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국내 드론 최강자 억세스위, 수원에 드론전문 대학 세운다
날개만 2m가 넘는 정찰·감시용 드론이 수직으로 이륙했다 한참 비행하다 다시 수직으로 제자리로 돌아와 착륙한다. 잘다니던 직장을 불혹의 나이에 그만두고 드론업계에 뛰어든 ㈜억세스위 창업자 이병섭(46) 대표가 개발한 ‘수직 이·착륙(VTOL) 고정익’ 드론 넵튠 V270의 모습이다.
국내 드론산업의 선두주자인 억세스위 이 대표가 경기도 수원에 드론 전문 대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꿈을 펼치고 있다.
무인항공기는 조종사 없이 프로그램된 경로에 따라 자동 또는 반자동으로 비행하는 비행체다. 드론은 무인항공기의 영문 속어다. 그동안 드론 ‘패권’은 미국과 중국이 양분하고 있었다. 프로펠러 회전익으로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하지만 속도가 느린 중국산 소형 드론과 제트비행처럼 활주로를 달려 이·착륙해야 하지만 속도가 빠르고 대형인 미국산 고정익 드론이 그것이었다.
그런데 억세스위는 회전익과 고정익 두가지의 장점만을 살린 드론을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제트기처럼 프로펠러가 없는데도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드론 말이다.
그 첫 결과물인 모델명 넵튠 V270은 날개 2.7m, 동체 1.7m, 최대이륙 중량 17kg으로, 좁은 공간에서도 수직으로 뜨고 내릴 수 있다. 활주로가 필요 없다. 국토가 좁고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 최적화된 셈이다. 이 모델은 국내 최대 비행시간 기록(124분)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어릴 적 꿈을 세계 최고의 드론을 개발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로 바꿔 2015년 아주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이 회사를 설립했다. 독학으로 무인항공기 설계부터 제작까지의 기술을 익히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넵튠 V270을 제작했다.
그리고 이 드론은 정부의 군 전력화사업에 도전해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2020년 2월 선정됐다. 같은해 7월 20억원어치의 넵튠 V270을 방위산업청에 납품했다. 예정대로 시범사업이 올해 전력화가 되면 억세스위는 600억~7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억세스위의 지난해 총매출액이 3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억세스위는 지난해 드론의 핵심인 플라이트컨트롤러(FC)를 자체 개발하는데도 성공했다. FC는 사람으로 치면 머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론의 핵심 중 핵심 부분이다.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은 중국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억세스위는 이 FC를 군 전력화에 납품하는 넵튠 V270에 장착한다. 억세스위는 군사용 뿐 아니라 상업용 등 다양한 수직이착륙 드론 개발 분야 국내 1위 회사가 됐다.
이 대표는 이런 회사의 탄생지인 경기도 수원에 드론 전문 대학교를 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11일 “무작정 꿈을 쫓아 창업에 나선 제게 어려운 고비때마다 경기도와 수원·화성시가 기회를 줬다”면서 “드론 인력 양성을 위해, 나아가 사회 공헌 차원에서 드론전문 대학을 반드시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억세스위는 차세대 드론인 K-UAM(한국형 도심 드론택시) 개발을 위해 인재를 과감하게 영입하고 있다.
무선 모형비행기 제조회사를 설립해 미국·유럽에 연간 8000여대를 판매한 경력의 소유자, 프로펠러를 국내에서 제작해 일본 히로보(HIROBO) 헬리콥터에 수출한 경력 소유자, 국토교통부 드론 심사위원, 청와대 드론 기술 자문 등이 포함돼 있다.
하이브리드 스마트 드론을 개발하고 재난·치안 무인기 공동 플랫폼을 만들었던 권태준 박사도 있다. 권 박사는 2인승 스포츠급 경항공기도 개발한 적이 있는 인재다. 또 ‘나선 신경망을 활용한 개인정보 보안’ 분야 최고의 권위자인 나이지리아 출신 토신 박사도 있다. 이렇게 모인 인재들은 국내 드론업계의 ‘어벤저스 군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셈이다.
[인터뷰] 이병섭 억세스위 대표
억세스위 이병섭 대표(사진)는 수직이착륙 고정익 드론을 활용한 군사용 무기 분야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이 대표는 1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F-35, F-22는 미국 록히드마틴에서 만든 5세대 전투기다. 특징은 모든 게 자동화되고 전자제어가 된다. 하지만 사람이 타야 해 조종사를 양성해야 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며 “6세대 전투기부터는 사람이 안 타는 개념으로 가고 있고, 무인전투기 추세로 갈 수 밖에 없다. 미국은 록히드마틴 보잉 등이 이를 맡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전무하다. 우리 회사가 기술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넵튠 V270 개발로 입증된 중소형 수직이착륙 고정익 드론 활용 성공에 그치지 않고 대형 수직이착륙 고정익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다.
엑세스위는 현재도 매출 대비 50% 넘게 여전히 연구개발비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6세대 전투기도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국산 6세대 전투기를 만들려면 지금 투자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드론의 슬로건은 ‘누구나, 쉽게, 안전하게’다”며 “드론을 필요로 하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초보와 경력 모두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조종할 수 있게 드론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억세스위는 “뭐든 불가능은 없다”는 이 대표의 신념을 바탕으로 수직이착륙 고정익 드론의 선두주자게 됐다.
이 대표는 드론 전문 대학교 설립의 꿈도 피력했다. 그는 “미래 먹거리인 드론 산업의 기초가 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반드시 전문 대학교를 짓고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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