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윤의 이코노믹스] 정부 지출 효율적으로 못 쓰면 세금 내는 국민 허리만 휜다

2021. 1. 12.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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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부터 재산세까지 연쇄 인상
부유층 버티겠지만 중산층 힘겨워
조선 영조 "절약해 백성 사랑하라"
정부, 화수분인양 세금 쓰는 건 위험


한 번도 경험 못한 세금 압박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코로나 충격에다 각종 세금 및 준조세 부담까지 증가하면서 지난해는 국민의 삶이 팍팍했던 한 해였다. 부동산 관련 과세기준인 공시지가의 시세 반영 비율을 상향함에 따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은 국민의 증세 불만은 높았다.

그런데 세금 증가 추세는 현재의 재정여건을 고려할 때 새해 들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택 가격상승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관련이 높은데도 자신이 살던 집에 실현된 이익도 없이 갑자기 높은 세금부담을 안게 된다. 실거주 1주택자와 현금소득 흐름이 없는 고령자는 실제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주택 공시가격 인상이 강화되면서 올해는 걱정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10월까지 누계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포함되는 기타 국세 수입은 33조3000억원으로 전년 30조1000억원 대비 약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득세는 67조원에서 75조5000억원으로 13%나 증가했다. 결국 소득은 증가하지 못했지만, 개인들은 세금만 더 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기존에 세금 내던 근로자 세금 부담 가중

다만,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기업 활동으로부터의 세원 확보는 어려워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는 각각 16조1000억원, 3조3000억원 줄어서 전체 국세 수입은 오히려 6조7000억원 감소했다. 기업과 경제 위축에 따른 세수 감소를 부동산세·소득세 등 다른 세금의 증세로 메우는 형국이 되고 있다.

특히, 사례를 찾기 어려운 4차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편성되면서 2020년 1~10월까지 정부 총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50조9000억원) 불어난 468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2020년 재정수지 적자 폭은 100조원을 넘어서며 전년의 두 배 수준이 될 전망이다. 증가한 재정수지 적자의 상당 부분을 국채발행으로 메꾼다고 하더라도, 세율을 올리는 명시적인 방법이든지 징세 강도를 높이는 사실상의 증세든지 올해엔 대규모 재원조달이 필요해졌다.

GDP 대비 조세부담률 증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납부액 기준으로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에 세금을 더 거둬도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이미 2020년 전에도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매우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충격을 주게 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경기를 부양한다고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재정 및 조세 부담을 단기간에 급증시키면 그 충격으로 오히려 경기가 후퇴할 수 있다. 즉, 정부지출은 생산적으로 쓰이지 못하는 가운데, 재원조달을 위한 조세 증가가 기업의 비용부담 상승으로 이어져 공급 축소 충격이 발생하고 기업의 투자 여력과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감소시켜 경제 전반의 수요를 줄이고 경기를 끌어내릴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의 GDP 대비 조세부담 비율은 코로나19 이전이던 2019년에 이미 27.4%로, 2018년 26.8%에 비해 0.6%포인트 급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8~2019년 자료 비교가 가능한 35개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 폭을 보인 덴마크의 1.9%포인트 경우를 제외하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세다.

또 한국은 2018년도 근로소득세 면세자는 772만 명으로 면세자 비율이 38.9%에 달한다. 즉, 근로소득자 10명 중 4명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더구나 근로소득이 아예 없는 경우까지 생각하면, 소득세 납부 국민은 매우 제한적인 그룹으로 국한된다. 결국, 기존에 세금을 내던 과세대상자에 대한 세금 집중도가 높아 이들이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세수 비

현재 한국의 최고소득세율 42%도 국제적으로 낮다고 보기 어려운데, 올해부터 소득 10억원 초과 과표 구간에 대해 45%를 적용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광범위한 면세자를 둔 상황에서, 이렇게 매우 높은 소득 구간을 대상으로 하는 고소득자 증세만으로는 실제로 국가 전체적으로 의미 있는 세원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특히, 현재와 같이 재정지출이 급증하는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물론 증가하는 정부지출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으로 소득세 이외에 다른 세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개인소득세 이외에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법인세나 부동산 등에 대해 재산세 부과를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념과 달리 한국의 조세수입에서 법인세나 재산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국가에 대비해 낮다고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법인이익에 부과된 세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4.3%다. OECD에서 2019년 자료를 제공한 35개 국가 가운데 룩셈부르크·노르웨이·칠레·컬럼비아에 이어 5번째를 차지한다. OECD 평균이 3.14%(2018년)였음을 고려하면 한국은 이미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재산세(금융 및 자본거래 포함) 관련 세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은 3.1%에 이른다. 영국·프랑스·캐나다·룩셈부르크·벨기에·그리스에 이어 7번째이고, OECD 평균 1.86%(2018년)에 비해서도 비중이 낮다고 할 수 없다.

징세 충격으로 경기 위축 가능성 커져

결국 소득세 면세 계층에 초점을 두고 광범위하게 세금을 징수함으로써 재원을 조달하지 않는다면, 증가한 정부지출의 재원조달을 위해 결국 기존에 세금을 내던 소수 계층에 대한 징세 강화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재정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증세가 기업과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는 경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734년 8월 임금(영조)이 손수 쓴 어필(御筆)로 ‘씀씀이를 절약하여 힘을 축적하고 조세를 고르게 하여 백성을 사랑하라’는 ‘절용축력 균공애민(節用蓄力 均貢愛民)’의 지침을 호조(戶曹, 지금의 기획재정부)에 내렸다. 현대적인 의미로는 정부지출을 구조조정해 불요불급한 지출은 줄이고 조세 부과의 형평성은 높이라는 뜻이다. 올해는 이런 자세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 정부 지출 과도하게 늘리면 선거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 미쳐

「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난 하버드대 경제학과의 알베르토 알레지나(Alesina) 교수는 정치적 경기순환 이론의 대가였다. 선거주기에 따른 경기순환 모형을 제시한 바 있다. 그의 이론은 재정 건전성 악화 가운데 2022년 대선을 목전에 둔 2021년 한국경제의 전망과 진단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론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선거를 앞둔 시기에 정부는 지출을 확대하는 경기부양책을 사용한다. 그러나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확장 재정정책을 오랫동안 수행하면 재정 건전성 악화로 경제성장을 저해해 오히려 선거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선거 직전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폈어도 선거 이후부터 다음 선거 직전까지는 오히려 확장적인 지출을 줄여 재정 여력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의 정치적 경기순환 이론이든, 알레지나의 연구든, 올해처럼 대선 직전에 정부가 지출을 확대하리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정부 지출이 이미 급증한 결과, 재정 건전성 악화 속도가 빨라 사실상의 증세 없이 지출만 확대해서는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 정부지출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성과가 좋지 않을 수 있어서다.

알레지나는 흥미로운 지적을 또 하나 제시했다. 선거 직전에 정부 지출이 증가하는 것은 흔히 관찰할 수 있지만, 경기 상황의 실제 개선 여부는 꼭 정부지출과 연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즉 정부가 지출을 늘려도 경기가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흔히 발견됐고, 이 경우는 선거 결과에 부정적이었다. 결국 얼마나 효과적인 정부지출이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효율적이어도 재정지출만 증가시키면 지출의 혜택을 직접 받는 계층들이 늘어나 표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비효율적 정부지출을 위해 기업과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조세 징수가 증가하면 결국 저조한 경제성과로 이어진다. 그 결과는 의도와 다르게 선거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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