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장르에서 하나의 선전 도구로 전락한 성룡의 현주소
[이학후 기자]
▲ <뱅가드> 영화 포스터 |
ⓒ (주)엔케이컨텐츠 |
탕환팅(성룡 분)이 이끄는 국제 민간 경호업체 '뱅가드'는 런던의 차이나타운에서 열린 춘절 행사 한복판에서 범죄 조직 '북극랑' 조직에 납치된 VIP 고객을 구하기 위해 휴가 중이던 레이전위(양양 분), 추카이쉬안(애륜 분)을 투입해 구출에 성공한다. 분노한 북극랑 조직은 VIP 고객의 딸 파리다(서약함 분)를 새로운 타깃으로 삼는다. 뱅가드는 한발 앞서 아프리카로 향하지만, 그만 요원 레이전위와 파리다가 납치되고 만다.
세계적인 액션 스타 성룡이 주연을 맡은 영화 <뱅가드>는 국제 민간 경호업체가 범죄 조직의 음모에 맞서는 내용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연출은 <폴리스 스토리 3- 초급경찰>(1992), <성룡의 홍번구>(1995),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 4>(1996), <성룡의 신화>(2005), <쿵푸 요가>(2017) 등 수차례 성룡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당계레 감독이 맡았다.
▲ <뱅가드> 영화의 한 장면 |
ⓒ (주)엔케이컨텐츠 |
양양, 무치미야, 애륜, 주정팅 등 젊은 남녀 배우들은 주위 물건을 사용하여 싸우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성룡식 액션을 재연한다. 물론, 이들은 과거 성룡이 보여주었던 위험천만한 스턴트 연기를 하진 않는다. 전 세계를 오가며 모험을 펼치던 과거 성룡표 영화처럼 런던의 액션 장면을 시작으로 아프리카의 보트 추격전, 사우디아라비아의 총격전, 두바이의 카체이싱 등 5개국 9개 도시를 오가며 액션을 펼친다.
여기에 <007>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첨단 무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팀플레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카체이싱 액션 등 할리우드 영화의 스타일을 가미해 볼거리를 더했다. 성룡 영화답지 않게 총기를 사용한 장면도 많다. 보트 추격과 카체이싱 장면은 과하리만치 CGI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예전 성룡 영화의 특징이 전부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뱅가드> 영화의 한 장면 |
ⓒ (주)엔케이컨텐츠 |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도 줄곧 '미국 만세'를 외쳐왔으니 세계의 악을 중국이 무찌른다는 설정쯤이야 눈감아 줄 수 있다. 하지만, <뱅가드>의 곳곳엔 중국이 우월하다는 선전이 과하게 넘친다.
중국어를 사용하는 악당에게 뱅가드 요원 레이전위가 "우리말을 배웠을지 몰라도 우리 문화까지 못 배웠군"이라며 훈계하고 영국의 차이나타운에서 열린 춘절을 마치 영국사람 전체가 즐기는 축제처럼 포장한다. 밀렵에 반대하고 자연 보호에 앞장서는 사람도 중국인이다. "캡틴 차이나는 그 누구보다 대단해요"라고 운운하는 장면에선 실소가 터진다. 이렇게 과장하면 세계 사람들이 진정 속을 것으로 생각하는 걸까?
현재 성룡은 중국 공산당 정권의 영화적 대변인을 자처하며 하나의 정치 도구로 전락했다. 홍콩의 반중 시위 당시에 "나는 국기(오성홍기>의 수호자"라 밝히고 홍콩 보안법지지 선언에 동참하는 등 스크린 바깥에서도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여주었다. 내 마음의 '따거(형님)'는 사라졌다. 정권의 나팔수 성룡이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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