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 3주전 공매도 재개..동학개미 반발에 고민커진 여당

오현석 2021. 1. 1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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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22.50포인트(-0.71%) 내린 3,125.95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2.91포인트(-0.30%) 내린 973.72 으로 마감했다. 뉴스1

코스피가 사상 첫 3000포인트를 돌파한 가운데, 오는 3월로 도래하는 ‘공매도 금지’ 기간의 연장이 여권의 향후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전날 금융위원회가 공지 문자를 통해 “현재 시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다.

공매도(空賣渡)는 말 그대로 “없는(空) 주식을 판다”는 뜻이다. 특정 주식 종목의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증권사 등에서 해당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 기법이다. 주로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활용하는데, 하락장에서 대량의 매도 물량을 쏟아내 주가 하락을 부채질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3월 16일부터 한시적으로 시행된 공매도 금지는 국내 주가의 성장판 역할을 해 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하락하던 지난해 상반기, 공매도 금지를 계기로 주가가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동학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의 우려에도 국내 주식을 저가에 쓸어담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동학 개미의 기여도 주목할 만하다”며 코스피 3000 돌파의 공(功)을 개인 투자자들에 돌린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재개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12일 민주당은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진 모습이다. 기관 투자자들에 유리한 제도로 알려진 공매도가 재개되면 개인 투자자 이탈 우려도 커진다. 공교롭게도 공매도 재개 시점(3월 16일)은 4·7 재보선을 3주 앞둔 시점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공매도 문제는 표심은 물론,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화약고와 같은 이슈”(정무위 관계자)라는 말도 나온다.


與 일각 “공매도 금지 연장해야”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오른쪽)은 11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책이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면 공매도 금지 연장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종택 기자

이날 민주당에선 금융위원회의 전날 공지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잡혀 있는 제삿날에 제사를 지내는 것도 아니고, 정책의 지속·연계의 문제인데 날짜만 다시 확인한 건 무책임하다”(박용진 민주당 의원)는 지적이다.

특히 공매도 재개 여부를 다시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이 사안은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문제”라며 “그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면, 공매도 금지 연장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의원은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에 대한 결정에 대해서도 “늦어도 1월까지 정해야 시장이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 역시 “불공정과 제도적 부실함을 바로잡지 못한 채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금융위원회에 신중한 태도와 결정을 재차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불법 공매도를 차단하기 위한 많은 제도적 장치가 발표됐지만 결국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법·제도 개선 완료…“재개할 수 있다”

그간 민주당과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가 해제될 경우를 대비한 제도 보완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 12월 정기국회에선 불법 공매도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손실액의 3~5배에 달하는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을 처리했다. 공매도 투자자에게 계약 내역을 5년간 보관토록 하는 의무도 신설했다. 금융위는 불법 공매도 점검 주기를 기존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 "그간 이뤄진 법 개정과 제도 개선 전반을 놓고 합리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엔 공매도 금지 연장과 재개를 놓고 신중하게 따져보자는 의견이 적지 않다.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법 개정과 당국의 공매도 개선 노력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동학 개미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고 본다’는 결론이 나면 (공매도를) 재개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금지를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무위 소속의 또 다른 민주당 의원도 “앞으로 당 정책위와 정무위가 세밀히 따져볼 문제”라며 “아직 기간이 두 달여 남은 만큼 개별 의원이 미리 나서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가계 부채 ‘빚투 경보’

민주당이 공매도 이슈에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가계 부채 문제다. ‘동학 개미’가 주도해 온 상승장 이면에 심각한 가계 부채 문제가 숨어 있어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GDP 대비 100.6%였다. 이는 미국(81.2%)이나 선진국 평균(78%)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근엔 가계 빚과 투자액이 동시에 급증하는 양상도 보인다. 한국은행 ‘2020년 4분기 자금순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 가계의 증권 투자와 금융부채 규모가 동시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자금 조달 규모는 24조원→53조2000억원으로, 주식투자 등 자금운용액은 40조6000억원→83조8000억원으로 1년 새 각각 두 배이상으로 늘었다. 가계가 빚을 내서 마련한 돈이 국내·해외 주식시장에 흘러갔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공매도 같은 증시 요인을 가계 부채 문제와 연동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의 한 보좌관은 “증시에 거품이 껴 있다면 언젠가 하락할 텐데, 그게 연착륙할지 경착륙할지에 따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책통 의원 역시 “향후 글로벌 금리가 인상될 경우 가계 부채가 감당 가능한가도 중요한 문제”라며 “이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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