수치도 나오고 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