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시작인' 세상 모든 엄마의 꿈을 응원하며

손창민 2021. 1. 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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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직접 소개하는 책, 전윤희의 '나는 공부하는 엄마다'

[손창민 기자]

"엄마, 내 꿈은 발레리나야."
"그래, 멋지다. 네 꿈을 응원해."
"엄마는 꿈이 뭐였어?"

꿈은 어린아이의 전유물인가. 아이와 엄마의 대화를 듣노라니,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든다. 나는 엄마에게 꿈을 물어본 적이 있던가. 왜 엄마에게는 "꿈이 뭐야?"라고 묻지 않는가.

"어렸을 때 꿈은 선생님이었어. 지금 꿈은 너희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는 거?"

아이의 질문에 대한 엄마의 대답은 이것이었다. 그런데 그건 꿈이 아니지 않은가. 정확히는 층위가 다르다. '선생님'이라는 꿈과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는 것'이라는 꿈은 말이다.
 
 <나는 공부하는 엄마다> 표지
ⓒ 손창민
 
'생각해보니 우리 엄마는'

누구나 어린아이일 때는 '시끄럽게 졸졸졸 소리를 내며' 꿈을 꾼다. 그러다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될수록 시끄럽던 시냇물 같던 꿈은 수많은 사람들, 정신없는 일상의 강물에 섞여 고요해진다. 특히 여성의 경우 '엄마'라는 타이틀을 다는 순간, 자신의 꿈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그게 책 <나는 공부하는 엄마다>가 여러 대목에서 독자이자 편집자인 필자의 마음을 두드린 이유다. 필자는 <나는 공부하는 엄마다>의 편집에 참여했다. 이 글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가족, 주위의 여성들의 꿈이 오버랩돼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했다. 그녀의 치열한 공부와 삶의 기록은 '열심의 결심'이라는 주제를 책으로 엮어내고자 하는 필자에게도 큰 동기가 됐다. 

아이들과의 약속을 "나중에"라고 미루지 않듯 나와의 약속도 "나중에"라고 미루지 말라는 이야기, 돌아봐주지 않아 먼지 쌓인 젊은 시절의 꿈을 애석히 여기고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 세상 무엇도 나의 꿈을 앗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

이 책의 저자 전윤희는 '1분도 자기 시간이 없다'는 임신, 출산, 육아를 거치며 무려 10종의 자격증을 따고, '임용고시'에 도전해 1년 반 만에 합격했다. '엄마 공부'로는 자타공인 초고수라 할 만하다. 솔직히 말해 정말 입이 딱 벌어질 만한 도전이고, 성취다. 무조건 "네 꿈을 응원해"라고 반응해주던 어린 시절과 달리 기껏 "하고 싶으면 해봐" 정도가 그나마 긍정적인 반응인 '엄마의 꿈'에 대해 이토록 구체적이고 생생한 글은 흔치 않다.

시대가 바뀌었다고들 한다. 집안일과 육아는 엄마 몫이라는 오랜 인식도 마찬가지다. 육아휴직 후 업무에 복귀, 워킹맘으로서 일상을 영위하는 여성들도 많고, 공무원시험, 공인중개사, 각종 자격증 등 시험에 도전하는 주부 수험생도 급증하는 추세다.

그러나 '오랜 인식'은 오래된 만큼이나 바뀌기 어렵다. 어렵사리 도전을 결심하고도 육아와 집안일로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고, 결국 "아이가 조금 더 크면 해보자"라며 '현실과 타협'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감성적이지만은 않다

저자 역시 예상 가능한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때론 치열하게, 때론 뻔뻔하게, 때론 처절하게, 때론 인간적인 게으름을 부리며 허위허위 큰 산을 넘었다. 그리고 먼지 쌓인 채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던 '선생님이라는 오랜 꿈'을 이뤘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제 2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제 2의 삶이라는 건 없다. 모든 것을 바꾸고 새롭게 시작하라는 폭력성에서 기인한 아름다운 포장일 수 있다. 황무지에서 전에 없던 꿈이라는 보석을 발굴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손에 들고 있던 꿈을 기억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삶의 연장선 위에서 꿈을 되찾는 과정은 현실적인 행동에서 기인한다. 몸을 움직이고 시간을 통제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꿈이라고 그렇게 하지 않고 찾아낼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저자는 미래의 어느 순간에서도 엄마인 지금의 삶에 언제나 돌아올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훗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내가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언제일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적어도 지금 이 시간으로 다시 돌아와 꿈꾸고 도전하고 싶다는 후회는 남지는 않았으면 한다. 시작과 도전의 순간도, 행복과 감사의 순간도,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일까? 그 언제가 있긴 한 걸까?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을 살아야 하고 지금에 충실해야 하고 지금 바로 달려야 하는 것이다. - 108~109쪽
 
동시에 저자는 엄마라는 위치를 망각하지 않는다. 한 명의 사람으로서, 한 명의 엄마로서 자신의 역할 위에서 노력의 방법에 대해 강구한다.
 
내게는 돌봐야 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해야만 하는 일들과 챙겨야만 하는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했고, 나에게 허락되는 귀중한 시간에 최선을 다했다. 몰입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남는 시간에 해야지'라고 생각한 계획이 있다면 못 이룰 가능성이 크다. 내 계획 속에 없는 시간은 사라져버리기 쉬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단 5분이라도 '계획' 속에 넣어야 그 시간은 내가 확보한 시간이 된다. - 170쪽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여러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가 10종의 자격증을 따기 위해, 임용고시에 합격하기 위해 불살랐던 치열한 시간의 기록들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목표 관리, 엄마 수험생으로서 계획 세우는 법, 체력 관리법, 시간 관리법, 멘탈 관리법, 인강 수강과 필기 관련 팁 등 '최소와 최대'의 미학이 어우러진 그녀만의 노하우, 특히 교사가 되기 위한 임용고시 준비하는 법 등 유용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공부하는 엄마뿐 아니라 '꿈을 꾸고자 하는' 모든 엄마들에게 이 책은 희망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그녀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0년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고, 돈을 벌고,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고, 고시 합격해 선생님이 되고, 이제 숨도 좀 돌릴 법한데, 또 일을 벌였다. 가슴속에서 기다리고 있던 또 다른 꿈을 꺼낸 것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까지 풀 스토리와 엄마 수험생으로서의 공부 비결을 진솔하게 담은 이 책이 그녀에게도, 그녀의 팬이 되어버린 내게도, 세상 모든 엄마에게도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이 책을 옆에 두고 다이어리를 꺼내 "공부"라는 단어를 공들여 써본다.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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