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인사이드] "핵보유국 인정하고 제재 풀어" 북한의 바이든 향한 첫 메시지

김황록 2021. 1. 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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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뉴스1]


북한은 지난 5일 제8차 당대회를 시작한 뒤 관영 매체를 통해 시시각각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 지난 주말 조 바이든 차기 미국 대통령에 대한 첫 메시지와 함께 대남 메시지도 보도했다. 한국의 관심 사항인 대남·대미관계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내용의 행간 속에서 읽히는 북한의 의도와 향후 행동을 분석해 본다.

첫째, 북한은 “한반도 및 세계 평화와 안전 보장을 위한 일념으로 지역 긴장 격화를 막기 위해 선의의 노력과 최대의 인내심을 발휘했지만,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은 약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극심해졌다”고 했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이어진 당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에 대한 보고에서다.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이 트럼프 시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중단하는 선의를 베풀며 북미정상회담에 임했지만,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는 북한식 책임 전가 표현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대선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TV토론에서 “북한이 실험을 중단한 이유는 이미 완료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기존보다 크기를 키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둘째, 김 위원장은 미국을 최대의 주적으로 규정하면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북정책의 본질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대미 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면서 앞으로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다만,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조건부로 언급했다. 이는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핵보유국 지위와 추가 도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


셋째, 김 위원장은 “2017년 핵 무력 완성 선언 대사변 이후에도…핵 무력 고도화를 멈춤 없이…전술핵무기들을 개발하고 초대형핵탄두 생산도 지속 밀고 나가며…수중 및 지상 고체 추진제 ICBM 개발을 계획대로 추진하고…다탄두 개별유도기술(MIRV)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마감단계에 있으며…극초음속비행 탄두를 가까운 기간 내에 시험 제작할 준비 중…핵잠수함 설계도 최종단계…전자무기·무인기·군사정찰위성 설계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북한은 북·중, 남·북, 북·미 정상회담 간 비핵화를 논하면서도 은밀하게 핵무기를 생산 및 배치하며 핵탄두장착 수중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하는 잠수함 건조(3000t 또는 5000t급), 핵잠수함 설계와 전술핵무기까지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우려와 불신을 공개적으로 자인한 셈이다.

또한 북한이 바이든 시대 전략적 도발을 암시하는 수중 SLBM(북극성 3형, 4형) 시험 발사, 다탄두 및 극초음속탄 시험 사격, 고체 ICBM 시험 발사, 전술핵무기 모의시험 발사, 위성 발사 등 다양한 카드인 일종의 충격적 행동을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이 확인됐다.

2018년 9월 정상회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시내를 카퍼레이드 하며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시기는 이르면 내달 16일 김정일 생일 기념하는 광명성절 전후로부터 한·미연합훈련이 계획된 3~4월이다. 수단이나 강도는 경제난·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바이든의 대북정책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다섯째, 북한은 대남 메시지로 남북관계를 거론하며 “판문점 선언 이전 시기로 돌아간 대결관계”로 규정했다. 또한, “한국이 첨단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연합훈련 중지 경고를 외면하며 남북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면서 “집권자가 첨단공격 장비 반입목적과 본심을 설득력 있게 직접 해명하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회복 여부는 전적으로 한국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고, 대가는 지불한 것만큼 노력한 것만큼 받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정당한 요구에 (한국이)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주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로남불’식 대남 길들이기와 향후 책임 전가를 염두에 둔 협박성 발언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공군 항공통제기 E-737에 탑승해 우리 군의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며 지휘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여섯째, 대남·대미 공동 메시지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국가방위력이 적대세력들의 위협을 영토 밖에서 선제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선 것만큼 앞으로 한반도의 정세 격화는 곧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들의 안보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언급했다.

이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제재를 풀지 않으면 대미 또는 대남 도발을 통한 긴장 조성으로 안보 불안감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각인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

새해 김 위원장은 애지중지 키워 온 값비싼 핵무기로 바이든 미 대통령을 먼저 압박했다.

1999년 핵을 쥔 파키스탄이 국지도발 정도로는 인도가 핵을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이른바 안정 불안정 역설의 이론에 따른 오판을 배경으로 인도의 카길 지역을 공격했다. 핵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핵을 가진 북한이 미국의 핵우산에 보호받는 한국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도발한다면 한·미동맹과 한국 내부는 갈등으로 우왕좌왕할 것이고, 한반도는 불안정에 휩싸인다고 경고한 것이다.

바이든 시대 한·미동맹은 증대된 북핵 및 재래식 도발 위협만큼 핵확장억제력을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화하고 훈련돼야만 한다. 안보 불안감 증대로 외국자본이 빠져나가고 국민이 불안해하는 한반도의 미래는 ‘너나, 여야, 진보·보수·중도’의 책임도 아닌 국민 모두의 손에 달려 있어야 한다.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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