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 그림책 찾으시나요? 이걸 추천합니다

박미경 입력 2021. 1. 1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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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회, 96권 성교육 교재 모니터링 결과 발표

[박미경]

본 기사는 14회 서울여성문화축제의 일환으로 연재되는 기획 기사입니다. 대한민국 성교육의 현재,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다양한 경험이 있는 주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N번방과 같은 사회의 성폭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교육이 대안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성교육이 대안이 되기 위해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성교육을 돌아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성교육이 필요할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본 기사는 세 편의 연재 기사 중 마지막 기사로 직접 아이들을 만나는 성교육활동가로서 겪었던 성교육 실태 속 고민과 대안에 대해 얘기합니다. - 기자주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000명을 넘어서자, 국내 코로나19 재확산 기세를 꺾기 위해 2020년 12월 24일부터 연말연시 특별 방역대책이 본격 시행됐다. 수도권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발동됐고, 2021년 1월 3일까지였던 특별 방역대책이 1월 17일까지로 연장됐다. 이에 내 모든 일정도 연기 혹은 취소됐다.

그럼에도 올해 줌을 활용해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에 진행하는 모임이 있다. 바로 서울여성회 지부 노원여성회(아래 '노원여성회') 교육활동가 모임이다. 매년 초 진행하는 '찾아가는 성인권 교육'을 준비하느라 한창이다. 두 시간으로 예정한 모임시간은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

성교육이 절실한 사람들

노원여성회는 2018년에 노원노동복지센터와 공동주관으로 어린이·청소년 성평등 교육활동가 양성과정을 진행했다. 폭발적인 관심과 참여가 있었다. 어린이·청소년 성평등 교육활동가 양성과정은 원래 정원 30명이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많은 지역 활동가 및 주민들이 신청한 것이다. 수강신청을 66명이나 했다. 몰라보게 높아진 성평등 교육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양성된 노원여성회 교육활동가들은 노원희망자람네트워크 지원으로 진행되는 '찾아가는 성인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찾아가는 성인권 교육은 5명 이상이면 교육신청이 가능하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교육이 가능하다. 한 팀 당 4차시 교육을 진행한다. 참가자들 모두 4차시 참석이 가능해야 한다. 참고로, 1차시는 몸, 2차시는 성, 3차시는 성폭력 예방, 4차시는 성평등에 대해 진행한다. 팀을 구성할 때는 6~7세 어린이, 1~3학년 초등학생, 4~6학년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성인 이렇게 구분해서 팀을 구성해야 한다.

찾아가는 성인권 교육 홍보물을 올리자마자 신청은 쇄도했다.

성교육이 불온하거나 내 문제가 아닌 사람들

그러나 이렇게 성평등교육의 필요를 느끼는 반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
노원여성회가 노원노동복지센터와 어린이·청소년 성평등 교육활동가 양성과정 현수막을 게시했을 때, 몇 차례 항의전화가 왔다.

"현수막 보고 전화드리는데요. 거기서 진행한다는 성평등 교육이 무슨 내용으로 하는 거죠? 그거 동성애자 양산하는 교육하는 거 아니에요?"

#2.
찾아가는 성인권 교육은 신청도 뜨거웠지만 만족도도 뜨거웠다. 신청한 양육자들, 참가한 어린이 및 양육자들 모두 새롭게 알게 되고 그동안 궁금했던 내용이 풀리는 성평등교육에 홀릭했다.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은 1차시만 진행하지 않는다. 1차시만으로는 충분히 교육내용을 다루지 못하고 효과도 적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말했듯이 성인권 교육을 4차시로 진행한다. 그중 2차시 성을 다룰 때 동성애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다루는데 그 아주 간단하게 다루는 것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교육내용 중에 동성애에 대한 내용도 있나요? 그럼 우리 아이는 빠질게요."

#3.
2010년 즈음 영등포에서 아동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그 사건을 보고 서울여성회는 여성과 아동이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5인 이상의 부모가 모여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한 부모의 역할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고, 성평등마을아카데미, '아동 성폭력 예방은 지역사회의 몫입니다'와 같은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했다.

난 지역활동가로서 맨 처음 '아동 성폭력 예방은 지역사회의 몫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마주했을 때 뭔가 얻어맞은 듯했다. 그런 생각은 전혀 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해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하지 못하는) 검찰과 경찰의 몫이 있지 무슨 지역사회의 몫이지?'라고 생각했다.

그 슬로건을 마주한 이후 난 서울여성회에서 진행하는 CPTED(범죄예방환경설계)에 대한 교육이 열리면 가능한 대로 참석했다. 서울여성회는 영등포 전 구역을 대상으로 CPTED 기반의 지역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그 결과 범죄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CCTV와 같은 물리적 환경의 개선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작은 도서관과 같은) 만남의 공간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CPTED 개념을 적용해 동네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자고 결정했다. 영등포에서도 이런 공간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됐던 대림동을 선정해 도서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그것이 언니네작은도서관이다.

노원에서도 그런 인식을 전파하고 싶었다. 하지만 양육자들의 호응은 없었다.

"성평등교육은 저흰 다 받았죠. 이건 애들이나 받아야 하는 거죠."

양육자들, 일상에서 성교육 길을 잡을 수 있는 성평등 그림책을 찾다

2020년에 경기 성남시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만 5살 여자아이가 또래 남자아이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파문이 일었었다.

이후 노원여성회에도 관련 문의와 7세 이하 어린이 성교육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이에 노원여성회는 '6~7세 어린이 성교육 이렇게 하세요!' 기획특강을 마련했다. 그 강의는 홍보물을 올리자마자 하루 만에 신청자가 150여 명을 넘어서 서둘러 신청을 마감했다. 성교육에 대한 필요와 욕구가 엄청 높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지아 서울여성회 부회장을 모시고 진행된 교육에서 양육자들이 보여준 집중력은 대단했다. 한순간도 놓칠세라 교육내용에 집중했고 질문도 끊이지 않았다. 여러 가지 질문들이 많았는데,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을 성평등책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이 많았다. 이전에 노원여성회가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린 '추천하는 그림책' 글을 공유해 드리니 엄청 고마워하셨다.

서울여성회는 아동청소년 성교육의 방향과 기준을 만들기 위해 그림책과 성교육 교재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미뤄왔던 이 작업을 빠르게 해야겠다 생각했다.

서울여성회, 여성인권으로 본 어린이책 모니터링 및 개선 사업 진행

2020년 서울여성회는 서울시 비영리단체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여성인권으로 본 어린이책 모니터링 및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서울여성회는 이 활동을 통해 성교육의 현재를 살펴보고자 했다. 성교육을 위한 교재라면 어떠한 내용과 가치, 철학을 담고 있어야 하는지 기준을 세우고자 했다. 또한 유네스코에서 나온 성교육 가이드인 '포괄적 성교육'과 성교육 해외 사례를 검토함으로써 성교육의 내용에 따라 그것이 어린이·청소년의 성행동과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 한국 사회에 필요한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성에 대한 여러 가치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성교육이 아닌 일관되고, 과학적이며, 어린이·청소년의 인권과 성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은 무엇인지 기준과 근거를 마련하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

연도별로는 2000년대 이후로 출판된 것,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 기준으로 세일즈 포인트가 높은 책, 즉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책들을 기준으로 96권을 선정했다. 세일즈 포인트를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그만큼 많이 읽히고, 대중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먼저 성교육 교재를 성평등 시각에서 분석하기 위한 지표를 개발했다.

모니터링 지표는 크게 5가지 항목으로 '몸, 성, 성폭력 예방, 성평등' 네 가지 내용을 다룬 책의 글이나 삽화에서 '자기 존중과 다양성 인정', '성에 대한 인식', '성별과 성역할에 대한 인식', '폭력 예방', '연령 적합성'에 관한 세부 항목으로 분석했다. 어떠한 곳에도 해당되지 않으나 분석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그 외 기타 부분에 작성하도록 했다.

지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각 책에 대한 총평을 내리며 추천도서인지, 비추천 도서인지, 해당사항이 없는지 분류했다. 추천도서 목록은 아래와 같다.

서울여성회 PICK! 성교육 추천도서 LIST!

1) 다양하고 소중한 몸

우리 몸은 다양하다. 그리고 소중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자꾸 마른 몸, 커다란 몸, 여자다운 몸, 남자다운 몸 등으로 구분 지으며, 한 가지 기준만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게 한다.

성교육에는 성장하고 변화하는 몸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해 긍정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몸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문제점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몸에 대한 책을 고를 때>
- 몸과 성을 다룰 때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 글과 삽화에서 특정한 몸과 성만을 정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서울여성회가 추천하는 '몸' 관련 성교육 그림책
ⓒ 서울여성회
 
2) 자연스럽고 당당한 성

우리 모두는 성적인 존재이며, 성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성이 '모두의 것'으로 여겨 지지는 않는다. 성 욕구는 어른의 것, 남성의 것, 비장애인에게만 있다고 생각한다. 성을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인식 때문에 많은 경우 성에 관한 정보를 왜곡해서 접하게 되거나 필요한 지식을 배우기 어렵다.

성교육에는 성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어야 하며 자연스럽고 당당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또한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개념을 통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성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에 대한 책을 고를 때>
- 성을 자연스럽고 당당한 것으로 인식한다.
- 글과 삽화에서 특정한 몸과 성만을 정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 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 공포 등을 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 성별에 따라 다른 잣대(이중 잣대)를 강조, 강요하지 않는다.
- 성별이나 나이에 따른 성역할고정관념을 강조, 강요하지 않는다.
  
 서울여성회가 추천하는 '성' 관련 성교육 그림책
ⓒ 서울여성회
 
3) 성폭력 예방하기
<성폭력에 대한 책을 고를 때>
- 성과 관련된 폭력의 근본 원인을 '참을 수 없는 성 욕구'에서 찾지 않는다. 성폭력은 위계와 힘, 권력의 문제임을 정확히 지적한다.
- 다양한 관계에서 건강한 경계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 성폭력 예방을 위해 성적자기결정권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고 내 권리와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 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 공포 조장으로 성폭력 심각성을 해설하지 않는다.
-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성폭력 책임을 피해자에게서 찾지 않는다.
- 피해자를 아무것도 못 하는 무력한 사람, 수동적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 가해자를 특별한 계층, 나이, 직업, 인종으로 묘사하거나 악마화하는 등 고정된 이미지로 그리지 않는다.
- 성폭력의 책임은 가해자에게 있다.
- 제대로 해결한다면 성폭력은 치유 가능한 일임을 알려준다.
 
 서울여성회가 추천하는 '성폭력 예방' 관련 성교육 그림책
ⓒ 서울여성회
 
4) 행복한 성을 위한 성평등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강조하고 그 차이에서 서열을 매기면서 다르게 대우할 때 우리는 그것을 성차별이라고 한다. 성역할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성평등 교육의 시작이다.

<성평등에 대한 책을 고를 때>
- 몸과 성을 다룰 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한다.
- 글과 삽화에서 특정한 몸과 성만을 정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 성별에 따라 다른 잣대(이중 잣대)를 강조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 우리의 다양한 삶을 인정하고 실제와 너무 다른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 성별이나 나이에 따라 성역할고정관념을 강조, 강요하지 않는다.
 
 서울여성회가 추천하는 '성평등' 관련 성교육 그림책
ⓒ 서울여성회
 
5) 불평등한 세상을 바꾼 사람들 이야기
서울여성회는 성교육 교재 모니터링을 몸, 성, 성폭력 예방, 성평등 등 네 가지 기준에 맞춰서 모니터링을 진행했으며, 이 파트에서 소개되는 책은 성평등을 위해 활동한 '사람'들에 대한 책을 소개한다.
 
 서울여성회가 추천하는 성교육 그림책
ⓒ 서울여성회
 
어린이·청소년, 성인까지 전 시기에 걸친 정기적인 성교육 이뤄져야

성교육이 예전보다는 많이 확대되고 있고, 폭력 예방 교육이 의무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성교육은 개별 학교 현장에 맡겨져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해결이 필요하다. 교육부와 여성가족부가 나서서 포괄적 성교육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각 학교에 훈련된 전문 강사를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린이·청소년 전 시기에 걸친 정기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 개발도 필수적이다.

또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교육과 현실이 괴리되지 않도록 양육자 등 시민들을 향한 교육도 확대,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성교육을 받고서도 일상으로 돌아가면 변화하지 않은 사회, 양육자와 교사, 또래 문화에 그대로 다시 영향을 받는다. 오히려 성교육을 제대로 받은 아이가 이상한 아이로 취급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성인교육이다. 지역사회에서 어른들이 먼저 성평등 관점을 갖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지금은 지역에 따른 교육 자원과 소득 수준, 교육자의 개인적 관심에 맡겨져 있어서 누군가는 혜택을 받고, 누군가는 그렇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여기서 경제적 격차가 정보의 격차, 성교육 여부로 나타나게 되고 피임에 대한 지식과 정보 전달의 격차로 이어지곤 한다. 폭력 예방과 안전 또한 이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보편적 교육으로서 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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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movie1998)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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