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소' 신축년인데, 디올·버버리·몽클레르 왜 '붉은소' 새겼나

유지연 2021. 1. 13.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1년은 신축(辛丑)년, ‘하얀 소의 해’다. 내달 11일 구정을 앞두고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음력 설’을 위한 한정판 컬렉션을 내 눈길을 끈다. 소의 해답게 소의 문양을 가방과 시계·의류 등에 새긴 예가 많다. 그런데 주로 하얀 소보다는 붉은 소가 인기다.

영국 브랜드 '버버리'가 중국 및 아시아권을 겨냥해 출시한 소의 해 컬렉션. 사진 버버리 홈페이지


뿔 달린 붉은 소 수놓은 럭셔리 브랜드
지난 7일 프랑스 패션 브랜드 ‘디올’이 2021년 신년을 맞아 붉은 소가 그려진 남성 컬렉션을 발표했다. 디올 남성복의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와 미국 유명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스투시’의 창립자 숀 스투시가 협업해 만든 컬렉션으로 황소 머리가 그래픽 문양으로 수 놓인 후드 티와 스웨터·셔츠·운동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힙합 문화의 일종인 그라피티 글꼴을 연상시키는 붉은색 디올로고와, 붉은색 테두리로 그려진 황소 문양이 강렬한 느낌을 준다.

디올 남성복은 숀 스투시와 협업한 '디올 앤 숀 캡슐 컬렉션'을 발표했다. 붉은색과 소의 문양이 어우러진 컬렉션이다. 사진 디올 홈페이지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몽클레르’도 소의 해를 기념한 ‘루나 뉴 이어(lunar new year·음력 새해)’ 캡슐 컬렉션(소량으로 선보이는 컬렉션)을 내놨다. 나일론 소재 재킷의 한쪽 면에 황소 별자리와 붉은 황소 두 마리가 새겨져 있다. 재킷과 티셔츠·모자 등의 아이템에도 붉은 소가 수 놓였다.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는 특유의 체크무늬 문양에 붉은 뿔이 달린 황소를 새겨 넣은 컬렉션을 발표했다. 체크 문양의 색 역시 검은색과 흰색 등 무채색 선이 가로지르는 가운데, 붉은색과 노란색이 더해져 동양적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외에도 ‘스텔라 매카트니’‘끌로에’‘모스키노’ 등 럭셔리 브랜드가 줄줄이 소 문양을 더한 제품을 내 눈길을 끈다.

몽클레르는 별자리 황소자리를 새긴 재킷 등을 필두로 한 '루나 뉴 이어 컬렉션'을 내놨다. 사진 몽클레르


명품 시장 ‘큰손’ 된 아시아권 겨냥
동양에서 열두 띠를 구성하는 동물은 새로운 해를 상징하는 문화적 요소다. 주로 유럽이나 미국 등 서양 문화권에서 태어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새해를 맞아 열두 띠 동물을 담은 컬렉션을 내는 이유가 뭘까. 명품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아시아, 특히 중국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중국 본토의 명품 시장은 2020년에 48% 성장해 거의 3460억 위안(58조 847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전 세계 명품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에 이를 전망이다.

버버리는 소의 해를 기념하여 '2021 뉴 이어 컬렉션'을 출시했다. 사진 버버리


더구나 지난해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전 세계의 소비심리가 한껏 위축된 가운데 비교적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던 중국 소비자들의 영향력이 올해는 어느 때보다 막강한 실정이다. 흰 소의 해지만,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 소가 더 많이 등장한 이유다. 패션 전문 매체 WWD는 “지난해 쥐의 해를 맞은 각 브랜드의 신제품들이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대부분 적게 판매되었지만, 올해는 중국 명품 시장이 최고의 휴가 시즌을 맞아 지난해와 같은 변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 보도했다.

스와치는 신축년을 맞아 소띠 시계 '옥스 록'을 출시했다. 사진 스와치 코리아


한편 붉은색의 강렬한 이미지가 대부분인 소의 해 컬렉션은 국내에선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나치게 ‘중국 취향’이라는 평이 대부분인데다 국내에선 일부 품목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몽블랑’‘스와치’‘몰스킨’ 등 시계 및 액세서리, ‘SK-II’‘샹테카이’ 등 잡화·뷰티 브랜드 위주로 신축년 마케팅이 활발하다. 한 명품 업계 관계자는 “같은 아시아권이라도 국내 소비자들은 음력설을 기념하는 한정판 컬렉션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 같다”며 “대신 신년에는 선물하기 좋은 지갑·키홀더·노트·펜 등 액세서리 품목에 관심을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뷰티 브랜드 '샹테카이'도 신년 에디션으로 마스크 제품인 '이어 오브 더 옥스'를 출시했다. 사진 샹테카이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