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또 '최초' 기록..여성 신도 위해 교회법 개정
여성과 무슬림의 발을 씻겨주고 성 소수자를 끌어안은 최초의 교황. 호화 관저 대신 다른 성직자들과 게스트 하우스에서 생활하고, 고급 리무진 아닌 소형차를 선택한 최초의 성자(聖者). 프란치스코(85) 교황 이야기다. 그에게 붙는 ‘최초’라는 수식어는 이 밖에도 ‘남미 출신’ ‘예수회 출신’으로 다양하다. 그리고 지난 11일(현지시간), 하나를 더 추가했다. 미사에서 여성 역시 공식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회법을 수정하면서다.
이로써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에서 여성의 역할을 인정한 최초의 교황이 됐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11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교회법 개정으로 여성 역시 성경 봉독과 성찬식 나눠 주기 등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진 남성 신도들만 수행 가능했던 역할이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여성들은 미사 봉사에 참여해왔다. 하지만 가톨릭 교회는 ‘자격을 갖춘 남자 평신도’만 독서자(성경 봉독을 맡은 자) 등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규정한 ‘교회법 230조 1항’을 그대로 두었다. 성차별에 해당할 수 있는 이 조항을 처음 바로잡은 이가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교황은 공표 문서에서 “여성들이 교회에 쏟은 귀중한 공헌을 인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교황청은 “여성이 사제나 부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사를 집전하거나 강론, 세례성사 등은 안 된다는 것이다. 2016년 ‘여성 부제’를 허용할지 검토하는 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여성 사제’를 둘러싼 토론을 해왔지만, 아직 확대해석하긴 이르다는 메시지다.
그럼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2013년 이후, 가톨릭 내 여성의 지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지난해엔 교황청 관료 조직의 심장부로 꼽히는 국무원 중 제2 외무차관 자리에 이탈리아 출신 여성 프란체스카 디 지오반니(67)가 임명됐다. 국무원은 국무부·외무부·외교인사부 등 3개 부처로 구성되어 있으며 교황의 직무를 측근에서 보좌하는 기구다. 이런 국무원의 차관 이상 고위급에 여성이 임명된 건 역사상 처음이었다.
2019년 세계적으로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Too)’ 열풍이 불 때,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 가톨릭 사제들이 수녀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처음 인정했다. 또 전임인 베네딕토 16세 시절, 성폭력 문제로 한 여성 수도회를 해산시켰던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여성 학대는 심각한 문제”라며 “여성이 ‘이류시민’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문제가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민감한 문제에 있어서도 강단 있게 소신을 피력해왔다. 그가 세상에 던진 또 다른 화두는 성 소수자 문제다. 2013년 즉위 직후 그가 남긴 “동성애자가 선한 의지를 갖고 신을 찾는다면 과연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며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가톨릭에선 동성애를 ‘죄’로 규정했지만, 그는 “그들도 결국 하나님의 자녀”라며 교회가 이들을 비참하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에서도 “동성애자들도 가정을 이룰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 출신 철도노동자 가정의 5남매 중 한 명으로 태어났다. 22세에 예수회에 입문해 수도사의 길에 들어섰고, 2013년 다섯 차례의 콘클라베(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의 선거회의) 투표 끝에 교황으로 선출됐다. 2014년 미국 경제지 포천(Fortune)지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김학의 불법 출금, 대검도 개입" 내부 증언 쏟아졌다
- [단독]백신 맞은 미군부대 한국인 "왼팔 스치기만해도 통증"
- "아빠가 아이 던졌어요" 친모 서툰 한국말에 뒤집어진 순창
- "첫사랑의 얼굴" 찬사...中CCTV 시청률 대박 터뜨린 여기자
- "125만원어치 치킨 먹고 한 푼 안냈다"...공군부대 치킨 갑질 논란
- 김종인 "윤석열 '별의 순간' 왔다...안철수 더는 거론도 말라"
- '스위트홈' 다음은?…K웹툰의 진격은 올해도 계속
- 손흥민 아스널전 감아차기, 4달 연속 '토트넘 이달의 골'
- "윤가는 나서는 성격 아니다"…윤석열 대망론에 갈린 파평 윤씨
- 김진욱, 노무현탄핵 기각 비판했다..."이러면 파면 불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