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형석 (21) "베트남 전장서 교수님 말 떠올라".. 청년 편지에 울컥

양민경 2021. 1.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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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교적 많은 책을 썼다.

철학과 사상을 다룬 책도 있고 수필이나 수상(隨想)에 해당하는 책도 있다.

독자들은 내 책을 읽고 삶이 변한 경험을 담아 편지를 보내왔다.

"참호 속에 있을 때 기억에 떠오른 건 학문도 사상도 대학도 아니었습니다. 김형석 교수님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왜냐면 그건 인생의 문제였으니까요." 전쟁터에서 중상을 입고 돌아왔다는 청년의 이 편지를 읽으며 나는 책상에 엎드려 울면서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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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신앙관 녹아있는 수필집 읽고
독자들 삶이 변한 경험 담아 감사 인사
주님 이끄심 덕분 독자들과 교감하게 돼
김형석 교수의 글에는 기독교적 사고와 가치관이 녹아있다. 사진은 김 교수의 친필원고. 양구인문학박물관 제공


나는 비교적 많은 책을 썼다. 철학과 사상을 다룬 책도 있고 수필이나 수상(隨想)에 해당하는 책도 있다. 일찍부터 신앙생활을 했기에 내 글과 책 속에는 언제나 기독교적 사고와 인생관, 가치관이 녹아있다.

제자들도 내 ‘철학의 세계’ ‘윤리학’ ‘종교의 철학적 이해’ ‘역사 철학’에 깃든 휴머니즘적 정열과 이를 뒷받침하는 종교적 이상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 사상이며 삶의 기반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젊었을 때 독일 철학자 칸트를 공부하면서도 같은 감상을 느꼈다.

내가 처음 펴낸 종교적 에세이는 1966년작 ‘이성의 피안’이다. 종교 문제와 기독교의 본질, 신앙의 과제에 관한 책이다. 내 전집에도 기독교 신앙을 다룬 글이 있는데, 이를 모아 나온 책이 ‘당신은 무엇을 믿는가’다. 예상외로 많은 독자를 모았고, 그 영향도 적지 않았다. ‘예수’는 사복음서를 여러 번 읽던 중 나 같은 지성인에게 있어 ‘예수는 누구인가’를 찾고자 쓴 책이다. 교회나 신학 안에서가 아닌, 한 지성인이 보는 예수는 어떤 삶을 살았고 무슨 교훈을 남겨줬는가를 찾아내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다. 이 책 역시 적잖은 독자들이 호응해줬고 감사 인사를 전해 와 기쁘다.

95년 펴낸 ‘한국 기독교 무엇이 문제인가?’는 한국 기독교의 현실을 비판하고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글을 담았다. 한국교회가 가진 문제들을 정리하며 해결책을 찾으면 조금 더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이 책을 낸 뒤 더 많은 과제를 안게됐다. 주로 보수 신앙 노선을 따르는 이들의 비판이었다. 학교 교정에 들어가 단군상을 파괴하거나 사찰에서 불상을 훼손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는 글에 대한 항의가 적지 않았다. 곤혹스러운 점은 인간 존중의 인도주의에 바탕을 둔 인본주의가 기독교와 배치된다고 생각하는 목회자가 꽤 많다는 사실이었다.

내 신앙도 보수적인 편이다. 장로교 전통에서 자란데다 일찍부터 교회에서 설교하며 가르쳤기에 더 그렇다. 하지만 나는 교리보다 진리, 교회보다 하나님 나라에 관한 관심이 더 컸기에 ‘개방된 보수 신앙’을 택했다.

독자들은 내 책을 읽고 삶이 변한 경험을 담아 편지를 보내왔다. 감명 깊었던 건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청년들이 보낸 편지였다. “참호 속에 있을 때 기억에 떠오른 건 학문도 사상도 대학도 아니었습니다. 김형석 교수님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왜냐면 그건 인생의 문제였으니까요.” 전쟁터에서 중상을 입고 돌아왔다는 청년의 이 편지를 읽으며 나는 책상에 엎드려 울면서 기도했다. 독자들과 내가 삶과 신앙 문제에서 뜻을 같이할 수 있던 건 주의 이끄심 덕분이다. 내가 쓴 몇 권의 책으로 이들이 주님의 말씀을 체감하는 데 도움이 됐음에 감사드린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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