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뼈다귀', 친구가 모였는데 '케미'가 안 보였다

이준목 2021. 1. 1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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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동갑내기 팀 예능의 장점 못 살려.. 제작진의 적절한 교통정리 필요

[이준목 기자]

 최근 종영한 채널A <개뼈다귀>의 한 장면
ⓒ 채널A
 
채널A 예능 <개뼈다귀>가 지난 10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개뼈다귀>는 70년생 개띠 동갑내기 남성 연예인 4인방인 박명수-이성재-지상렬-김구라가 출연하여 백세시대의 반환점인 50살에 접어든 중년 출연자들이 삶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는 '인생 중간 점검' 프로그램을 표방했다.

이 프로그램이 방송 초반 눈길을 끌었던 것은 튀는 제목명만큼이나 색다른 조합과 출연진들의 개인사 공개 때문이었다. 출연진 전원이 동갑내기라는 구성은 E채널 <찐한친구> QTV < 20세기 미소년 > 등에서 먼저 선보였던 설정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티격태격하다가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이 '동갑내기 팀 예능'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예능에 익숙한 베테랑 희극인들 속에 배우 이성재가 가세하여 신선한 조합을 구축했다. 50대의 갱년기-결혼과 자녀에 대한 고민 등 비슷한 중년세대만이 공감할 수 있는 삶의 무게와 일상의 애환이 묻어나는 '아재 예능'을 표방했다는 점, 박명수의 불면증 공백과 김구라의 여자친구 언급 등 그동안 방송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출연진들의 고민과 속사정 등에 접근한 것은 이 프로그램만의 차별화 포인트로 부각됐다.

하지만 <개뼈다귀>는 초반의 화제성을 프로그램의 예능적 재미와 완성도로까지 이어가지는 못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아쉬움은 동갑내기 친구들을 모아놨음에도, 정작 기대했던만큼 '케미'를 발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구라와 지상렬은 널리 알려진대로 고교동창이고, 박명수도 이미 기존의 예능에서 이들과 여러 차례 앙숙같은 호흡을 과시한 바 있다. 각자의 영역과 캐릭터가 확실한 멤버들이지만 정작 방송에서 함께 모아놨을 때는 의외로 손발이 맞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어쩌면 <개뼈다귀>의 멤버 조합은 차라리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였다면 더 어울렸을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세 사람 모두 자신이 에피소드의 중심에 섰을 때 웃음을 이끌어내는 '액션'에 능한 반면, 상대를 살려주는 리액션에는 취약한 '개인주의형' 예능인들에 가깝다. 그래서 이들이 활약했던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유재석이나 윤종신, 이경규처럼 적절한 타이밍에 이들의 개그를 받아서 완급을 조율해줄 수 있는 도우미 혹은 진행을 정리해줄 MC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나마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멤버는 김구라였지만, 이는 자기중심적인 토크에 최적화된 김구라에게 어울리는 역할이 아니었다.

정극 배우 이미지가 강한 이성재를 포함시키며 새로운 활력소를 기대했지만, 애초에 전문 예능인들 사이에서 이성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별로 없었다. <나혼자 산다> 등을 통하여 나름의 예능 경험은 있는 이성재지만 맥락 없는 토크와 몸개그가 난무하는 <개뼈다귀>에서는 적절히 끼어들 타이밍을 잡지 못해 병풍처럼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이렇다보니 매 에피소드마다 출연자들간의 티격태격하는 호흡이 주는 재미보다는 토크의 주도권을 잡으려다가 오디오가 겹치거나, 서로의 유머 코드를 제때 받아주지못해 썰렁한 분위기가 자주 연출됐다.

제작진도 개성강한 출연자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부족했다. 프로그램의 당초 기획 취지이자 핵심 콘셉트였던 '인생에 대한 질문'은 사실상 방송 초반에만 반짝하고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박명수의 수면제 복용 사실 고백같이 자극적인 소재, 독신남 지상렬의 결혼, 김구라의 독설 화법처럼 이미 기존 예능에서 다루어졌던 소재를 재탕한 것은, 잠깐의 화제성을 끌어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이 프로그램만의 색다른 볼거리로 활용하지는 못했다.

최근 방송됐던 '구라의 침묵' 편은 <개뼈다귀>의 문제점을 가장 극명하게 요약한 에피소드였다. 애초에 촌철살인의 토크가 주특기인 김구라를 말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강제로 침묵시키거나, 아바타 설정을 통하여 출연자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강제로 따라하게 만드는 구성은 어떤 설득력도 공감대도 얻기 힘들었다.

또한 이 에피소드에서 확인된 또 다른 문제점은 김구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동안, 정작 멤버들간 실제로는 서로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거나 크게 관심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성재와 김구라가 서로를 향하여 '사실은 좀 더 너와 친해지고 싶었다'고 뒤늦게 고백하는 장면은 반대로 말하면 프로그램 종영 한 주를 남겨둔 시점에도 멤버들이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지는 못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후반부 토론 편에서 주인공 김구라를 상당시간 배제하고 진행된 토크는 오히려 더 중구난방이 됐다. 다른 멤버들이 각자 할말만 떠들다가 일찌감치 이야것거리가 바닥나며 맥이 빠질 조짐을 보이자, 김구라가 나서서 급하게 뒷정리하는 모양새로 겨우 마무리됐다. 제작진이 출연자들에 대한 명확한 특성 파악을 하지 않고 예능을 만들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마지막 에피소드 역시 성의없는 재활용에 가까웠다. 50살에 접어든 중년의 뇌 활성화 프로젝트를 내세워 '쟁반 노래방' '젓가락 콩 옮기기' '저글링' '미니 낚시' 등 기존 예능에서 보여줬던 게임들과 몸개그를 반복하는 것으로 분량을 채웠다.

방영 내내 시청률 1%대 이하(닐슨코리아)로 고전하던 <개뼈다귀>는 결국 마지막회까지 특별한 반전없이 조용하게 마감했다. 멤버들은 서로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옛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친구가 될 수 있어서 기뻤다"고 훈훈하게 마무리를 지었지만, 웬지 립서비스라는 느낌이 들뿐 이들이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는 느낌은 끝까지 시청자들에게 전해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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