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골프장서 디오픈 안 연다" 골프계도 탄핵 분위기

성호준 2021. 1. 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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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 의사당 난동이 중요 계기
대통령 메달 받은 소렌스탐 비판
트럼프

디 오픈을 개최하는 R&A(영국왕실골프협회)는 12일(한국시각) “당분간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에서 대회를 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턴베리는 디 오픈이 열리는 골프장 중 최고로 꼽히는 곳이다. 2020년 디 오픈 개최지로 예정되었다. 그런데 2015년 트럼프의 인종차별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장소가 바뀌었다. 그리고 이번에 트럼프가 소유하는 동안 대회를 열지 않기로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6일 미국 워싱턴DC 의사당에서 벌어진 트럼프 지지자들의 난입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 사건 이후 미국 골프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의 폭동을 유도했다. 골프계는 트럼프와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11일에는 미국 PGA(골프 선수단체인 PGA 투어가 아니라 미국 프로골프협회)가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베드민스터에서 2022년 열기로 했던 PGA 챔피언십 장소를 옮긴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숙원이었던 남자 메이저 대회 개최가 어렵게 됐다.

미국 하원은 12일 트럼프에 대해 내란선동죄를 적용한 탄핵결의안을 발의했다. 골프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트럼프에게 골프는 매우 중요했다. 골프를 좋아하고, 골프장 사업으로 돈을 벌었으며, 골프계로부터 지지를 받아왔다. 골프가 트럼프를 버린다면 그로서는 거의 모든 것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도 인연이 깊었다. 플로리다 주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웨스트팜비치 골프장에서 2001년부터 5년간 시즌 최종전인 ADT챔피언십이 열렸다. 트럼프가 골프계에 본격 등장하는 계기였다. 메이저 대회도 열었다. 2015년 박인비가 우승한 브리티시 여자오픈이 트럼프 턴베리에서, 17년 박성현이 우승한 US여자오픈이 트럼프 베드민스터 골프장에서 열렸다.

“대통령과 친해 두면 나쁠 게 없다”고 선수들을 설득했던 LPGA 투어 측도 더는 명분을 찾기 어렵다. LPGA 투어 역대 최고 선수인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트럼프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받은 데 대해서도 비난이 빗발친다.

물론 트럼프 지지자들의 반발은 남아 있다. 2017년 PGA 투어 바바솔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그레이슨 머리는 트위터에 “PGA 챔피언십 장소를 변경한다면, 같은 기간 베드민스터 골프장에서 거액의 상금을 걸고 대회를 하자. 그러면 주요 선수가 불참하는 PGA 챔피언십이 약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트럼프 내셔널 도랄 골프장에서 오랫동안 열렸던 PGA 투어 포드 챔피언십도, 2015년 트럼프의 외국인 차별 발언 등으로 스폰서가 떨어져 나가 대회를 열지 못했다. 회사 정책 결정권자가 사적으로 그를 지지하더라도 트럼프와 연결되는 게 회사 이미지에 좋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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