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5兆·올해는 열흘 만에 8兆..줄기차게 매물 쏟아내는 기관

고형광 2021. 1. 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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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5.5조 순매도…역대 최대

올해는 7거래일 만에 8조 순매도

펀드 환매·연기금 비중조절 영향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국내 증시에서 기관투자가의 매도세가 심상찮다. 지난해 코스피시장에서 25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매물을 쏟아낸 데 이어 올들어서도 열흘 만에 8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 치웠다. 펀드 환매, 연기금의 주식 비중 조절 등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관의 매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기관투자자가 코스피시장에서 순매도 한 금액이 25조5344억원으로 집계됐다. 기관의 연도별 역대 최대였던 2009년 순매도(25조4693억원)를 뛰어 넘는 사상 최대다. 기관은 지난해 코스피시장에서 3월(1169억원) 한 달만 순매수를 기록했을 뿐 줄곧 주식을 내다 팔았다. 특히 6월 2조7104억원을 시작으로 7월 3조635억원, 8월 3조5636억원, 9월 4조1337억원 등 하반기 들어 매도 규모를 키웠고 연말인 11월과 12월에도 각각 2조원에 달하는 물량을 더 내놨다.

올해는 강도가 더욱 세졌다. 올들어 전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서 기관의 순매도액이 8조6761억원에 달한다. 단 7거래일간 팔아치운 규모가 작년 한 해 순매도액(25조5344억원)의 3분의 1을 넘어선 것이다. 같은 기간 개인은 8조5505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고, 외국인이 1219억원의 순매도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관의 매도세는 연기금이 주도하고 있다. 연기금은 올해 코스피시장에서 3조269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는 기관 전체 매도액(8조6761억원)의 40%에 이른다. 이어 금융투자(2조1243억원), 투자신탁(1조4018억원), 보험(1조1004억원) 등의 순에서 매도가 집 주도하고 있다.

매물 규모가 가장 많은 연기금의 경우 최근 증시가 상승하자 늘어난 국내주식 비중을 적정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매도세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기금은 미리 세워둔 기금운용계획에 따라 자산 비중을 맞춘다. 연기금의 주체로 꼽히는 국민연금의 경우 국내주식 비중이 지난해 말까지 17.3%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18.0%로 지난해 말까지 0.7%포인트를 낮춰야 해 매도세를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 77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상 0.7%포인트는 약 5조400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올해 말까지 맞춰야 하는 국내주식 비중은 16.8%로 전년 말 대비 0.5%포인트 더 낮아졌다. 0.5%포인트에 해당하는 3조8500억원 가량을 국내 주식 자산군에서 털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연기금이 올들어 코스피시장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주식을 내다 팔고 있는 이유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다른 자산의 운용 성과를 감안하면 실제 매도 규모는 이 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펀드 환매도 기관들의 매도세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개인들의 투자 방식이 펀드 등 간접투자에서 주식을 직접 사는 직접투자로 바뀌었고, 기관들로서는 개인들의 이 같은 펀드 환매 요구에 보유 주식을 팔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증권사 관계자는 "펀드에 들어오는 돈이 빠져나가면 자산운용사들로서는 펀드가 보유한 주식을 팔아 환매 대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최근 두 달새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약 4조6000억원이 빠져나갔다"며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공모펀드로 대표되는 투자신탁과 증권사들의 매도 규모가 큰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기관의 ‘팔자’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 중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연기금의 경우 국내 주식 비중이 이미 모두 채워져 주식을 사들이기 어려운 상황이고, 공ㆍ사모펀드 투자자들의 주식형 펀드 환매가 이어지면서 증권사나 투신들도 당분간 매도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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