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추억을 신기술로"..연예계, 전설의 가수 되살리기 열풍

박정선 2021. 1.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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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 등 요절한 레전드 등장
AI 기술의 발전, 오용 가능성과 부작용 진정성 있게 고민해야
ⓒ엠넷

“지금은 우리 곁에 없지만, 대중들이 그리워하는 목소리를 다시 들려줄 수 있길…”


고인이 된 김현식, 김광석, 신해철 등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들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최근 방송가를 중심으로 가수들의 음성을 AI(인공지능) 기술로 재현하는 시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IT 기술이, 서로 다른 시공간을 매개하기에 이른 셈이다.


엠넷은 지난달 9일과 16일, 2회에 걸쳐 AI 음성 복원 프로젝트 ‘다시 한번’을 방송했다. 프로그램에서는 대주들이 그리워하는 아티스트 고 터틀맨과 고 김현식의 모습을 복원해냈고, 후배 아티스트들이 출연해 고인을 기억하는 특별한 헌정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솔지는 복원된 김현식의 목소리와 함께 ‘비처럼 음악처럼’의 컬레버레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엠넷의 ‘다시 한번’에 이어 SBS는 이달 29일 첫 방송되는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을 통해 AI와 인간이 진검승부를 벌이는 버라이어티쇼를 기획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고 김광석을 등장시킨다. 고인이 생전 단 한 번도 부른 적이 없는 노래, 김범수의 ‘보고싶다’(2002)를 고인의 목소리로 만들어낸다.


가요계에서도 전설의 가수를 AI 기술로 되살리고 있다. 2020년 연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는 레이블 합동 공연에서 ‘마왕’ 신해철과 시공을 초월하는 무대를 꾸몄다. 신해철의 히트곡인 ‘그대에게’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를 편곡해 신해철과 빅히트 레이블즈 아티스트들이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선보인 것이다.


빅히트는 이런 기획 의도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힘들고 무기력한 나날을 보낸 2020년. 모두를 위로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의미로 틀에 박힌 사고를 거부하고 도전에도 주저함이 없었던 뮤지션 고 신해철을 기억하는 헌정 무대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빅히트레이블즈

국내에선 최근 들어 이 같은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홀로그램을 만드는 등의 시도가 2010년 초반부터 이어져 오고 있었다. 2012년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에 래퍼 투팍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났고, 2014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마이클 잭슨이 등장했다. 또 휘트니 휴스턴의 홀로그램 투어 등도 진행됐다.


이런 업계의 시도들은 아티스트는 세상을 떠나도, 노래는 영원하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끊임없이 회자되는 곡의 주인공인 전설의 아티스트를 현대 기술로 소환해내면서 또 다른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는 부분에서도 업계는 대부분 반기는 추세다. 또 팬 입장에서도 AI 기술이 아티스트와 접촉하는 색다른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오용 가능성과 부작용을 심심치 않게 동반한다. 이미 고인이 된 당사자들의 의지와는 무관한 신보가 나오거나,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다보면 분쟁의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한 가요 관계자는 “AI 기술로 획일화된 국내 가요계에 다양성을 줄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윤리적인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엠넷의 ‘다시 한번’이 높게 평가됐던 건, 이런 우려를 철저히 고민한 흔적들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단순히 고인이 된 전설의 아티스트를 불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방송의 절반 이상을 그들의 발자취를 좇고, 업적을 복기하는데 할애했다. 또 해당 방송의 음원을 출시하지 않은 것도 상업적 요소를 배제한 기획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호평을 받았다. 이 관계자는 “분쟁의 요소를 덜어내고 균형을 잘 잡기만 한다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아티스트에 대한 그리움이 이어지는 이상 이런 시도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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