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고 왔는데 두 칸 띄어앉기? 공연 하지 말란 말이죠"

김호정 2021. 1. 1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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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등 연말부터 사실상 스톱
"음식물 안 먹고 대화도 않는데.."
제작자들 거리두기 완화 목소리
한 공연장에서 앉을 수 없는 객석에 종이를 붙여놓은 모습.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라 객석 두칸띄기가 의무화하면서 일행끼리도 떨어져 앉으며 공연 수익이 급감했다. [뉴스1]

“공연장 로비까지 손잡고 같이 왔다가 객석에 입장하면 두 칸을 떨어져 앉는다. 이치에 맞지 않는다.”

뮤지컬 제작사 클립서비스 설도권 공동 대표의 말이다. 지난달 5일 서울시 사회적 거리두기 비상조치, 지난달 8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라 수도권 공연장 객석은 관객 간 거리를 두 칸 띄어야 한다. 이후 많은 공연이 멈춰섰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지난해 11월 1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공연 예정이었지만 3일 조기 종영했다. 두 칸 띄어앉기로 공연의 수익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도 지난달 5일부터 이달 17일까지 공연을 중단했다. 초연 25주년인 ‘명성황후’는 개막을 2주 연기해 19일로 예고했다.

뮤지컬과 같은 대형 공연을 중심으로, 제작자들은 객석 띄어앉기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엔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를 만들어 호소문을 발표했다. “2.5단계의 두 칸 띄어앉기 규정을 재고해달라”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객석 내 띄어앉기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규정이 다르다. 1단계는 객석 띄어앉기가 없고, 1.5단계는 동반자 거리두기, 2단계는 한 칸 띄어앉기, 2.5단계는 두 칸 띄우기가 규정이다. 3단계에서는 극장 운영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16일~11월 6일에는 한 칸 띄어앉기가 의무화하고 위반시 과태료(300만원)가 책정됐으며 11월 19일부터는 일행간 좌석 띄우기, 24일부터는 한 칸 띄기가 적용됐다.

문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올라간 지난달 8일부터다. 두 칸을 비워놓고 앉아야 하는 ‘퐁당당’ 객석으로는 공연 수익은커녕, 제작비 충당도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공연이 불가능해졌다. 방역효과를 두고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한 칸과 두 칸 띄기를 구별하는 자체가 난센스”라고 했다. “한 칸 띄기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마스크를 쓰고, 음식 섭취 안 하고, 대화도 안 하는 공연장에서 과연 두 칸을 띄어야 하는지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 마스크를 벗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8월 독일 할레 의과대학 의료진은 작센안할트 주 정부 지원으로 콘서트 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분석했다. 당시 콘서트에서 실험 참여 관객 1212명을 대상으로 조건을 달리해 실험하고 “‘정해진 좌석’ ‘마스크 착용’ ‘환기 시스템’을 준수하는 이상 코로나19의 전파 위험은 크지 않다”는 결론을 두 달 뒤 발표했다.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 지난달 예정됐던 ‘맨오브라만차’ 개막을 연기한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는 “공연장은 대화나 취식을 하지도 않는데 다른 공간보다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고 했다. 한 뮤지컬 제작사 대표는 “식당은 붙어 앉아 밥도 먹는데, 감염 전파 사례가 없었던 공연장만 멀찍이 띄어 앉는 것이 합리적인가”라고 물었다.

설도권 대표는 “공연의 사전 제작비용만 10억~50억원, 대관료가 한 달 2억~3억원이다. 운영 비용은 별도로 한다. 티켓 매출이 30% 이하로 떨어지면 공연은 소멸이다”라고 했다. 신춘수 대표는 띄어앉기 규정 완화 요구에 대해 “한 회사의 욕심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단순히 제작사 욕심이 아니다. 지금까지 20여년 많은 자원을 쏟아부어 발전시켰던 뮤지컬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맨오브라만차’의 경우 직접 고용이 150명, 무대 인력까지 합치면 300명에 이른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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