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뒤집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홍기표 2021. 1. 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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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 바칼 지음 '룬샷'을 읽고

[홍기표 기자]

'문화보다 구조, 혁신보다 설계가 중요하다'라고 시작하는 책 <룬샷>은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저자는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자였지만 제약회사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13년 간 대표이사로서 신약개발과 IPO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이후에 다양한 분야에서 경영 자문을 하고 있다. 그의 이력대로 이 책이 가지는 매력은 '상전이', '동적평형', '임계질량'과 같은 물리이론을 경영에 접목한 것이다.

시중에 나온 수많은 경영서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구조와 경영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성공이라는 결승점을 통과하기 위한 지침을 알려준다. 이 책 또한 여느 다른 경영서와 다를 바 없이 동일하다. 다만, 앞서 밝힌 것과 같이 이 책은 성공 전략으로 물리 이론을 가져와 다른 책들과 차별화된 이론과 공식을 전달한다. 

'룬샷'은 무엇인가
 
 <룬샷> 표지
ⓒ 흐름출판
 
우리는 발을 땅에 딛고 별을 보는 존재이다. 오늘 없는 미래는 없으며 미래는 또 다른 오늘이다. 인생을 잘 산다는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겠지만 주어진 오늘에 충실하고 준비된 자세로 미래를 맞이한다고 할 수 있다. 계획대로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계획과 실행이라는 과정에 충실할수록 목표에 가까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도전 없이는 어떠한 성취도 없다.

저자는 특정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보다는 훌륭한 아이디어의 배양과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바로 태도의 문제다. 기존의 판을 뒤집는 아이디어(룬샷)를 배양하고 기존의 사업과 신규 프로젝트가 잘 교류할 수 있는 환경(동적평형)을 유지하면 판을 뒤집는 성장 발판(상전이)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아주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이 책의 매력은 우리는 왜 이 당연한 것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이 유전자를 갖출 수 있는지 납득할 만한 이론으로 설명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다. 익숙한 것, 그것도 오랜 시간 축적된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큰 힘이 작용해야 이 관행이라는 관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 큰 조직일수록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룬샷을 배양하는 일 또한 관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책에서는 '연봉 상승률'과 같은 다양한 변수로 만든 혁신 방정식이라는 것을 제시해 정량화한다. E=MC^2 같은 방정식으로 사내정치와 프로젝트 기여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조금 의아하기도 했으나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제도 수립에 도움이 될 만했다.

굳이 복잡하게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기업에 현금 유동성이 중요하듯이 아이디어 또한 흘러야 된다. 그것을 멈추게 하는 것을 덜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 같은 조직으로 가면 조금 허황된 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 개인으로 관점을 돌려보자.

'실행이 답이다'라는 아주 흔해진 가르침을 아이디어는 흘러야 된다고 바꿀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내 안에서 묻히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흘러나와서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어야 된다. 그래야 또 다른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도전과 실패 그리고 분석과 인내를 통해서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비옥한 토양을 만들자

이렇게 저자는 '문화보다 구조, 혁신보다 설계'라는 의미로 울창한 나무를 키우는 데 집중하는 것보다 비옥한 토양을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주장한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레이더 개발, 항암 치료제와 인슐린 개발, 미국 항공 업계의 흥망성쇠, 폴라로이드 사진 등의 예시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과학자 출신답게 실험을 통해 검증된 이론은 '룬샷'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식의 전환과 인내를 갖출 때 누구에게나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고 말해준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호모 데우스>에서 열린 시스템(조직)만이 성장하고 유지되어 왔다고 했다. 다양성이 확보되어 그 안에서 새로운 화학반응이 이루어져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자신도 지금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내가 아는 분야에만 매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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