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형석 (20) 두 번째 수필집 '영원과 사랑의 대화'.. 출판계 큰 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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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이 수필가란 직함을 얻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수필은 여섯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일과 각종 활동으로 바쁜 내게 취미 같은 것이었다.
출판사 주간이 그해 출판연감을 보내줬는데, 거기엔 우리나라 출판사상 가장 많이 팔린 박계주의 장편소설 '순애보'보다 내 책이 1년간 몇십 배 더 팔렸다는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생활과 사고에 지침이 될 만한 책이 적었기에 젊은 독자가 내 책을 고맙게 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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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이 수필가란 직함을 얻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수필은 여섯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일과 각종 활동으로 바쁜 내게 취미 같은 것이었다.
나는 연세대에 부임한 첫해 여름부터 주제가 떠오를 때마다 수필로 쓰는 일을 시작했다. 철학적 내용이 담긴 수필집을 읽으며 받은 영향일 수도 있고, 어린 시절 문학책을 열심히 읽은 게 잠재 원인일 수도 있다. 평균 한 달에 두세 편 정도는 쓴 것 같다.
이렇게 쓴 수필 중 20편을 모아 1960년 첫 수필집 ‘고독이라는 병’을 펴냈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미 써둔 수필에 몇 편의 글을 추가해 이듬해 ‘영원과 사랑의 대화’를 냈다. 책을 낸 특별한 의도가 있던 것도 아니고, 독자가 많이 생기리라는 기대감도 없었다. 그저 대학교에 오며 아쉽게 작별한 고등학생과 인격형성기를 맞은 청년에게 ‘선하고 아름다운 삶’에 관해 이야기해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다만 경제적 이유는 있었다. 출간 당시는 1년간의 미국행을 앞두고 있던 시기다. 학교에 다니는 어린 것이 여섯이나 됐기에 미국으로 간 뒤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이 좀 팔리면 생활비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리라 여겼다.
미국에 있는 동안 아내가 ‘인세가 조금씩 들어오니 미국 국무부에서 지급하는 비용을 당신 혼자 써도 좋다’는 연락을 해왔다. 살림 걱정을 안 해도 되니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영원과 사랑의 대화’가 출판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건 1년간의 미국 체류와 세계일주여행을 다녀온 뒤에야 알았다. 이 책은 당시 60만부가 판매되며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출판사 주간이 그해 출판연감을 보내줬는데, 거기엔 우리나라 출판사상 가장 많이 팔린 박계주의 장편소설 ‘순애보’보다 내 책이 1년간 몇십 배 더 팔렸다는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비소설 분야 저자가 소설가보다 더 많은 독자를 차지한 선례를 남겼다고 했다.
세월이 지나서야 나는 내 책의 독자가 얼마나 많았는지를 실감했다. 지금도 그렇다. 아버지 권고를 듣고 아들이 읽었는가 하면, 어머니와 딸이 독자인 경우도 있었다. 후배나 제자 교수, 사회 저명인사 가운데 청소년 시절 내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도 여럿 들었다. ‘영혼과 사랑의 대화’는 6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판을 거듭하며 독자를 만나고 있다. 나는 내 책이 그렇게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많은 독자를 갖게 된 것은 당시 글 쓰는 사람 수가 적었기 때문이다. 생활과 사고에 지침이 될 만한 책이 적었기에 젊은 독자가 내 책을 고맙게 접한 것 같다. 나는 이들에게 착하고 아름다운 감정, 순수한 삶의 모습을 전하고 싶었다.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간직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날들이 더 밝아지리라 생각한 것이다. 물론 그 기저에 있는 것은 기독교 신앙이었다. 이 책이 많은 독자가 기독교에 가까워지고 기독인 독자들이 신앙의 문을 닫지 않고 살아가도록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 지금도 감사하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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