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통한 정인이 사건 본질은 입양문제 아닌 아동학대"

김아영 2021. 1. 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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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세상의 빛] 딸 쌍둥이 가슴으로 낳아 키우는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가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시대의 사명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오창화(50)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가 묻힌 경기도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공원묘원을 지난주 방문했다. 오 대표는 정인이의 비극적 죽음에 가슴 깊이 통절함과 애통함을 느꼈다고 했다.

서울 금천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지난 8일 만난 오 대표는 “정인이 사건으로 인해 입양이 포기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고 있다”며 “정인이 사건의 본질은 입양 문제가 아닌 아동학대”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정인이 사건으로 인해 지금 당장 입양이 필요한 말 못 하는 어린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우리는 그 아이들을 지켜내고 보살펴서 새로운 엄마 아빠의 품으로 보내야 한다. 지체할 이유 없는 공동체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쌍둥이 딸을 입양한 다둥이 아빠로 전국입양가족연대, 행동하는프로라이프, 한국입양선교회 등을 통해 생명살리기운동에 나서고 있다. 오 대표는 동갑내기 아내와 1998년 결혼해 허니문 베이비로 첫아들 현우를, 이듬해 차남 현수를 얻었다. 오 대표 부부는 아기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오 대표는 “아내가 ‘아들 다섯 명에 딸은 덤으로 주세요’라고 기도했을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둘째를 낳고 8년간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오 대표 부부는 아기가 안 생긴 지 6년이 됐을 때 입양을 신청했다. 입양 신청 후 2008년 셋째인 딸 현지를 낳았다. 이후 넷째 아이가 생겼다.

오 대표 아내는 넷째를 출산하기 일주일 전 예배를 드리던 중 쓰러졌다. 태아가 나오기 전에 착상 부위에서 태반이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떨어지는 ‘태반 조기 박리’로 인한 것이었다. 위중하게 태어난 아이는 하루밖에 살지 못하고 천국에 갔다. 오 대표는 “매우 슬프고 힘들었다. 하나님이 왜 이런 일을 주셨을까 싶었다”면서 “그러다 입양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오 대표 부부는 쌍둥이를 입양하고 싶었다. 그러나 오 대표 아버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1년 반을 설득하면서 아버지가 “네 멋대로 해라”며 포기했고, 오 대표는 쌍둥이 입양을 진행했다. 2011년 8월 27일 쌍둥이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다둥이 아빠가 됐다.

오창화 대표 부부가 2019년 자녀들과 한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한 모습. 왼쪽 시계방향으로 현서 현수 현우 현비 현지. 오창화 대표 제공


쌍둥이 현비와 현서의 건강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부모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오 대표는 “부모와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된 아이들이 울고 웃을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입양을 반대하신 아버지는 열흘 만에 쌍둥이가 보고 싶다며 마음의 문을 여셨다”면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쌍둥이를 예뻐하신 아버지는 ‘가슴으로 낳은 자식도 사랑스러운 자식’이라며 입양 전도사가 되셨다”고 전했다.

오 대표 부부는 다자녀를 양육하면서 힘든 점도 있지만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성경 말씀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특히 두 아들과 셋째 딸은 쌍둥이를 양육하는 과정에 큰 역할을 했다. 오 대표 아내는 아이들을 예배자로 세우기 위해 자녀들을 홈스쿨링으로 지도하고 있다. 오 대표는 “홈스쿨을 하면 아이들의 특성대로 유연하게 지도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양육을 일로 생각하면 힘들지만, 기쁨으로 여기면 다르다”며 “저희가 연약하니 하나님이 주신 은혜로 가능했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지난해 11월 캄선교회가 주최한 라이트하우스 기도회에서 간증자로 나서 입양의 기쁨과 생명의 소중함을 간증했다. 그의 간증에 감동한 80가정이 입양을 신청했다.

오 대표는 최근 한국입양선교회를 결성해 한국교회와 함께 생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전국입양가족연대를 통해 까다로워진 입양법 개정을 위해, 행동하는프로라이프 공동대표로서 태아의 생명권이 반영된 낙태 관련법 개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오 대표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 한국교회와 크리스천이 앞장설 것을 당부했다.

“우리가 말씀대로 주변의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잘 돌봤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생명을 돌보는 일보다 더 큰 선교는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이 시대의 사명 아닐까요.”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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