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코로나발 2금융권 대출 급증..금융리스크 '빨간불'(종합)

박선미 2021. 1. 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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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상호금융 대출잔액
작년 10월 376조8422억원
전년 대비 30조원 넘게 증가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김효진 기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조이면서 금리가 더 높은 제2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리고 있다. 주식·부동산 투자를 위한 자금 수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워진 소상공인들의 대출 수요가 혼재돼 있어 중ㆍ저신용자 및 저소득자 등 취약차주가 많이 이용하는 제2금융권의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지난해 10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은 각각 74조3955억원과 302조4467억원으로 총 376조8422억원에 달했다. 2019년 말 347조4136억원 대비 30조원 넘게 증가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전년 동기대비 대출 증가율이 17.1%에 달한다.

시중 은행권의 가계 신용대출 금리가 3%대 수준인데 반해 2금융권 금리는 10%대 중후반으로 이자 부담이 크다. 게다가 2금융권을 이용하는 고객층 가운데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중·저신용자 및 저소득자 등 취약차주가 많다는 점은 2금융권 대출 증가를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이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2금융권이 차주 ‘옥석 가리기’에 착수해야 하지만 쉽지는 않다. 경영상태 분석이 가능한 법인과 달리 소상공인 등은 사전 부실 징후 판단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금융권의 대처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2금융권의 기업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기업 부실화가 불가피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 큰 걱정거리를 안겨준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제2금융권의 기업대출은 178조4000억원 규모로 2019년 말 152조7000억원 대비 16.8% 증가했다. 8월 말 기준으로 2019년 말 대비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의 기업대출 증가율은 각각 10.7%, 9.5%, 19.4%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의 비중이 57.9%에 달하는 상호금융의 증가율이 두드러진다.

중소형 2금융권 건전성 우려
"소형 금융회사 중심으로 대손충당금 확충 통한 선제적 대응 필요"

저축은행도 아직까지는 건전성이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지방 저축은행에서는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저축은행의 2분기 말 기준 연체율 평균은 수도권 3.32%, 지방권 5.54%로 일부 지역은 10%를 상회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그래프: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구정한 한국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은행권 및 2금융권의 건전성은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최근 개인사업자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이 급격한 점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리스크에 취약할 수 있는 제2금융권 소형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대손충당금 확충을 통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역시 "금융 건전성은 2금융권에서 악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 어려움에 처한 차주 대상의 금융지원이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전방위적 지원으로 금융권의 사전 대처가 어려워짐에 따라 향후 취약업종 및 저신용차주 비중이 높은 2금융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될 경우 수익성 저하 및 건전성 악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의 대출 증가세를 긴장감 속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자금난이 향후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금융지원 정상화를 위한 연착륙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코로나발 경기부진 장기화에 대비해 충당금 추가 적립기준을 마련해 선제적 손실흡수능력 제고 유도하고 건전성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만 2금융권의 경우 대출 성격이 ‘빚투(빚내서 투자)’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보다는 코로나19 등에 따른 서민들의 생활자금 수요와 관련된 경우 많은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전반적인 대출심사 강화 등을 통한 건전성 관리를 수행하겠지만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선제적 금융리스크 대응 마련에 어려움도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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