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선수협 "연맹, 대화 없이 일방적 희생 강요"

김평호 2021. 1.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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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율형 샐러리캡과 로스터 제도에 반발
ⓒ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제4차 긴급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번 이사회엔 이근호 회장을 비롯해 박주호 부회장, 김훈기 사무총장 등 이사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이사회에선 최근 연맹의 발표를 통해 알려진 비율형 샐러리캡과 로스터 제도 도입으로 인한 선수들의 피해에 대해 논의했다.


연맹은 지난달 제8차 이사회를 개최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구단 경영수지의 지속적인 악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023년부터 ‘비율형 샐러리캡 제도’ 도입 ▲2023년부터 ‘로스터 제도’ 실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 ‘승리수당 상한선 설정’ 등의 ‘구단 경영 효율화 방안’을 의결했다.


‘비율형 샐러리캡’은 스페인 라리가에서 시행중인 제도로, 구단의 총수입 중 선수단 인건비 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정 비율을 초과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현재 타 프로종목에서 시행중인 ‘금액형 샐러리캡’은 리그에 참가하는 모든 구단에 일괄적으로 연봉 총액의 상한선을 적용하는 방식인 반면, ‘비율형 샐러리캡’은 지출 가능한 연봉 총액의 상한선이 구단 총수입과 연동되므로, 구단의 총수입 규모에 따라 구단별 연봉 상한액이 달라지게 된다.


‘비율형 샐러리캡’에 따르면 선수단 인건비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어선 구단에 대해서는 초과비율에 따른 ‘사치세’가 부과되며, 징수된 ‘사치세’는 각 구단에 재분배해 생산적인 부문에 재사용되도록 유도하게 된다.


‘로스터 제도’는 구단의 등록선수를 일정 수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로, 유럽을 비롯한 다수 선진 리그에서 시행중이다.


‘로스터 제도’는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2023년에는 32명, 2024년에는 30명, 2025년에는 28명 등으로 등록인원을 줄여가며, 등록 로스터 내에는 일정 인원의 U22 선수 및 구단 산하 유스팀 출신 선수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의 운영 결과를 평가하여 2026년에는 등록인원을 재조정한다.


그러자 선수협도 반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된 이번 긴급 이사회의 진행을 맡은 김훈기 사무총장은 “코로나 19로 인한 구단의 재정적 피해로, 전체적인 지출 비용 감소에 대한 시도는 이해한다. 하지만 적어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과 논의가 되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선수들과 어떤 대화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제대로 선수들에게 자료도 보여주며 대화를 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임과 동시에 선수들이 기사를 보고 해당 사실들을 알았다는 것에 충격을 많이 받았다. 연맹이 일방적으로 선수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선수협 이근호 회장은 “이런 일이 있을 때 선수들의 의견을 모아 연맹과 협회에 전달하는 게 선수협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과연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지금 현안에 대해 대처할지 논의하자”고 말했다.


박주호 부회장은 “코로나 19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적어도 이런 중차대한 문제는 해외리그처럼 연맹이 선수들과 의견을 주고받았으면 좋겠다.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면 어땠을지 싶다”고 했다.


또한, 박 부회장은 “어찌 보면 K리그는 우리들의 일터이다. 우리 선수들의 일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단 한마디도 말을 하지 못하고 그냥 받아들인다는 것부터가 문제가 아닐까 싶다. 모든 선수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의견을 모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자기 생각을 밝혔다.


이사회를 마무리하며 김훈기 사무총장은 “해외리그 관계자들은 리그 운영 및 각국 축구계에 관한 중요한 사안을 논의하면서 선수들도 함께 참여해 서로 의견을 교류한 후 결정을 한다. 비단 축구계뿐만 아니라 중요 사안을 결정할 때, 이해관계자들끼리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결정되어야 하는 당연한 절차 중 하나이다”며 “하지만 프로축구가 출범한 지 곧 40년을 바라보는데 선수들과 대화 없는 일방적인 연맹의 태도는 참으로 안타깝다. 리그 운영 등 전반적인 사항에 관해 결정하는 자리에 선수들도 의견을 낼 수 있게 함께 자리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피력했다.


이근호 회장은 “여러모로 참 힘든 시기다. 선수협은 선수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지금 이 문제는 단순 회장과 부회장 그리고 임원진을 떠나 K리그에 소속된 모든 선수의 문제이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선수협에 소속된 모든 선수가 침묵하기보다 적극적인 의견을 임원진에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선수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데일리안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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