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코로나 이전 회복" 文 자신감에 "경제 인식이 걱정" 비판론

조현숙 2021. 1. 1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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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는 온전히 일상을 회복하고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으로 새로운 시대의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입니다.”

11일 신년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드디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인다. 불확실성들이 많이 걷혀 이제는 예측하고 전망하며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처럼 한국 경제는 빠르고 강한 회복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일까.

문 대통령이 경제 회복의 근거로 든 지표는 크게 두 가지다. 경제성장률과 수출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우리 경제는 지난해 3분기부터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다”며 “지난해 12월 수출은 2년 만에 500억 달러를 넘었고 12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문 대통령의 말처럼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2.1%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 -1.3%, 2분기 -3.2% 연거푸 고꾸라진 직후의 수치일 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충격에서 아직 절반도 회복하지 못했단 의미다. 지난해 11월 이후 불거진 코로나 3차 확산으로 연말 경기 반등 가능성도 물 건너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1%대로 예상한다. 외환위기가 터졌던 1998년(-5.1%) 이후 첫 마이너스(-) 기록을 정부마저 공식화했다.

국제통화기금(IMF) 2.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 등 주요 기관은 올해 한국이 2%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마저도 지난해 11월 이후 본격화한 코로나19 3차 확산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지난해 -1%대, 올해 2%대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잠재성장률(연 2%대)에 못 미치는, 사실상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다는 의미다. “빠르고 강한 회복”이란 문 대통령 공언과는 거리가 멀다.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에 대해 “대통령의 경제 인식이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교의 기준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천양지차인 경제성장률을 유리한 면만 부각한 것"이라며 “손해를 100을 보다가 90을 보게 되었다면 플러스로 전환되었다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수출 실적을 자화자찬했다. 지난해 12월 전년 동기 대비 10% 넘게 수출이 늘긴 했지만 비교 대상이 된 2019년 12월은 미ㆍ중 무역 갈등으로 세계 수출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던 시기다. 2018년만 해도 월평균 수출액이 504억500만 달러였다. 지난해 전체(5129억 달러)로 보면 수출액은 전년보다 5.4% 줄었다. 2018년(10.3% 감소)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연간 수출입 실적.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올 상반기 수출 지표가 개선되더라도 기저효과(비교 대상 통계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아 나타나는 통계 착시)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한국의 경우 백신 접종이 다른 선진국에 늦어지면서 수출을 비롯한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체감 경기는 바닥으로 내려앉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는 올해 상반기에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게 될 것”을 선언했다. 고용ㆍ소비ㆍ투자 등 실제 경제지표가 올 상반기 좋아지더라도 통계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경제지표는 ‘전년 동기 대비’를 기준으로 발표되기 때문이다. 비교 대상이 되는 지난해 상반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경제가 최악의 충격에 빠져있던 시기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도 정부는 막대한 빚을 내 예산을 투입할텐데, 결국 정부 재정에 기댄 것이라 내수나 소비 등 민간 상황이 나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실물 경기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빠르고 강하게” 회복하고 있는 곳은 부동산과 증시뿐이다. 실상은 실물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은 가격 상승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의 (증시 활황이) 실물에서 공급된 유동성이 아닌 대규모 채무에 의한 것이란 게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실물 경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기업 경기 회복을 끌어낼 정부의 정책적 움직임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며 “실물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레버리지(차입을 늘려 투자) 확대를 통한 지금의 증시 활황은 오히려 경기에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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