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퇴근길, '느림보' 열차를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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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느림보(무궁화호) 열차를 탔습니다.
열차역으로 가는 것도 '뚜벅이'를 했습니다.
<기차와 소나무> , <남행열차> , <밤차> 등 기차를 주제로 한 노래를 흥얼거린 것도 재밌었습니다. 밤차> 남행열차> 기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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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 기자]
▲ 기차역으로 가는 길. 눈이 많이 내린 지난 1월 7일 풍경이다. |
ⓒ 이돈삼 |
모처럼 느림보(무궁화호) 열차를 탔습니다. 버스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얀 눈이 수북하게 내린 걸 핑계 삼아 낭만을 한 번 찾아봤습니다. 지난 1월 7일 퇴근길이었습니다.
몇몇 사람은 부러워했습니다. 멋있다, 낭만적이다, 분위기 있겠다 등등. 부러 사서 고생한다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유행 따라 사는 것도 제멋이고,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데….
▲ 기차역으로 가면서 본 배추밭. 지난 1월 8일 전라남도 무안군 삼향읍에서다. |
ⓒ 이돈삼 |
▲ 느림보 열차를 탈 임성역 풍경. 열차가 들어오기 10분 전이다. |
ⓒ 이돈삼 |
제가 열차를 처음 타본 게 국민학교 졸업 직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초저녁에 광주역을 출발한 열차는 밤새 달리다 쉬다를 반복하면서, 이튿날 아침 서울역에 도착했습니다. 광주에서 서울까지 10시간가량 걸렸던 비둘기호였습니다. 광주-서울은 으레 열차를 타고 오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열차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렸습니다. 열차가 한 번씩 멈출 때면 큰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등에 짊어진 사람들이 타고 내렸습니다. 출세를 그리며 호밋자루와 삽자루를 팽개친 누나와 형들도 끼어 있었습니다. 차장의 검표를 피해서 이리저리 도망 다니던 '공짜 승객'도 간혹 있었습니다.
▲ 임성역으로 들어오는 무궁화호 열차. 광주-목포 간을 운항한다. 지난 1월 7일 오후 6시 30분이다. |
ⓒ 이돈삼 |
▲ 열차의 객실 내부. 승객들이 휴대전화를 검색하거나 잠을 자고 있다. |
ⓒ 이돈삼 |
열차를 탄 승객들은 휴대전화를 검색하거나 부족한 잠을 보충했습니다. 신문이나 잡지를 뒤적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고속열차와 달리 열차 안에 비치된 책자도 없었습니다. 차창 밖은 온통 하얀 세상이었습니다. 열차는 하얀 들판에 깔린 레일 위를 덜커덩거리며 걸음을 재촉합니다.
철길 옆으로 나란히 달리는 국도는 '살얼음판'입니다. 자동차의 바퀴가 엉금엉금 기어갑니다. 빨간 신호등을 보고 멈춰서는 자동차는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조마조마하게 합니다. 도로 주변의 실개천까지도 꽁꽁 얼어붙은 겨울날입니다.
▲ 열차를 타러 가는 길에 만난 눈꽃. 열차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
ⓒ 이돈삼 |
▲ 광주역에 닿은 무궁화호 열차. 열차에서 내린 승객이 대합실로 향하고 있다. |
ⓒ 이돈삼 |
열차에서 내릴 때가 가까워집니다. 덜커덩거리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곤히 잠을 자던 승객들이 하나씩 눈을 뜹니다. 습관적으로 자세를 고쳐 앉고, 두리번거립니다. 저도 내릴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열차를 타고 더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 눈 내린 전남대학교 풍경. 광주역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 대학 캠퍼스로 돌아서 가는 길이다. |
ⓒ 이돈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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