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활권 하남 '10억 시대' 5호선 효과 톡톡

정다운 2021. 1. 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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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 '오지'에서 '요지'로
하남시 부동산 시장은 교통 호재와 3기 신도시 개발 기대감과 맞물려 투자 열기가 여전하다. 사진은 3기 신도시로 지정된 하남 교산 일대. <매경DB>

요즘 수도권에서 부동산 투자 열기가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한 곳이 하남시다. 3기 신도시 지정에 지하철 개통 등 여러 호재가 쏟아진 덕분이다. 서울 접근성이 좋아진 한편,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대기 수요가 유입되면서 하남시 집값을 꾸준히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 역시 최근 발간한 ‘KB부동산 보고서’에서 서울·수도권 주거용 부동산 가운데 올해 투자 전망이 밝은 지역 중 한 곳으로 하남을 꼽았다. 보고서는 “3기 신도시 지정과 5호선 추가 연장으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최근 하남시 개발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고, 3기 신도시 구역 중 가장 선호도 높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남, 교통 개선과 함께 선호도 증가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에서도 하남이 유독 눈에 띄는 투자처로 지목되는 이유는 ‘입지’ 때문이다. 하남시는 행정구역상 경기도에 속하지만 올림픽대교 끝단에 위치해 강남과 접근성이 좋고 서울 강동구와 바로 맞닿아 있어 ‘준강동권’으로 통한다. 한강 조망에 자연환경을 직접 누릴 수 있는 데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전체 지역의 77.2%를 차지해 대규모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물리적 여건도 두루 갖췄다.

그럼에도 과거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뎠던 하남. 하지만 택지지구가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유망 투자처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기존 도심은 하남 덕풍동 일대로 1980년대부터 주거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후 미사강변지구 남쪽 풍산지구가 개발되면서 종전 신장지구 수요가 상당수 이동했다. 그러다 지난 2009년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가 지정됐고, 이곳이 이후 ‘미사강변도시’로 이름을 바꾸면서 하남 부동산이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제 하남시에는 미사강변도시, 위례신도시, 감일지구, 풍산지구, 교산지구 복합단지 조성 등 대규모 공동주택 사업지만 약 929만㎡(약 281만평)에 달한다.

교통 여건도 괜찮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는 서울 생활권 입지로 자가용을 이용하면 강남까지 20분대, 잠실까지는 10분대에 이동이 가능하다. 43번 국도를 이용하면 서울 동부권, 강남권, 하남 시가지 이동도 편리하고 올림픽대로, 서울외곽순환도로, 중부고속도로 등 광역교통망 이용이 쉽다. 다양한 인프라가 구축되고 입지가 부각된 덕분에 인구 유입도 크게 증가했다. 하남시는 인구 27만1574명, 총 9만3741가구(지난해 11월 기준)가 상주하는 자족도시로 탈바꿈했다. 1990년 이전만 해도 인구 10만이 채 안 되던 곳이다.

여기에 지하철 5호선 하남선 연장선이 개통하면서 그간 한계로 지적되던 대중교통 인프라가 한결 해소됐다. 하남선은 서울 지하철 5호선 기존 종점인 서울 강동구 상일동역에서 강일지구, 하남시 미사지구·덕풍동·창우동을 지나는 노선이다. 사업비 규모만 6226억원. 총 7.73㎞ 구간에 5개 역(서울 1개, 경기 4개)이 신설되는데, 이 중 상일동역부터 미사역(신설)을 거쳐 하남풍산역(신설)에 걸친 4.7㎞ 구간이 지난해 8월 개통했다.

2015년 공사에 나선 지 5년 5개월 만이다. 하남선 2단계인 하남풍산역~하남시청역~하남검단산역 2.9㎞ 구간도 올 상반기 개통을 목표로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9호선 5단계 추가 연장 사업이나 3호선 연장 사업도 논의가 활발하다. 어쨌든 당장 신설역 2곳이 개통한 것만으로도 서울 접근성은 크게 개선됐다. 천호역과 잠실역에서 환승하면 하남풍산역에서 강남역까지 47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5호선 개통·9호선 기대감에 수억 급등

교통 인프라가 속속 갖춰지면서 최근 몇 년간 하남시 집값은 쉬지 않고 올랐다. 해마다 집값이 수억원씩 급등한 시기도 있다. 정부가 2018년 하남시를 처음 투기과열지구로 묶고, 이후에도 주택 시장 규제를 강화했지만 하남 부동산 매수세는 미사강변도시와 위례신도시를 중심으로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하남선 1단계 연장 노선이 들어선 미사강변도시와 풍산지구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특히 많이 올랐다. 구축 기준 지난해 초 대비 3억~4억원, 신축 기준으로는 5억~6억원가량 뛴 상태다.

덕풍동 ‘하남풍산아이파크5단지(2008년 7월 입주)’에서는 전용 84㎡ 2채가 지난해 11월과 12월 연달아 9억6000만원(9층, 10층)에 팔렸다. 앞서 같은 해 6월 실거래 가격이 처음 8억원을 넘긴 뒤 반년 만에 시세가 1억6000만원 뛰었다. 2018년에는 6억원대, 2017년에는 4억~5억원대에도 거래되던 아파트다. 입주한 지 만 12년이 지나 신축 아파트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단지가 하남풍산역 바로 앞에 위치한 덕에 집값이 급등했다. 최근에는 같은 평형을 10억~10억5000만원에 팔겠다는 집주인도 나타났다. 바로 옆 단지 ‘삼부르네상스(2008년 8월 입주)’ 전용 101㎡는 지난해 12월 10억8500만원에 팔렸고, 앞서 11월에는 11억9500만원에 주인을 찾기도 했다.

미사역과 아주 가깝다고 할 수 없는데도 실거래 가격이 10억원을 훌쩍 넘긴 30평대 아파트도 있다. 하남시 대장주로 꼽히는 ‘미사강변센트럴자이(2017년 2월 입주)’ 전용 84㎡는 지난해 12월(8층)에 계약서를 썼다. 11월 직전 거래(12억3500만원, 8층)보다는 다소 시세가 빠졌지만 2014년 최초 공급 당시 5억2438만원, 3.3㎡당 평균 1349만원에 분양됐던 아파트다. 하남에서도 한강변에 위치한 망월동 ‘미사강변푸르지오(2016년 4월 입주)’ 전용 84㎡ 2채는 지난해 8월 각각 10억7000만원(3층), 9억9000만원(4층)에 팔렸다. 앞서 7월 11억5000만원(14층), 12억원(22층)에도 거래된 후 시세는 다소 주춤하지만 입주 이후 집값이 두 배 넘게 뛰었다.

풍산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잇따른 정부 규제로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수요는 줄었지만 교통 여건 개선 기대감에 호가가 꾸준히 올랐다”고 설명한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3기 신도시 청약 대기 수요와 임대차 3법 영향 등으로 전셋값도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아파트뿐 아니라 비(非)아파트까지 품귀 현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남시 부동산은 당분간 호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5호선 하남선 2단계 연장 구간이 연말이면 개통하고 강남까지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기본 계획도 지난해 4월 국토부 승인을 받아뒀다. 중앙보훈병원역~고덕강일1지구에 이르는 도시철도 9호선 4단계 연장 사업은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서울 접근성이 좋아질수록 하남 아파트 주거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주거 선호도가 높아지는 동시에 올 7월부터 시작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대기 수요는 당분간 하남시 집값·전셋값을 떠받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는 올 7월부터 3기 신도시 6만가구에 대한 사전청약을 받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 3기 신도시의 지구별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하남 교산(20%)이 고양 창릉(17%), 과천(17%), 남양주 왕숙(15%), 부천 대장(13%), 인천 계양(11%) 등에 앞서 1등이다. 3기 신도시 예정지 가운데 교산신도시가 서울 강남까지 가장 가깝고 전철 교통망도 뛰어난 덕분이다. 국토부는 ‘송파~하남도시철도’ 노선을 만들어 교산신도시에 지하철역 3개를 신설하고, 이 노선을 지하철 3호선 오금역과 5호선 하남시청역과 연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모두 강남권으로 이어지는 전철이다. 단 3기 신도시에 청약해 당첨되려면 본청약 시점(2023년)까지 하남시 거주 기간이 2년 이상이어야 한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2호 (2021.01.13~2021.0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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