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과신하다 3차 대유행.. 땜질식 대응에 신뢰도 깎여

송경모 2021. 1. 1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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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하지만 않는다면 우리의 방역체계는 바이러스 확산을 충분히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2일 "확진자가 적었던 4~7월에 전국 단위의 표본감시체계를 운영해야 했다"며 "잠재된 감염을 파악하지 못한 나머지 3차 유행이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0일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 "7월엔 국내 확진자 수가 적어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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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년, 우리가 들어야 할 목소리' ②지금도 사투 중인 사람들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와 헬스클럽관장연합회 회원들이 코로나19 관련 집합금지 조치 완화를 촉구하는 촛불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심하지만 않는다면 우리의 방역체계는 바이러스 확산을 충분히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K방역이 세계의 표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겨울철 대유행에 대비해야 한다며 “공공보건의료 체계와 감염병 대응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8개월이 지났다. 우려했던 3차 대유행은 두 달간 4만명가량의 확진자와 600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내고도 끝나지 않았다. 한동안 중환자 병상은 바닥을 보였고, 8명의 국민이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숨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거듭된 경고에도 중·장기 대책 없이 임기응변으로 일관하다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검사 정책에는 중·장기적 안목이 아쉬웠다. 증상 중심의 검사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실제 지침 변경은 지난달에야 이뤄졌다.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도 비슷한 시기 문을 열었다. 잠재된 감염을 가늠하기 위한 항체가 조사는 앞서 4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실시됐지만 표본이 적어 대표성에 문제를 드러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2일 “확진자가 적었던 4~7월에 전국 단위의 표본감시체계를 운영해야 했다”며 “잠재된 감염을 파악하지 못한 나머지 3차 유행이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일한 진단은 아쉬운 대응으로 이어졌다. 섣부른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대표적이었다. 거리두기 체계 개편 이전인 10월 12일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1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지만 확진자도 함께 늘었다. 연일 10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나와 1단계 기준을 초과했다.

거리두기 강화도 늦었다. 11월 1일 정부는 거리두기 체계를 기존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했다. 그러나 새로 마련된 1.5단계 기준을 충족한 강원도에는 “영동과 영서 지역의 감염 양상이 다르다”며 거리두기 상향을 미뤘다. 전국의 확진자 수가 2.5단계와 3단계 기준을 차례로 넘겼음에도 단계 상향 대신 매뉴얼에 없는 ‘2단계+α’와 ‘연말연시특별방역대책’ 등을 내놨다.

백신 늑장 확보 논란도 일었다. 당초 안전성을 이유로 들며 신속한 백신 확보에 회의적이던 정부는 3차 유행과 함께 ‘백신 실기론’이 대두되자 뒤늦게 속도를 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0일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 “7월엔 국내 확진자 수가 적어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경제 핑계를 대는 동안 유행이 길어졌고, 역설적이게도 국민이 겪은 고통의 총량은 커졌다”고 비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정부 스스로 만든 체계를 지키지 않고 말을 뒤집으며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의료 체계의 ‘획기적 강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달 15일 수도권을 통틀어 가용한 코로나19 중환자 치료 병상은 3개에 불과했다. 정부는 뒤늦게 상급종합병원들에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내리고 거점전담병원을 확충했다. 그러나 이미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숨진 국민들이 나온 뒤였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상황이 나빠질 때에 대비해 의료자원을 어떻게 조정·배분할지 시나리오를 세워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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