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종인 격노한 날, 팔공산에서 만난 안철수·홍준표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1일 오후 대구의 한 사찰에서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조우했다.
안 대표와 홍 의원 양측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날 오후 대구 팔공산에 있는 동화사에서 우연히 만났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에게 신년 인사를 하는 자리였다. 사찰에서 두 사람의 예방 시간을 같은 시간으로 정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진제 스님은 안 대표와 홍 의원에게 각각 “꼭 뜻하는 바를 이루시라”고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할 당시 두 사람은 서울 모처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당시 상황을 아는 한 야권 인사는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하는 안 대표에게 홍 의원이 출마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17년 대선 때 경쟁자로 만났던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최근의 만남 이후 안 대표에 대한 홍 의원의 태도는 극적으로 바뀌었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 지난달 20일, 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는 야권을 더 큰 판으로 만들어 정권교체를 앞당기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적었다. 안 대표에 대해선 “승부사 기질 없이 착하고 순하게만 보이던 안 대표에게 그런 강단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변신”이라고 추켜세웠다.
홍 대표는 이날 안 대표와의 동화사 만남 직전에 올린 페이스북 글에선 “평생을 ‘낭중지추’의 삶을 살고자 했는데 올해부터는 ‘난득호도(難得糊塗)’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요구를 하니 연초부터 참 난감하다”며 “그러나 안철수 대표를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보여진다. 빈 구석이 있어야 사람이 몰려든다는 것은 YS를 봐도 정치적으로 증명이 됐으니까”라고 적었다. 자기를 낮추고 남에게 모자란 듯이 보이는 것이 결국에는 현명한 처세가 된다는 뜻의 난득호도는 청나라의 화가이자 서예가인 정섭의 휘호에서 비롯된 중국의 오래된 격언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안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소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과 묘한 대조를 이뤄 정치권의 주목을 받는다. 최근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등 당내 인사들이 국민의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을 언급하며 안 대표와의 연대 및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정작 김 위원장은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 비대위 회의에 앞선 비대위원들과의 티타임 자리에서도 서울시장 보선 야권 단일후보로 안 대표가 거듭 언급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김 위원장이 이번 주 안 대표와 만나기로 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국민의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을 언급한 정 위원장을 거론하며 ‘왜 자꾸 안 대표를 끌어들이려는지 알 수 없다’는 취지의 불만을 토로했다. 상당히 격노한 모습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안 대표와 3자 구도로 가더라도 우리가 후보를 잘 내면 이길 수 있으니 더는 안 대표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오 전 시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단일화는 없다”며 “사전 조율 없이 갑자기 돌아온 답변으론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한편 홍 의원은 안 대표를 비롯한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와 잇따라 만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연말 오세훈 전 시장과 회동한 홍 의원은, 12일엔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 중인 나경원 전 의원과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김기정ㆍ성지원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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