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통한 정인이 사건 본질은 입양문제 아닌 아동학대"
오창화(50)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가 묻힌 경기도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공원묘원을 지난주 방문했다. 오 대표는 정인이의 비극적 죽음에 가슴 깊이 통절함과 애통함을 느꼈다고 했다.
서울 금천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지난 8일 만난 오 대표는 “정인이 사건으로 인해 입양이 포기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고 있다”며 “정인이 사건의 본질은 입양 문제가 아닌 아동학대”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정인이 사건으로 인해 지금 당장 입양이 필요한 말 못 하는 어린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우리는 그 아이들을 지켜내고 보살펴서 새로운 엄마 아빠의 품으로 보내야 한다. 지체할 이유 없는 공동체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쌍둥이 딸을 입양한 다둥이 아빠로 전국입양가족연대, 행동하는프로라이프, 한국입양선교회 등을 통해 생명살리기운동에 나서고 있다. 오 대표는 동갑내기 아내와 1998년 결혼해 허니문 베이비로 첫아들 현우를, 이듬해 차남 현수를 얻었다. 오 대표 부부는 아기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오 대표는 “아내가 ‘아들 다섯 명에 딸은 덤으로 주세요’라고 기도했을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둘째를 낳고 8년간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오 대표 부부는 아기가 안 생긴 지 6년이 됐을 때 입양을 신청했다. 입양 신청 후 2008년 셋째인 딸 현지를 낳았다. 이후 넷째 아이가 생겼다.
오 대표 아내는 넷째를 출산하기 일주일 전 예배를 드리던 중 쓰러졌다. 태아가 나오기 전에 착상 부위에서 태반이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떨어지는 ‘태반 조기 박리’로 인한 것이었다. 위중하게 태어난 아이는 하루밖에 살지 못하고 천국에 갔다. 오 대표는 “매우 슬프고 힘들었다. 하나님이 왜 이런 일을 주셨을까 싶었다”면서 “그러다 입양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오 대표 부부는 쌍둥이를 입양하고 싶었다. 그러나 오 대표 아버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1년 반을 설득하면서 아버지가 “네 멋대로 해라”며 포기했고, 오 대표는 쌍둥이 입양을 진행했다. 2011년 8월 27일 쌍둥이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다둥이 아빠가 됐다.
쌍둥이 현비와 현서의 건강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부모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오 대표는 “부모와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된 아이들이 울고 웃을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입양을 반대하신 아버지는 열흘 만에 쌍둥이가 보고 싶다며 마음의 문을 여셨다”면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쌍둥이를 예뻐하신 아버지는 ‘가슴으로 낳은 자식도 사랑스러운 자식’이라며 입양 전도사가 되셨다”고 전했다.
오 대표 부부는 다자녀를 양육하면서 힘든 점도 있지만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성경 말씀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특히 두 아들과 셋째 딸은 쌍둥이를 양육하는 과정에 큰 역할을 했다. 오 대표 아내는 아이들을 예배자로 세우기 위해 자녀들을 홈스쿨링으로 지도하고 있다. 오 대표는 “홈스쿨을 하면 아이들의 특성대로 유연하게 지도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양육을 일로 생각하면 힘들지만, 기쁨으로 여기면 다르다”며 “저희가 연약하니 하나님이 주신 은혜로 가능했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지난해 11월 캄선교회가 주최한 라이트하우스 기도회에서 간증자로 나서 입양의 기쁨과 생명의 소중함을 간증했다. 그의 간증에 감동한 80가정이 입양을 신청했다.
오 대표는 최근 한국입양선교회를 결성해 한국교회와 함께 생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전국입양가족연대를 통해 까다로워진 입양법 개정을 위해, 행동하는프로라이프 공동대표로서 태아의 생명권이 반영된 낙태 관련법 개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오 대표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 한국교회와 크리스천이 앞장설 것을 당부했다.
“우리가 말씀대로 주변의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잘 돌봤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생명을 돌보는 일보다 더 큰 선교는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이 시대의 사명 아닐까요.”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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