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다차원적 불평등의 시대

2021. 1. 1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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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 추세를 예측하는 여러 알파벳 후보군 중 K가 최종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

K자형 경기 회복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이전과는 체급이 다른 불평등의 정도뿐 아니라 그것의 다차원적 복합성 때문이다.

차등 성과가 효율적 자원 배분과 혁신을 유인하는 기제로 작동하는 경제체계 하에서 정의로운 차등과 불의한 불평등의 경계선을 찾아내고, 불평등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 치료는 물론 재발 방지까지 확실히 하는 것은 난제 중 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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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은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 추세를 예측하는 여러 알파벳 후보군 중 K가 최종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의 경제지표는 양극화 현상을 상징하는 K가 대한민국을 칭하는 것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우려스럽다. 임금과 소득 불평등은 코로나로 인한 일자리 경색, 민간소비 위축, 장기화된 거리두기 방역지침에 의한 생계형 자영업과 취약 영세 소상공 부문의 쇠락으로 악화일로에 있다. 금융·세제 지원, 긴급지원금으로 인공호흡 중이지만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으로 일상이 정상화되기까지 아직 어두운 터널이 꽤 남았다. K자형 경기 회복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이전과는 체급이 다른 불평등의 정도뿐 아니라 그것의 다차원적 복합성 때문이다.

저성장의 대한민국에서 코로나라는 혹독한 맞바람을 만난 청년세대에게 근면 성실과 저축을 통한 자산 형성은 흑백TV만큼 아득한 옛날 이야기다. 작년에 쏟아졌던 부동산 정책이 무색하게 전국 각지 부동산 가격은 도미노처럼 폭등했다. 가격의 하방경직적 특성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고 부동산 시장의 높아진 진입장벽이 쉽사리 바로잡히지 않을 것임을 직감한 세상은 호의적 정책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을 연료 삼아 주식시장에 불을 붙였다. 이 또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에 더 유리한 자금 흐름이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을 매개로 해서 일자리와 임금 불평등이 자산 불평등으로 확산되고 노동과 자본 간 격차가 확대되는 과정이다. 결혼과 출산, 심지어 감염병 앞에서도 우리는 불평등을 마주한다. 이 불평등은 변신을 거듭하며 강력한 감염력을 뽐내는 코로나를 똑 닮았다.

우리 경제의 저성장 극복과 다차원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어떤 사회, 어떤 가치를 지향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미래 비전과 근거에 기반한 정밀 진단, 과학적이고 섬세한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다. 성급함을 경계하되 태만도 용납될 수 없는 시대적 상황에서 재정 여력이나 가계부채 규모를 고려할 때 전면전에 대비한 정부의 실탄은 충분한 것인지, 한 발 늦은 내 집 마련에 대한 아쉬움과 주식 막차 타기를 저울질하는 조바심을 잠시 멈추고 다급히 묻는다. 불의한 결과로서의 불평등은 평등하지 못한 출발선, 공정하지 못한 과정이 얽히고 설켜 발생한다. 차등 성과가 효율적 자원 배분과 혁신을 유인하는 기제로 작동하는 경제체계 하에서 정의로운 차등과 불의한 불평등의 경계선을 찾아내고, 불평등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 치료는 물론 재발 방지까지 확실히 하는 것은 난제 중 난제다. 불평등의 사후적 대응책으로서의 재분배는 공정한 차등과 성장에 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과 불평등의 재생산 차단에 무력하다는 한계가 분명하다. 불평등을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전 분배가 중요하다는 제안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사전 분배의 핵심이면서 기술 혁신으로 위협당하는 일자리 문제의 묘책은 바로 교육이다. 교육이 문제의 시작이고 해결의 실마리라는 인식 하에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일자리위원회가 좋은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새로운 기구 설립이 능사는 아니다. 저출산, 지역 균형발전, 국가 경쟁력의 열쇠인 교육에 대한 넓고 높은 비전과 전문성,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모두를 설득하며 굽힘 없이 백년대계를 일궈낼 우직함이 겸비돼야 한다. 결과의 산술적 평등을 사후적으로 추구할 때 발생하는 비효율과 사회적 갈등, 시행착오의 상흔과 불평등의 풍선효과는 충분히 경험했다. 불평등의 시대에 우리 사회를 구원하기 위한 신중하지만 과감한 한 걸음을 함께 그리고 제대로 내딛는 2021년이기를 굳게 희망한다.

신자은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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