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공약 한전공대 설립비, 국민이 낸 전기료서 떼어내 지원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의 설립·운영비용 일부를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의 3.7%를 떼어내 조성하는 기금이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을 공포했다. 정부는 “전력산업 관련 융복합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 사업에 전력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전력기금은 사용 범위 등이 정부가 스스로 개정할 수 있는 시행령에 규정돼 있다. 모든 국민이 내는 전기료에서 일부를 떼어내 조성하는 일종의 ‘준조세’에 해당한다. 결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필요한 곳에 기금을 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부는 지난해 7월 탈원전 정책에 따른 손실을 전력기금으로 메운다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선 정부가 명분이 부족한 '지역 공약'을 지키기 위해 쌈짓돈처럼 전력기금을 마음대로 끌어다 쓰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간 한전공대는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대학 수는 이미 넘쳐나 구조조정에 들어가 있고, 저출산으로 대학 입학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 급하지도 않은 대학을 대통령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립하기 위해 전력기금을 쓰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가"라고 비판했다.
한전에 따르면 한전공대 설립·운영비용은 개교 후 10년간 약 1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설립에 필요한 비용은 6210억원에 이른다. 한전은 전라남도와 나주시의 지원을 받으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발전 자회사와 한전공대 설립·운영비를 분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3분기까지 약 131조원에 이르는 부채가 쌓인 한전이 한전공대 비용을 감당하기엔 부담이 크다. 한전공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4조300억원이 쌓인 전력기금 일부를 가져다 쓸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공대만을 지원하기 위해 근거를 만든 게 아니라, 전력발전에 기여하는 사업을 하는 경우 기금을 통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실제 기금을 투입하려면 기획재정부 심사 등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한전공대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의 전력산업 융복합 인력 양성에도 전력기금 투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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