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 이익 공유, 위험한 발상이다
상투적 편가르기·반시장 정책 그만둬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양극화를 이유로 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코로나19로 많은 이득을 얻은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을 기여해 한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우리 사회가 논의해야 한다”며 “강제하기보단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8일 ‘호황 업종의 기부’와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다.
민주당이 곧이어 ‘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단장을 맡은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사회연대기금 등의 방안을 언급했다. 당 안팎에선 반도체·가전 등 주력 제품의 판매 호조로 이익을 낸 삼성·SK·LG 등 대기업, 택배사, 배달앱, 정보통신(IT) 기업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양극화 해소는 우리 사회가 풀어내야 할 난제임이 틀림없다. 코로나19는 특히나 사회적 약자를 재난적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국가적 숙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논의가 해법이 될 순 없다.
무엇보다 접근법 자체가 그간의 정책 실패를 낳은 위험한 발상의 되풀이다. 우선 승자·패자로의 이분법적 사고다. 다면체의 현실임에도 집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대기업과 비(非)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치며 단순 과격한 정책을 쏟아내 시장의 역습을 받곤 했다. 이번에도 코로나 이득 계층과 업종, 피해 본 측으로 편을 가르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치 않다. 예를 들어 배달앱은 주목받고 있으나 이익을 공유할 만큼 산업이 정착됐다고 보기 어렵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이익 실현인지 피해인지 입증하기도 어려운데 이미 특정 기업들이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자의적이란 방증이다. 자발적 참여라지만 사실상 관제 기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미 유사한 시도가 있었으나 실현되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2011년 정운찬 당시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였던 협력이익공유제가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중소기업이 자율적으로 성과를 나누는 방식의 성과공유제란 형태로 명목을 유지할 뿐이다.
문 대통령이 근래 “있는 힘을 다해 고용을 유지한 기업”을 칭찬했듯, 기업의 사회적 기여는 일자리 유지와 창출에 있다. 이를 위해 투자와 혁신이 일어나도록 돕는 게 여권의 책무다. 하지만 최근 기업규제 3법과 중대재해법 등 옥죄는 법들만 처리했다. 야권에서 이익공유제를 두고 “사회주의 경제를 연상케 하는 반시장적 발상”이라고 반발하는 배경이다.
여권에선 선의(善意)로 포장하지만 그리 보기도 어렵다. 여권의 지지율을 지탱하던 ‘K방역’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가속하는 민심 이탈과 임박한 선거 일정을 고려한 정략일 수 있어서다. 코로나19로 인한 양극화 해소의 일차적 책무는 정부와 여당에 있다. 그 책무를 민간과 시장에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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