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이어 박영선까지.. 예능 나오는 정치인 속내

박민지 입력 2021. 1. 1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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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위반 아니지만 공정성 논란.. 사전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수도

스타 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TV조선 예능 ‘아내의 맛’ 이번 주 초대 손님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그 역시 지난주 출연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처럼 ‘서민과 다를 바 없는 소탈한’ 일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들은 왜 하필 지금 인기 예능에 출연했을까. 목적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민심 다지기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둘 다 유력 후보라는 점에서 예능이 정치인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tv조선 캡처

사생활 공개한 정치인들
정치인들이 관찰예능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박 장관은 12일 ‘아내의 맛’에 출연해 남편인 이원조 변호사와의 단란한 하루를 공개한다. 한 주 앞서 5일 방송된 나 전 의원 편 파급력 역시 대단했다. 엘리트 이미지가 강했던 두 여성 정치인이 남편과의 첫 만남을 털어놓거나, 결혼을 준비하는 딸과 수다를 떠는 모습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정치인들이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관찰예능에 등장하는 목적은 명확하다. 서민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나 전 의원은 방송 전날 YTN 라디오에서 “밥도 잘 못하고 그래서 그냥 서투른 모습을 보면 (국민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tv조선 캡처

예능의 정치화, 문제는?
논란은 나 전 의원 방송 직후 시작됐다. 가장 큰 문제는 방송 시기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6일 논평을 내고 “선거를 코앞에 두고 예능에 출연했다”며 “예능이 선거 출마를 앞둔 정치인의 홍보방송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규정에 따르면 후보자는 선거일 전 90일부터 방송 및 보도‧토론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 출연이 금지된다. 단 재보궐 선거의 경우 선거 60일 전부터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이번 예능 출연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를 교묘히 이용해 표심을 다졌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은 편파적인 방송으로, 사전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공정성 시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방송사로서는 인지도가 있는 정치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타 후보들에게는 기회 박탈인 셈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TV조선에서 특정 서울시장 후보들을 초대해서 일종의 선거 홍보에 활용하는 것은 방송 공공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예능에서 포장된 이미지가 국민의 눈을 가릴 수 있다는 점도 부작용이다. 민언련은 “예능에서 홍보된 정치인 모습이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예능 정치’ 경계해야
예능에 최초로 출연한 정치인은 1996년 당시 야당 총재였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출연해 인간미를 강조했는데, 당시만 해도 거물급 정치인이 예능에 출연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었다. 대선을 한해 앞두고 출연한 예능은 민주화 투사에 갇혀있던 이미지 쇄신의 발판이 됐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잇따라 예능에 출연하면서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갔다.

정치인들이 선거 직전 예능에 출연하기 시작한 건 2012년 대선부터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SBS ‘힐링캠프’에 출연했는데, 두 후보 모두 이미지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듬해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운 JTBC ‘썰전’ 등이 론칭되면서 정치의 예능화 흐름이 가속했지만, 이때만 해도 토크·토론의 성격이 짙었다. 관찰예능 출연에 신호탄을 쏜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그는 2017년 성남시장 당시 부인 김혜경 씨와 SBS ‘동상이몽’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부인 송현옥 씨와 ‘아내의 맛’에 등장했다. 예능이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2009년 MBC ‘무릎팍도사’에서 얻은 국민적 인기를 발판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지 정치’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예능 출연은 하나의 전략이 됐다. 방송계 관계자들은 표심으로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신중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예능 관계자는 “방송가가 시청률이 담보된 정치인 사생활 공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선거를 앞둔 정치인도 예능 출연을 선호해 이해타산이 맞는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과도한 연출과 포장을 경계해야 한다”며 “토론 프로그램 등으로 균형을 맞추면서 공론장을 펼쳐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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