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준-김민규 활약에도 두산에 이영하가 필요한 이유
[유준상 기자]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확실한 토종 선발을 찾는 것은 두산의 당면과제였다. 타선이 외국인 타자 활약 여부와 관계없이 매 시즌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던 반면, 마운드 쪽에서는 외국인 투수들과 외부 FA로 영입된 장원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일찌감치 정규시즌 1위를 확정했던 2018년, 두산은 한 줄기의 빛을 봤다. 2016년 1차 지명으로 두산의 부름을 받은 이영하가 린드블럼과 후랭코프, 이용찬, 유희관에 이어 5선발 노릇을 톡톡히 해준 것이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17승을 수확해 구단 프랜차이즈 역사상 국내 우완 투수 최다승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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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이영하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불펜 투수로 등판했던 이영하 |
ⓒ 두산 베어스 |
부진 길어진 이영하, 팀에도 영향
배짱 있는 투구로 팬들의 시선을 모았던 이영하이지만, 계속되는 제구 난조로 인해 마운드 위에서 웃는 얼굴을 보기 어려웠다. 공의 위력뿐만 아니라 자신감도 떨어졌다.
이영하의 지난 시즌 불펜 등판 성적은 23경기 26이닝 2승 3패 6세이브 ERA 1.04로, 표면적인 수치만 보면 보직 전환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블론세이브를 8차례나 기록하는 등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기에는 어렵다.
한 점 싸움이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도 불안한 투구가 이어졌다. 특히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등판한 2경기 부진이 치명적이었다. 2차전 5-1로 앞선 9회말 내리 3점을 헌납하며 마운드를 김민규에게 넘겨줬고, 4차전에서는 선발로 나선 김민규에 이어 등판해 추가 적시타를 헌납했다. 두산 입장에서는 한국시리즈를 통해서 김민규라는 선발 자원을 발굴하면서도 이영하의 부진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시즌이 개막한 지 두 달이 넘은 7월 초, 김태형 감독은 이영하의 부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준비가 부족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결혼 등 주변 환경이 바뀌면서 시즌 준비 과정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야구 외적인 요소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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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이영하 지난해 kt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했던 이영하 |
ⓒ 두산 베어스 |
최원준, 김민규 있음에도 중요한 그의 역할
이번 FA 시장에서 내부 FA 선수들이 대거 잔류했다. 내야수 최주환과 오재일이 두산과 작별했지만, 예상 외로 전력 누수가 크지 않았다. 여전히 두산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만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아직 이용찬과 유희관이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현재로선 지난해 호투를 펼친 최원준과 김민규에게 다시 한 번 선발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기에 이영하가 한 자리를 차지하면 선발진이 한층 탄탄해진다. 본인도, 팀도 불펜이 아닌 선발로 나서는 이영하가 전력에 훨씬 보탬이 된다는 걸 잘 안다.
대체 선발로 투입되었던 최원준과 김민규는 선발 투수로 풀타임 시즌을 뛴 적이 없다. 재활을 진행 중인 이용찬은 도장을 찍더라도 개막전 엔트리 승선이 불가능하고, 8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유희관이 3선발 중책을 맡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 한마디로, 이영하 없이 선발진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
2019년 9월 19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더블헤더 2차전을 완투승으로 장식했던 이영하는 9회말에도 150km가 넘는 공을 내리꽂았다. 공교롭게도, 이 날 승리로 탄력을 받은 팀은 가파른 상승세 속에서 정규시즌 최종일에 SK 와이번스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서는 짜릿함을 맛봤다. 덕분에 이영하는 팀의 역전 우승을 이끈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올여름에는 도쿄 올림픽이 열린다. 코로나19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어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정상적으로 대회가 열린다는 전제 하에 이영하는 대표팀에 필요한 투수다. 또한 주축 내야수 두 명이 떠난 두산이 믿는 구석이기도 하다. 2021년, 많은 사람들이 '에이스'의 귀환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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