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코로나 사태 이후의 ESG 경영과 투자

구은모 2021. 1. 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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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전례없는 위기 속에서 2020년은 우리 기업과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라고도 할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 가운데 시작된 ESG 경영과 투자에 대한 관심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코로나19가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에서 유발됐고 이번 위기가 향후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업 활동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이 강하게 부각됐다.

작년부터 대기업과 금융지주사들은 이사회 내에 ESG 위원회를 신설하거나 기업 내 전담 부서를 만들면서 경영전략 차원에서 ESG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 시행돼 기업 본연의 경영과는 무관했던 기업의 사회적 기여가 이제 경영의 본류로 자리 잡았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ESG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다른 점은 CSR이 손실을 감수하면서 사회에 긍정적 기여와 공헌을 해야한다는 것이라면 ESG는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고려하지 않고선 지속가능성 및 장기적 가치 제고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알렉스 에드만스는 최근 기업들이 경영의 목적을 사회적 가치 창출에 두어야만 사회적 가치 창출뿐 아니라 기업의 가치 제고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국적 제약사 머크를 예로 제시한다. 머크는 1987년 서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에서 발병해 환자의 눈을 멀게 하는 회선사상충증의 치료제를 발견하게 된다. 문제는 피해국들이 너무 가난해 약 값을 지불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예산 부족으로 지원에 난색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자 당시 CEO인 로이 바겔로스는 연간 2000만달러의 비용과 그간의 연구비용을 모두 감수하고 이 약을 무료로 배포하기로 결정한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머크의 치료약 기부 덕분에 많은 환자들은 병마에서 벗어나고 이들 지역의 경제는 회생할 수 있게 된다. 그의 결단은 기업의 이익 추구와는 완전히 상반되나 제약사의 존재 목적을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는데 둔다면 당연한 결정이라 할 것이다. 1978년 이후 머크의 연평균 주가 수익률은 13%로 이는 S&P500의 평균 수익률 9%를 상회하는 사실에서 보듯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한 경영은 기업의 가치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

ESG 경영에서 추구하는 바는 단순히 착한 기업으로의 이미지 변신이 아니다. 기업 경영을 통해 추구할 사회적 가치를 명확히 경영 목적에 설정하고 경영 전략, 실행, 성과평가 등 경영 전반에 걸쳐 일관성 있게 이를 추진해야만 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은 "여유자금을 보유한 자금 공급자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자금 수요자 간의 자금 중개를 통해 경제의 원활한 흐름을 촉진하는 행위"로 정의될 수 있다. 당연히 금융회사의 경영 목적은 이에 부합해야 할 것이고 이를 효율적으로 실행해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과 기업가치 제고를 달성하는 것이 금융회사의 ESG 경영이라 할 수 있다. 불완전 판매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금융회사 역시 막대한 가치 손실을 겪은 다수의 국내외 사례를 돌아보면 고객을 고려하지 않은 단기 실적 추구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명확하다.

기업의 ESG 경영을 통해 사회·경제적 가치가 창출되기 위해선 정부의 정책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너지 관련 회사들이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화석연료 생산과 관련된 직원들과 협력 업체는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없다면 바람직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기업만의 노력으로 어려울 것이다. 적절한 사회 안전망과 경제 전반의 자원의 재배분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돼야만 중장기적인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을 위한 ESG 경영은 가능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큰 시련과 위기를 가져왔지만 이를 잘 극복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새해를 시작해본다.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ㆍ연세대 경영대 교수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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