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재난지원?.."재정 화수분 아니다" 洪 부총리 소신 데자뷰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면 이번이 ‘3차’다. 정부가 11일 지급하기 시작한 긴급 재난지원금 얘기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전 국민에게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은 2~3차 지원금 때 소상공인 등 선별 지급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정치권에선 벌써 ‘4차’ 지원금 지급 논의가 활발하다. 다시 전 국민을 상대로 돈을 풀어야 한다는 취지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경기 진작 필요가 생기면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도 검토할 수 있다.”(1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대한 빨리 4차 재난지원금 논의에 착수하자. 지급 방식은 지역 화폐를 통한 전 국민 보편지급이어야 한다.”(5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통이 극심한 업종·개인에 대한 3차 재난지원 패키지에 더해 전 국민 재난위로금 논의를 제안한다”(4일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여당은 그동안 피해 계층을 중심으로 한 선별 지원 방침을 분명히 해왔다. 그런데 불쑥 전 국민 지급 논의를 들고나왔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둔 선심성 발언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효과부터 불투명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 국민에게 나눠준 1차 지원금(14조원) 가운데 소비 증대로 이어진 효과가 지원금의 30% 안팎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나라 곳간 사정도 여의치 않다. 국가채무는 지난해 847조원에서 올해 956조원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추경)만 4차례 편성했을 정도로 ‘재정 중독’ 상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피해 정도가 산업ㆍ계층ㆍ직종별로 다르고, 일명 ‘K자형’ 양극화로 빈부 격차가 심화하는 상황”이라며 “모든 국민에게 일괄ㆍ균등하게 현금을 뿌리는 지원 방식은 정당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마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지급이 불가피할 경우, 정부 재정도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한정된 재원이라면 피해계층 지원을 두텁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의 발언과 지난해 3월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 당시 당정 갈등이 겹쳤다. 당시 홍 부총리는 당정 협의에서 “지급 범위를 소득 하위 50%로 제한해야 한다. 기록으로라도 (반대) 의견을 남기겠다”며 전 국민 지급에 반대했다. 하지만 결국 청와대·여당의 뜻을 꺾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홍 부총리의 소신은 임기 내내 번번이 정부·여당의 완력에 밀렸다.
홍 부총리가 나라 곳간을 지키고, 정책 효과를 따져보자는 소신을 접은 건 아쉽다. 당정을 설득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하지만 청와대·여당의 힘이 훨씬 더 센 만큼 한계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컨트롤타워는 경제부총리”라고 강조해왔다. 이제는 처음도 아니고 4차 지원금을 풀자고 한다면, 경제 사령탑의 “국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란 우려를 한 번쯤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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