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단골 대책 '조기발견', 반복되는 이유는

여성국 2021. 1. 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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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의무자 신고 활성화, 유관기관 및 지역사회 협업체계 구축, 피해 아동 우선 격리 보호, 가해자 처벌 강화, 피해 아동에 대한 지속적 관리 체계 구축 등"
정부가 내놓은 아동학대 주요 대책이다. 올해 내놓은 게 아니다. 7년 전인 2014년 2월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 아동 조기발견·보호 종합대책'을 통해 내놓은 것이다. 지난 2013년 울산과 경북 칠곡에서 각각 아이들이 학대로 사망한 뒤였다.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 메시지와 꽃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조기발견 강화, 장기결석생 등에 대한 합동점검, 아동형복지지원시스템 구축, 신속 분리 지원 등"
이 또한 올해 내놓은 대책이 아니다. 2016년 3월 정부는 아동학대 근절시스템 구축을 위한 '아동학대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경기 평택에서 발생한 7살 '원영이' 학대 사망 사건 뒤다. 당시 원영이는 약 3년간 양모로부터 학대를 당했다. 학대를 의심한 아동센터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원영이 남매의 사정을 알렸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동센터 측은 남매가 3개월 가까이 나타나지 않자 장기결석으로 센터 등록을 해지했다. '조기 발견'은 커녕 발견조차 실패했다.


'조기 발견' 아동학대 단골 대책
아동학대 방지대책의 보완대책(2016년 9월), 아동복지시설 취약아동 보호 강화 방안(2017년 2월), 아동 학대 방지 보완대책(2018년 3월) 등 주요 아동학대 사건 직후엔 정부는 매번 '조기발견'을 대책에 포함했다. '원영이 사건'을 계기로 2018년 19억6925만원을 투입해 구축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도 이후의 학대를 조기발견하거나 예방하지 못했다.

지난달 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다. 국민청원 캡처

"조기 발견, 현장 채근하면 된다는 수준"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 출신의 김영주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조기 발견 대책이 현장을 더 채근하면 된다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학대 신호를 파악해야 하고, 신고가 잘 돼야 하고, 신고 이후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재학대를 방지할 지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신고자 보호가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신고자가 학대의 구체적 근처를 제시해야 하고 경찰 조사에서도 부모의 진술에 대해 반박도 해야 한다. 공무원들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발굴해야 하는데 주의 깊게 보기 어렵고 학대에 대한 판단도 잘 못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데이터 적극 공유, 위험 신호 파악해야"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 학대 사건은 갑자기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수개월, 수년 학대를 당하다 숨지는 사건으로 사전에 구출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기 발견을 위한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그동안 내놓은 조기 발견 대책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 대표는 'e아동행복시스템'의 활용의 적극적인 활용을 주문했다. 데이터를 통해 집중관리를 하겠다고 정부가 구축한 것인데, 발견율이 낮고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담당 공무원뿐 아니라 학교와 어린이집 등에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데이터를 고위험군 아이가 있는 어린이집 등에 공유해서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6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를 추모하며 시민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뉴스1]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선 "학대 고위험군 아동에 대한 신상 유출은 별개로 처벌하면 된다. 고위험군 아이라고 하면 주변에서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신고할 것이다. 조기 발견을 하라고 하면서 데이터 공유는 못 하겠다고 하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형량 강화에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처벌을 강화하면 당장 신고가 불편해지고 법원도 사실인정에 엄격해질 가능성 등도 따져봐야 한다”면서 “아이에게 사건이 일어난 다음의 논의보다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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