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픽사 김재형 애니메이터 "힘든 사람들, '소울'로 치유했으면"(종합)

박정선 2021. 1. 1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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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즈니 픽사의 한국인 애니메이터 김재형이 영화 '소울'이 선사할 위로에 대해 이야기했다.

디즈니 픽사의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12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의과대학 출신으로 애니메이터가 된 사연, 픽사에서 애니메이터가 맡는 역할, '소울'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전했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애니메이터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2003년 미국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2006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이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등을 거쳐 2008년 픽사에 입사했다. 픽사에서 '라따뚜이'(2007), 'UP'(2009), '토이스토리3'(2010)부터 '코코'(2017), '토이스토리4'(2019)까지 국내 관객은 물론 전 세계 관객이 사랑한 작품에 참여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저마다의 성격을 갖춘 영혼이 지구에서 태어나게 된다는 픽사의 재미있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소울'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된 조와 지구에 가고 싶지 않은 영혼 22가 함께 떠나는 특별한 모험을 그린 영화다. 국내 496만 관객을 동원한 '인사이드 아웃'을 통해 딸의 감정에 대한 호기심으로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라는 설정과 다섯 가지 감정을 의인화한 캐릭터를 만들어 낸 피트 닥터 감독이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트와 영화 '소셜 네트워크;로 제83회 아카데미, 제68회 골든 글로브 음악상을 수상한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가 참여해 특별함을 더한다. 제73회 칸 영화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자신의 역할을 "캐릭터 애니메이션. 캐릭터 애니메이터들은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처럼 나오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만들고 움직이고 여러 가지 화면 안에서 움직이는 것들을 만들어내는 그런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 안에서 애니메이터라고 하면 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만 칭하게 된다. 캐릭터 애니메이터라고 보기도 한다. 화면 안에 있는 인물이나 사물, 동물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연기를 시키는 일을 한다"면서 "다른 부서 같은 경우는 컴퓨터 화면 안에 조명을 담당하는 일을 하는 분들도 있고, 카메라 촬영하는 분들도 있다. 배경을 만들어내는 분들도 있다. 인형극처럼 캐릭터가 이미 만들어져있다. 보이지 않는 뼈대가 심어져 있고, 저희가 가상으로 잡고 돌리는 거다. 다양하게 분야가 나눠져 있다"며 분업화된 시스템을 설명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의과대학을 졸업해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독특하고 화려한 이력으로 관심을 모은다. 이같은 길을 걷게 된 이유를 묻자 "의대를 들어가고 졸업한 후 병원에서 일을 하는 것들은 정해진 순서다. 일단 들어가면 대부분 그 길을 가야 한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것에 대해서 갖고 있는 구체적 생각이 별로 없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일단 시험을 봐서 여러 가지로 주위에서 바라는 부분도 있고 해서 가게 됐다"면서 "계속 일을 하면서 일에 대해 열의가 줄어들게 됐다. 결과도 만족할 만한 것들이 잘 안 나왔다. 왜 그런지에 대해 한참 생각했다. 결국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는 결론이 났다. 내가 처음부터 결정해서 일을 선택해 할 수 있다면 오랫동안 즐겁게, 결과도 좋게 나오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병원을 그만두고 나와서 어떤 것이 좋을지 계속 생각했다. 이전에 취미로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서 휴학하고 공부도 했던 게 애니메이션 분야다. 그걸 계속 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공부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렇게 꿈을 이루게 된 김재형 애니메이터. 분명 쉽지 않지만 즐거운 일을 하고 있다고. 그는 "사실 쉽지는 않다. 일 하기 전, 공부를 하고 직장을 구하려고 하는 과정은, 좋아서 하는 일이라도, 어떤 이나 다 비슷한 과정이다. 굉장히 힘들었던 때도 있다. 일을 시작한 후에도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거나, 직장에서도 치열한 부분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근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평균적으로 굉장히 즐거운 일이었다. 이 일을 내가 좋아서 결정했다고하지만, 지금 후회가 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매일이 좋고 이렇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항상 즐거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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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주도 하에 애니메이터들의 아이디어가 모이고 모여 픽사가 선보여온 명작들로 탄생하게 됐다. 구체적 과정과 가장 신경 쓰는 부분에 대해 묻자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가상의 캐릭터이지만, 이미 스토리 라인이 나와있다. 감독이 원하는 캐릭터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고, 어떤 성격이고, 어떤 연기가 나왔으면 좋겠는지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 최대한 맞춰서 잘 어울릴 수 있게 만들어 내려고 노력한다. 큰 영화 작업 같은 경우는 미리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작업이 시작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애니메이터들도 나름대로 해석해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럼 그걸 적용해서 살을 붙인다. 후반부에 가면 그럴 듯한, 살아있는 듯한 캐릭터를 만들게 된다"고 했다.

살을 붙이는 작업이 계속해서 이어질 정도로 픽사 내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다고. 감독이 주도하긴 하지만, 프로젝트 내에 참여하는 모든 일원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평적 구조라고 한다. 그는 "수평적이라고 하면 누구나 다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나. 그것의 단점은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다. 너무나 많은 사람의 의견을 취합해야 하니까.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저도 이게 가능할지 매번 생각한다"며 "어느 정도 수준의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미 모여있다. 다른 의견도 내지만 그것조차도 픽사에 뽑힌 사람이라면 책임감 있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다. 그걸 하나라도 허투루 듣지 않고 듣게 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밸런스도 중요하다. 의견을 들어주되 결정은 감독이 하는 거다. 모든 의견을 차단하며 결정하지 않고 최대한 들으며 결정한다. 끝까지 원칙을 어기지 않고 지킨다. 저도 병원에서 일을 했으니, 영화 속 병원 장면에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그 리스트를 적어서 감독님에게 건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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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탄생하게 된 '소울'은 '태어나기 전 세상'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수많은 명작을 만들어낸 피터 닥터 감독은 23년 전 자신의 아들이 탄생한 순간부터 이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소울' 프로젝트를 처음 접했을 때의 소감을 묻자 그는 "애니메이터들이 작업을 시작하면 감독의 의도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감독님이 기회가 날 때마다 이야기했다. 이 작품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감독님이 아들 이야기는 처음부터 많이 하셨다. 아들의 성격이 자기랑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아내와 비슷한 거 같기도 하다고. 그러면서 자기만의 뭔가가 있는 것 같다더라. 그런 부분을 만들어 보고 싶어했다. 또한, 주인공은 40대 중반의 남자이고, 이미 자기의 직장이 있고, 자기 일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건 자신의 여정을 많이 투영했던 것 같다. 좋은 영화를 만들고 아카데미 상도 탔지만, 가족들과의 시간을 희생해가며 만든 것들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감독님은 그런 생각을 많이 해봤다고 한다. 결국은 가족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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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엔 한국이 많이 묻어난다. 초반 한국어 대사가 등장하기도 하고, 한글 간판도 여러 차례 나온다. 한국어 대사의 비하인드에 관해 그는 "저희 회사에 스토리를 담당하는 부서에도 교포 친구가 있다. 그 장면에서 여러 나라 말들이 나오니까 스토리를 제안하고 그 친구의 목소리를 임시로 녹음했다. 처음 스토리를 만들 때 만들었다. 그 목소리가 나쁘지 않아서 다시 녹음해서 완성본에도 썼다"고 했다.

언제나 관객을 위로해온 픽사. 이번 '소울'은 어떤 위로를 건넬까. 이 또한 답은 가족이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미국에서는 극장이 아예 열지를 않는다. 개봉을 디즈니 플러스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만 했다. 이번 영화의 반응을 보며 놀란 것이, 집에서 본 가족이 같이 봤더라. 이전보다도 연령대가 있는 사람들이 많이 감상평을 남긴다. 힘든 시기에 많이 힐링됐다고 이야기하시는 걸 보고, 한편으로는 어렵긴하지만 이런 식으로 개봉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한국도 상황이 좋지 않지만, 즐겁게 보시고 이 어려운 시기에 힐잉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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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은 오는 20일 개봉한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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