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혐오 유포' 논란 휩싸인 통계청 교육 동영상
[김상정 기자]
▲ 백설공주 이야기에 나오는 마녀가 거울속에 비친 백설공주를 보면서 하는 말이다. |
ⓒ 통계청 명작패러디 영상 갈무리 |
논란은 통계청 통계교육원 누리집의 열린교육방 공개강의실에 '(중학교) 통계로 논리를 잡아라'라는 영상이 문제 되면서 불거졌다. 해당 영상은 총 10강으로 구성되었고 매 영상 앞머리에서 논리군과 통계양이 대화를 나눈다.
▲ 통계교육원 누리집에 올라와 있는 중학생 대상 교육용 영상 '통계로 논리를 잡아라'라는 강의 중 3강 '소비의 여러가지 얼굴' |
ⓒ 통계청 통계교육원 |
3강 소비의 여러 가지 얼굴에서 통계양은 '요즘 안 갖고 있으면 안 되는 가방'이라며 비싼 가방을 사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리군은 '굳이 필요한 건 아닌데, 꼭 사야 할까?'라고 말하며 소비를 말린다.
6강에서는 장애인의 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통계양은 "야, 대충해. 그냥 몸이 불편해서 도와줘야 하는 사람. 이거 아니겠냐?"라고 말한다. 10강에서 시종일관 논리군은 논리적이면서 통계양을 향해 '너의 단순함 때문에'라는 말을 한다.
통계를 잘못 이용해 시험을 망쳐버린 영희라는 여학생 이야기가 나온다. 논리군을 '야'라고 부르는 호칭부터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발언을 하는 통계양은 여학생이다. 시종일관 진지하고 논리적인 논리군은 남학생이다. 이들의 모습은 1강부터 10강까지 기조를 유지한다. 결국 이 영상을 본 한 학부모들은 "그냥 여성혐오 교육물일 뿐이다"라고 한마디로 평했다.
▲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고 옷을 훔치고, 집에 못가 울고 있는 선녀에게 결혼하자고 하고, 또 못올라가게 아이 셋을 낳자고 하고 이시대에 보기에는 완전범죄스릴러물이다. 통계청 명작패러디 영상 '선녀와 나무꾼' 중 한 장면 |
ⓒ 통계청 유튜브 |
'선녀와 나무꾼' 통계청 명작패러디에는 '젠더 감수성 제로임을 인증하는 공공기관의 영상'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 댓글이 달렸다. 나무꾼은 선녀의 옷을 훔치고 집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막아놓고 청혼을 한다. 그리고 출산율 통계를 거론하며 아이 셋을 낳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 또한 선녀가 집으로 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급기야 이 영상을 다 본 이는 이런 댓글을 달았다. "이제 보니 능력 없는 남자가 여자를 친정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끊어놓고 납치해간 어마무시한 얘기였네." 이 시대에는 이렇게 읽히고 있는 것이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패러디 영상에서 백설공주의 취미는 늦잠자기, 특기는 밥투정이다. 난쟁이들은 말한다. "야! 니가 우릴 차려줘야지!" "야, 백설공주 너, 자꾸 그렇게 먹고 자니까 살이 쪘잖아!" "헉 청소년이었어? 아줌만줄 알았네" 백설공주는 이 말에 분개하고 또 집이 들썩거릴 정도의 강도 높은 폭력을 행사한다.
▲ 통계청 명작패러디 백설공주에서 중년남성으로 보이는 난장이들은 여성청소년으로 나오는 백설공주에게 막말대잔치를 선사한다. |
ⓒ 통계청 유튜브 |
이 영상들은 대한민국 통계청이 7년 전에 올린 영상임에도 주로 온라인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을 하고 있는 교사들을 통해 뒤늦게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해당 영상을 접한 교사들은 하나같이 '해당 영상은 삭제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병순 부산 동백초 교사는 "우리 사회 전반에 스민 성차별과 여성혐오를 고스란히 담은 영상으로서 학생들의 다양한 꿈과 잠재력을 억압하고 차별과 혐오를 내면화시키는 비교육적인 영상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김성애 부천공업고등학교 교사는 "통계청 영상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교육물과 홍보물이 차별과 혐오를 유포하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성별, 인종, 장애, 성적 지향, 국적 등등 차별과 혐오적인 공공저작물 등에 대한 모니터링과 피드백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28일 통계청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는 통계교육원을 "끊임없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며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통계 전문 인재를 양성해 온 국내 유일의 국가통계 전문교육기관"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미 통계청 유튜브나 통계교육원 누리집에 올려져 있는 두 가지 영역의 교육영상만 봐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말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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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교육희망 인터넷판(http://news.eduhope.net)에도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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