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성장하는 '독립영화' 발목 잡는 '엉성한 연출작'들
'귀여운 남자' 이병헌 감독 시나리오 원작 홍보 급급
독립영화는 특별한 사건이나 놀랄 만한 이야기, 무엇보다 유명 배우나 감독이 없어도 전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명확해 보이지 않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여기에 세상을 깊이 혹은 다르게 볼 수 있는 연출은, 독립영화도 상업 영화 못지 않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다수의 작품들을 통해 차곡차곡 입증했다. 그러나 최근 '무늬'만 독립영화가 아닌가 하는 작품들도 등장해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독립영화는 일반 상업 영화의 제작 배급 선전을 통제하는 주요 제작사의 소수 독점의 관행에서 벗어나 제작된 영화로 정의된다. 독립영화는 감독의 자체적인 자본 또는 관객들의 모금, 공익적 기금과 같은 비상업적 자본으로 제작되며, 이에 연출진들이 자신의 의도를 외부의 개입없이 영화에 넣을 수 있다.
1988년 독립다큐영화 '상계동 올림픽'을 시작으로 2000년대 '워낭소리'가 독립영화 사상 최초로 2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이후 '똥파리', '한공주', '족구왕',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요', '소셜포비아', '글로리 데이', '우리들', '소공녀', '야구소녀', '찬실이는 복도 많지', '젊은이의 양지' 등이 명확한 주제를 던지며 사랑 받았다. 특히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요'는 480만 관객을 돌파하며 독립영화 사상 최고 스코어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김보라 감독의 '벌새'는 세계 각종 영화제에서 26관왕에 올랐으며 윤가은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은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관왕,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밝은미래상,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선택상, 무주산골영화제 대상, 뉴욕아시안영화제 최우수작품상, 홍콩아시안영화제 뉴탤런트상, 이탈리아토리노영화제 최고 작품상을 수상했다.
'남매의 여름밤'은 지난해 8월, 첫 주 130여 개 남짓한 스크린에서 상영을 시작해 2주차에는 50개 내외의 스크린에서 상영됐지만, 입소문이 나자 N차 관람으로 이어져 2만여명의 관객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같은 독립영화 성장에 찬물을 끼얹는 영화도 여전히 스크린에 걸리고 있다.
사고뭉치 아버지와 사춘기 딸을 둔 가장이자 아내와 이혼하고 남은 건 소심함 뿐인 위기의 남자 기성(신민재 분)의 가족 봉합 프로젝트라고 소개된 '귀여운 남자'는 '스물',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쓴 시나리오 원작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또 유수의 코미디 영화제에서 수상 및 노미네티드 됐다는 소식을 전해 작품성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귀여운 남자'는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한 것은 B급 코미디 감성을 극대화시킨 것이라고 차치하고서도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목소리 싱크가 맞지 않는가 하면, 화면 전화도 매끄럽지 않아 몰입감마저 끊겼다. 이 작품은 부족한 제작비로 아이폰7+ 두 대로 촬영됐다. 이 때문인지 영상의 색감이나 질감도 고르지 않았다.
앞서 '좀비 파이터'는 독립영화에서 좀비 영화에 도전했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지만, 완성도 자체로는 높이 살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바이러스가 출몰한 미래, 좀비들끼리 싸움을 붙이는 ‘좀비 파이터클럽’이라는 불법 스포츠로 돈을 모아 딸 사라(전현경 분)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려는 베인(하준호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좀비들끼리 격투기를 붙인다는 신박한 소재는, 아버지와 딸의 부성애 코드를 위해 사용돼 신선함이 후반부로 갈 수록 희석됐다.
코로나19로 극장가에 관객들의 발길이 끊기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도 신중해지는 이 때, 저예산을 핑계로 작품의 완성도를 위한 고민을 깊이 하지 않는다면, 독립영화의 성장을 더디게 만들 뿐이다. 독립영화 제작을 결정했다면, 모두 저마다의 제한된 출발점에 서게 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연출과 주제의식이 겸비된 독립영화들이 노력으로 만들어낸 지표가 엇갈리지 않도록 제작진들의 책임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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