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 폭발..월街 경고한 인플레 진짜 올까

명순영·노승욱·김기진 2021. 1. 1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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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공급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식, 원자재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하자 미국 월가에서는 올해 초강도 인플레이션이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가격 최고치 경신, 코스피 사상 첫 3000 넘어 순항. 비트코인 4000만원 돌파.

최근 자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아파트값은 그야말로 폭등했다. 정부 정책 ‘미스’ 탓이 크지만 저금리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주가도 폭등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발발 이후 급락했던 코스피는 이후 빠른 속도로 V자 반등에 성공했다. 결국 지난 1월 6일 꿈의 숫자라는 3000선 고지를 장중 처음으로 돌파했다. 암호화폐 시장도 다시 뜨거워졌다. 2017년 ‘가즈아~’ 열풍을 불렀던 비트코인 광풍이 재현하는 모습이다. 쉽게 말해 ‘종이화폐’가 아닌 자산은 거의 전부 뛴 셈이다.

국내에서만의 현상도 아니다. 전 세계 주요 증시는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다우지수는 2020년 사상 최고치로 마감한 데 이어 새해 첫날 3만674으로 새 기록을 써내려가는 중이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도 1만선을 훌쩍 넘어 순항하고 있다. 일본 증시 역시 버블 거품이 꺼진 이후 최대 상승세다. 닛케이225지수는 31년 만의 최고치로 2020년을 마감했다. 중국 증시는 코로나19 저점 이후 50% 이상 반등해 새해 13년 만에 최고점을 돌파했다. 대표적인 원자재인 구리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t당 7741달러로 지난해 최저점(4617달러) 대비 67% 뛰었다. 금속 같은 하드 원자재뿐 아니라 커피 등 소프트 원자재도 급등세다. 글로벌 시장에서 오로지 하락세인 자산을 꼽으라면 ‘종이화폐’인 달러 정도다.

이런 자산시장 강세 현상을 보고 떠올려야 할 단어가 있다.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이다. 자산 가격 폭등은 향후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짙어질 수 있다는 징후로 해석된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화폐 대신 자산에 투자하는 움직임을 반영하고 있어서다. 또한 소비가 증가하는데 팬데믹 충격으로 축소된 공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다.

미국 월街에서는 벌써부터 올해 초강도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한쪽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發 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한 막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30년 만에 최고 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세계 각국이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과 통화정책으로 공급한 돈은 19조5000억달러(약 2경1100조원)로 추산된다. 천문학적인 돈이 풀린 데다 백신 보급으로 경제가 살아나면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견해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

짐 비안코 미국 비안코리서치 설립자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 세대 만에 처음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비안코는 물가 상승률이 미 중앙은행(Fed) 목표치인 2%를 0.5%포인트 정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상승폭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근원 물가 상승률(곡물 이외 농산물·석유류 등 외부 충격으로 물가가 급등락하는 품목을 제외하고 측정하는 물가지수) 2.5%는 지난 28년 동안 보지 못했던 최고치”라며 “거의 한 세대 동안 인플레이션을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인플레가 어떤 것인지 잊어버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안코는 물가가 올라 연준이 긴축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주식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투자은행(IB) 역시 인플레이션을 전망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상반기 근원물가 상승률이 2%를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씨티그룹은 올해 4월 2% 위로 오른 뒤 수개월간 이어지다 연말께 2%로 다시 내려올 것,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물가 상승률을 1.8%, 내년을 2.2%로 내다봤다. 뉴욕 연방은행이 지난해 11월 소비자기대지수를 조사한 결과, 향후 1년 동안 인플레이션 기대치 중간값은 2.8%에서 3%로 올라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초인플레이션, 과연 올까

▷2분기 ‘잠깐’…하반기엔 정상화

‘경험하지 못한 인플레이션 위기가 온다’는 월가의 경고는 과연 현실화될까. 전문가들은 ‘다소 과장됐다’고 본다. 올 2분기께 3% 안팎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은 있지만,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 3분기부터는 곧 정상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물가 상승률 집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유가다. 유가는 지난해 4월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가 3분기에 반등했다. 올 4월 유가를 50달러로 가정하면 전년 동월 대비 몇 배나 오른 셈이 된다. 상승률로는 유가를 물가지표에 반영한 1986년 이래 사상 최고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 3분기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다시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해 8월 평균물가목표제(Average Inflation Target·AIT) 도입을 전격 발표한 것도 기저효과에 따른 정책 왜곡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그간 물가 상승률 2% 달성을 목표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늘려 왔다. 그런데 지난해 2분기 유가 급락과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자 경기가 급랭, 경제가 정상 궤도에서 이탈했다. 이에 기저효과로 인한 올 2분기 물가 상승률 2% 초과가 예상됐다. 수치상으로는 관리 목표치 2%를 달성한 셈이니,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되는 것 아니냐는 시장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제롬 파월 의장이 ‘일시적 2%가 아닌, 꾸준히 2%를 달성해야 금리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선제적으로 밝혀 시장 친화적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는 분석이다. BoA가 중장기적으로는 고용 부진과 평균물가목표제 때문에 완만한 상승 압력을 받게 되리라 전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2분기 미국 물가 상승률에 대한 블룸버그컨센서스는 2.6%로 연준이 내건 관리 목표치 2%를 훌쩍 넘어선다. 그런데도 연준이 금리 인상 대신 경기 부양책을 계속 쓰는 데에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려면 실물경기가 살아나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수요가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리 높지 않다.

“주요국에서 여전히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재화(제품) 수요는 다소 살아났지만 (대면 접촉이 필요한) 서비스 수요가 완전히 가라앉은 상태다.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을 늘리고 있다지만, 자산시장에서만 돈이 돌 뿐, 실물경제로 풀려 나오지는 않고 있다. 과거에 비해 재정정책이 강화됐다 해도 시장이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권희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생각이다.

오창섭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의견이다.

“주요국 GDP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적어도 올 하반기는 돼야 한다. 이것도 백신 보급과 효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따른 예상치다. 그래도 2019년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쳐 경기 과열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회의론이 제기된다.

“백신 효과가 나타난다 해도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장기화될 수 있다. 경제에 충격이 한 번 가해지면 회복된다 해도 완전히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힘든 ‘이력(履歷) 현상’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무엇보다 일자리는 한 번 사라지면 다시 만들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19 사태 직후였던 지난해 상반기 주요국 실업자가 10%대 이상 발생한 것이 타격이 크다. 고용 유지를 위해 한계기업 정리가 지연되며 초과 생산(공급)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려면 기업들이 누적된 재고를 해소하고 초과 생산도 뛰어넘는 폭발적인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는 한동안 어려울 것이다.”

안영진 SK증권 애널리스트 분석이다.

단, 일각에서는 ‘초인플레이션이 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중립 의견도 제시된다. 유동성이 계속 풀리다 보면 결국 실물경제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백신 효과가 본격화되면 일어날 ‘보복적 소비’ 영향도 가늠하기 어렵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현금 유동성이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어나 있다. 정통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이는 물가 상승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백신 효과로 ‘이동성(mobility)’이 정상화하면 보복적 소비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달러 약세와 유가, 곡물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맞물리면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우려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간 저물가를 유지시켜 온 구조적 요인이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상품 가격이 지속 하락하는 ‘아마존 효과’가 대표적이다. 경기가 회복돼도 고용 시장이 과연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까지 빠르게 정상화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는 “고용이 회복되지 않으면 수요가 지속 증가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신중론 대세지만 대비 필요

▷금·원자재로 인플레 헤지하라

아직까지는 신중론이 대세지만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 전략을 짤 때 물가 상승 가능성을 어느 정도는 염두에 둬야 한다.

전문가들은 주식 포트폴리오 내에서 인플레이션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큰 업종을 확대하는 전략을 고려해보라고 제언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5년 미국 증시를 살펴보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오를 때 소재와 금융, 산업재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 주가가 뛰었다. 국내 시장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철강과 화학을 비롯한 소재 업종 상승세가 기대된다. 최근 증시 랠리에서 주가가 가파르게 뛰었으나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자산 일부를 금에 투자하라는 제언도 새겨들음직하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다. 화폐 가치가 떨어져도 값이 유지된다는 특성을 갖췄다. 물가가 오를 때 투자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달러 가치가 1% 하락하면 금값은 1% 오른다. 세계 소비자물가가 1% 오르면 금값은 1.1% 오른다”고 설명했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금 현물 구매다. 자산가들은 주로 100g, 1000g짜리 골드바를 산다. 일반 투자자 사이에서는 10g이나 37.5g짜리 미니 골드바가 인기다. 한국금거래소나 은행 등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금 현물을 구매하면 부가가치세 10%를 내는 만큼 금값이 최소 10% 이상 올라야 손해 보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은행에서 발행하는 금통장을 개설하는 방법도 있다. 통장을 만들고 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은행이 입금액을 시세에 맞춰 금 무게로 환산해 적립해주는 상품이다. 소액 투자가 가능하지만 매수·매도 시 각각 취급수수료 1%와 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15.4%)가 발생한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비하려면 금과 원자재 관련 상품을 매입하라고 입을 모은다. <매경DB>
금 펀드나 ETF에 가입하는 선택지도 고려해봄직하다. ‘삼성KODEX골드선물’ ‘한국투자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 등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표 상품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KODEX골드선물은 순자산이 약 2470억원으로 가장 크다(1월 6일 기준). 성과도 양호하다. 1년 수익률은 22.52%, 2년 수익률은 41.1%다.

한국투자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 역시 수익률이 돋보인다. 특히 장기 투자자에게 쏠쏠한 수익을 안겼다. 수익률이 1년 42.1%, 2년 78.24%다. 5년 수익률은 무려 125.4%다.

원자재 관련 상품에 관심을 기울여보라는 의견도 나온다. 산업용 금속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는 실물경제가 작동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경기가 활기를 띠면 원자재 수요가 늘고 값이 상승 기류를 탄다. 김소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원자재 시장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특히 구리와 니켈이 돋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본다.

구리는 가정용 전자제품부터 건설 자재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시세가 실물경기 흐름을 따라가는 특성이 있다. 전기차와 리튬이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향후 빠른 성장세가 기대되는 핵심 산업에서 활용된다는 점도 돋보인다. 전기자동차에는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3배, 신재생에너지 생산에는 전통 에너지 대비 12배 많은 구리가 들어간다.

경기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최근 구리 가격은 우상향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 3월에는 t당 4000달러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상승세를 거듭해 올해 1월 들어 t당 80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구리 가격이 t당 9000달러까지 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니켈 역시 전자 제품과 전력 케이블, 건축 부품, 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지난해 3월 t당 1만1000달러대까지 내렸던 시세가 올해 1월 t당 1만7000달러대까지 올랐다.

구리와 니켈에 투자하는 대표 상품으로는 ETF인 ‘삼성KODEX구리선물’ ‘미래에셋TIGER구리실물’ ‘미래에셋TIGER금속선물’ 등이 있다. 1년 수익률은 각각 19.83%, 17.93%, 14.47%다.

원유도 대표적인 경기 민감 원자재다.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 ‘삼성WTI원유’ ‘삼성KODEX WTI원유선물’ 등을 통해 투자 가능하다. 단 유가 전망이 엇갈린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측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자발적으로 원유 생산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데다 경제 활동 재개 기대감이 커졌다는 점이 호재라고 분석한다.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측은 여행 등 주요 분야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본다. 신재생에너지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물가연동채권 역시 고려해봄직한 선택지다. 물가연동채권은 원금과 이자를 물가 상승분만큼 올려주는 채권이다.

[명순영·노승욱·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2호 (2021.01.13~2021.0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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