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초과에 불안·우울 커진 영화노동자
[성하훈 기자]
▲ '영화스태프 등 단속적 노동자의 건강검진 지원제도 마련을 위한 연구보고서' |
ⓒ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
영화산업 노동자들이 대부분 1년 미만으로 단기고용되면서 전체의 77.2% 정도가 직장 건강검진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화산업 노동자 절반 이상이 주52시간 초과 근무를 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불안증상과 우울증상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결과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영화산업노조)이 지난해 8월~9월 한 달 동안 제작사 스태프 등 2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0 영화스태프 등 단속적 노동자의 건강검진 지원제도 마련을 위한 연구'에서 확인됐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울증상의 경우 조사대상자의 18.6%가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의 지역사회 특성이 반영된 안산지역의 11.8%(2014년 8월~11월, 주민 7167명 대상으로 진행된 아주대 '지역사회 건강조사 기반 사회심리 및 안전인식도')보다도 높은 수치다. 매주 52시간을 초과 한다고 응답한 그룹의 31.8%가 우울 증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증상 또한 만연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산업노조는 11일 이 같은 결과를 공개하면서 "영화산업 노동자들이 건강권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영화산업의 특성상 52시간 초과가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영화 노동자들의 건강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산업노조는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야간노동이 많은 경우 사업주가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고, 야간작업 특수건강검진 대상에 해당되는 영화 노동자가 44.9%에 달했음에도 이중 95.4%의 노동자가 '특수건강검진에 대해 안내받지 못했다'는 답을 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이번 조사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스태프 중에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2019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지역 사업장을 조사해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근골격계 치료가 필요한 노동자 비율은 S자동차부품업체가 21.4%, P전자조립업체가 18.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같은 기준으로 제작 스태프의 상황을 살펴본 결과,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27.0%나 됐다.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근골격계 질환 고위험 업종으로 알려진 자동차부품업체, 전자조립업체, 조선업체보다도 높은 수치"라고 덧붙였다.
▲ 영화산업 노동자들이 대부분 1년 미만으로 단기고용되면서 전체의 77.2% 정도가 직장 건강검진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 엔바토 엘리먼트 |
영화산업노조는 "영화 현장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서 촬영은 주 52시간에 맞추고 있으나 저예산영화, 방송 등은 주 52시간 촬영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촬영을 위한 준비 업무 등의 경우 주 52시간제를 초과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장시간노동은 불안증상과 우울증상을 야기시키고 있어 장시간 노동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화 작업시 제작사로부터 안전보건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응답한 사람도 38.5%에 달했다. 2019년 영화산업노조에서 진행한 산업안전 실태조사에서 57.3%가 '안전보건교육으로 현장 내 안전사고가 감소하였다'고 응답한 상황을 고려하면 안전보건교육에 대한 대책들이 필요해 보인다.
영화산업노조는 또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4대 보험 가입에도 불구하고 산재로 진행되는 비율은 16.7%에 그치고 있고 건강검진은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있다"면서 "일하는 현장에서 다치거나 죽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이 최선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에 영화제작사들이 책임을 갖고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짧게 고용되는 노동자라고 해서 예외가 있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설문 대상자의 최근 3개월의 잔업을 포함한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1 시간이었으며 최근 3개월간 주 52시간을 초과한 횟수는 월 1주 이하가 26.7%, 월 2~3주가 18.4%, 매주가 11.3% 이로 나타났다. 최근 3개월간 월 평균 1주일 이상 주 52시간을 초과한 인원이 전체의 과반수가 넘는 56.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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