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쏠림현상 심한 래미안,이유는?

김원 2021. 1.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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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 브랜드 런칭 이후 94%가 수도권에 분양
지방 분양 적고 호남 신규 분양은 한 건도 없어
돈 되는 강남 재건축에 집중하는 삼성의 전략
호반·중흥 등 광주지역 건설사의 강세도 한몫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조감도. [중앙포토]


삼성물산 아파트 브랜드인 '삼성 래미안' 단지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최근 20년간 다른 건설사보다 압도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 분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가운데 특히 호남권(광주·전남·전북)에는 '삼성 래미안' 단지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11일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옛 대림산업)·GS건설 등 '빅4'로 불리는 국내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의 지역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최근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대형 건설사의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7년 연속 1위이자 각종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도 줄곧 1위 자리를 지키는 삼성물산은 2000년 래미안 브랜드 론칭 이후 호남에 아파트를 새로 짓지 않았다. 래미안 이전 명칭인 삼성아파트를 쓴 것은 1998년(군산 나운 삼성아파트)이 마지막이다. 이와 달리 부산·대구·울산을 포함한 영남 지역에는 9개의 래미안 단지가 있다. 특히 부산에서는 현재 4곳의 사업장에서 래미안 아파트가 조성되고 있다.


래미안, 수도권 비중 94% … 힐스테이트는 호남서 인기

2010년 이후 각 건설사 준공 아파트 지역별 분포 현황. 오피스텔 및 상업시설은 제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995년 삼성건설을 흡수합병한 삼성물산은 2000년 건설업계 최초의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을 선보였다. 이 브랜드는 2000년 1월 분양한 '용인 구성 래미안 1차'에 처음 적용됐다. 이후 래미안 아파트가 167곳에 조성됐고, 이 중 수도권 비중이 94%(157곳)에 달한다.

시공능력평가 2위 현대건설의 브랜드 '힐스테이트'도 호남권 비중이 높지는 않다.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단 호남 지역 아파트 단지는 광주에 3곳, 전주에 1곳 있다. 하지만 최근 호남에서 힐스테이트의 주가가 올라가고 있다. 지난달 분양을 마친 광주 '힐스테이트 첨단'은 213가구 모집에 4만8720명의 청약자가 몰려 평균 경쟁률 228.73대 1을 기록했다. 광주 지역 정보 사이트 '사랑방 부동산'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광주 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 브랜드도 힐스테이트다.

DL이앤씨는 지금껏 호남에 'e편한세상' 브랜드 단지 7곳을 지었다. 2010년 이후로는 5곳이다. DL이앤씨는 광주와 전주는 물론, 광양·군산·순천 등 호남 소도시에도 진출했다.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는 호남에 10곳(2010년 이후 4곳)이 있다. GS건설은 광주 수완·상무·첨단지구, 전주 에코시티 등 주로 이 지역 신규 택지에 아파트를 공급했다. 분양 당시 청약 경쟁률이 높았고, 입주 후에는 지역 랜드마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물산은 서울 래미안 타운에 집중"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 전경. [중앙포토]


삼성물산 관계자는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 정비 사업 위주로 수주하다 보니, 지역 비중이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사업성이 있더라도 주민 민원, 과당 경쟁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단지는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과거 대형 건설사들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물량 공세로 경쟁했다면 지금은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높여 사업성이 뛰어난 단지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며 "수도권 특히 서울 강남 재건축 수주에 집중하고, 일대를 타운화하는 것이 최근 삼성물산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건설업계 관계자도 "강남에 먹거리가 아직 많은데 업계 1위 삼성물산이 굳이 지방에 눈을 돌릴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삼호아파트 재건축 사업권을 따냈는데, 이 단지 인근에는 '래미안 도곡 카운티', '래미안 그레이튼' 등 래미안 아파트가 있다. 이 일대를 '래미안 타운'으로 조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9년 말 분양한 전주 힐스테이트 어울림 효자 투시도. 현대건설이 전주에 두 번째 선보이는 힐스테이트 브랜드다. [중앙포토]


호반·중흥 등 광주 지역 건설사 강세 여전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 삼성물산이라도 돈 되는 사업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삼성물산이 호남 지역 수주에 소극적인 건 그동안 이 지역에 사업성 높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역 건설사의 영향력이 큰 것도 그동안 호남 지역에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의 참여가 적었던 이유로 꼽힌다. 호남의 대표 도시 광주를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해 전국구 건설사로 발돋움한 기업이 여럿이다. 호반건설(시공능력평가 12위)·중흥토건(15위)·금호산업(20위)·우미건설(25위)·제일건설(31위) 등이다. 지난해 완공한 광주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두 곳 모두 지역 건설사(호반·중흥) 브랜드 아파트였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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