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 '눈앞 순익' 대신 '고객 수익'..진심 통했다

박수호 2021. 1. 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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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생/ 서울 덕수상고/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 중앙대 경영학 석사/ 1980년 기업은행 입행/ 1986년 신한은행 입행/ 2008년 일본 오사카지점장/ 일본 SBJ 법인장/ 2017년 신한은행 부행장/ 2017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2019년 신한은행장(현)
‘예상된 수순’.

진옥동 신한은행장(60)의 최근 연임 성공을 두고 금융권에서 내린 평가다. 진 행장은 임기 2년을 확보, 2022년 말까지 신한은행을 이끌게 됐다. 신한금융지주 측은 “진옥동 행장이 코로나19 상황과 저금리, 저성장 등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우량자산 위주 성장 전략으로 그룹 전체 성과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며 연임 이유를 설명했다.

진 행장은 취임 초기부터 화제였다.

덕수상고 졸업 후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1986년 신한은행으로 이직한 후 행장까지 올랐다. 당연히 ‘상고 출신 샐러리맨 신화’ 스토리로 회자됐다. 18년간 일본 법인에서 근무한 국제통인 데다 신한금융지주 최대주주인 재일동포 주주와의 관계도 좋아 ‘될 사람이 됐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경영능력도 좋았다.

일본에서 10년간 이끌었던 SBJ은행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특히 2015년 법인장 선임 후 이듬해 실적은 2년 전 대비 3배 가까이 키워냈다. 2014년만 해도 SBJ은행 영업이익은 243억원이었는데 2016년에는 714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행장 취임 후 실적도 비슷한 그림을 그렸다.

그가 첫 행장이 된 2019년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3292억원으로 전년(2조2790억원) 대비 2.2% 늘었다. 2020년에도 실적은 선방했다. 혹자는 3분기 누적 순이익까지만 놓고 보면 전년(1조9763억원) 대비 10% 감소한 1조7650억원을 기록해 사세가 위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신한은행이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위험 대비를 위해 대손충당금을 3분기까지 5000억원 이상 쌓은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전년 대비 실질 실적이 괜찮은 수준이다.

업계를 선도하는 다양한 경영 행보로도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공고할 것처럼 보였던 인사평가 제도를 확 뜯어고친 게 첫손에 꼽힌다.

이전까지 신한은행은 실적 위주 인사고과 시스템을 활용했다. 이 때문에 각종 금융사고와 불완전판매 등의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진 행장은 취임 초기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원인에 주목했다. 그는 “고객과 고객 수익률을 중심에 두지 않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진단했다.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 ‘같이성장 평가제도’다. ‘고객 중심’ ‘현장 자율’ 영업을 통해 고객과 은행이 균형 있게 동반 성장하는 영업 문화를 구축하겠다는 게 골자다.

“평가 지표를 핵심 지표 위주로 단순화하면서 고객가치 성장 중심으로 개편하고 평가 방식에서도 상대평가를 폐지했습니다. 각자 임직원이 개별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률로 평가하게 하니까 결국 ‘자기와의 싸움’ 성격으로 바뀌었지요.”

진 행장 설명이다.

‘같이성장 최우수상’을 신설해 성과 외 역량, 리더십도 인사평가에 반영하게 하자 임직원 모두가 ‘CEO 마인드’를 갖출 수 있게 됐다.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문제가 되면서 소비자 보호가 이슈가 되자 선제적으로 소비자 보호 그룹을 신설한 것도 진 행장 작품이다.

더불어 시중은행 최초로 고객 보호를 위한 ‘투자 상품 판매 정지’ 제도를 내놓은 것도 눈길을 끈다.

전체 영업점을 대상으로 두 번에 걸친 미스터리 쇼핑을 통해 결과가 부진한 영업점은 펀드, 주가연계신탁(ELT) 등 투자 상품을 일정 기간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을 보호하는 동시에 임직원에게 투자 상품 판매 절차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이를 통해 고객 보호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성과 지표 만들기와 적용에 한없이 냉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진 행장은 사실 긍정과 포용, 권위주의를 탈피한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 있다.

행장 취임 때부터 수행비서를 두지 않는 소탈함으로 이름이 났다. 주말 등 비영업일에는 아예 수행기사도 두지 않는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흔히 행하던 딱딱한 방식의 ‘사령장 수여식’을 ‘신입직원 입행 기념식’으로 바꿔 신입직원 환영, 소통의 장으로 만들었다. 따뜻한 마음씨로도 유명하다. 관련 미담이 줄을 잇는다. 코로나19로 국제선 운항이 중단된 인도본부에 한국 식재료를 보내주는가 하면 해외에서 고생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전 직원에게 비타민 건강식품을 선물한 것도 화제가 됐다.

진 행장은 행장 취임 후 줄곧 디지털 전환과 AI(인공지능) 투자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최근 결실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중은행 최초 은행 대면 채널과 비대면 채널이 융합된 미래형 혁신 점포 ‘디지택트 브랜치’가 대표적이다. 화상 상담을 통해 실명 확인부터 업무 완결까지 은행직원과 직접 대면하는 효과를 냈고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도 받았다. ‘디지로그 브랜치’도 반응이 뜨겁다. 영업점 방문 없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거래하는 개념. 영업점에서 발생하는 단순 반복 업무를 디지털로 전환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는 평이다.

신한은행이 보유한 AI 관련 역량을 결집해 은행의 모든 업무를 AI 관점에서 재설계한다는 취지에서 AI CC 조직도 신설했다. AI CC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인공인간(Artificial Human)인 네온(NEON)을 개발, 대고객 컨시어지, 금융 상담 서비스, 콘텐츠 제작 등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음성봇 ‘쏠리’, 챗봇 ‘오로라’의 인공지능 상담 서비스도 AI 투자의 결실이다.

▶KB국민은행과 리딩뱅크 엎치락뒤치락

물론 숙제도 많다.

진 행장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사이 외형 면에서 ‘리딩 뱅크’ 자리를 두고 KB국민은행과 치열한 경쟁 관계로 내몰리게 됐다. 2020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KB국민은행에 약간 뒤지고 있는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금감원은 라임펀드 제재심을 새해로 미뤘다. 그 덕에 진 행장 연임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고객 불만을 잠재워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참고로 신한은행의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액은 2769억원에 달한다.

진 행장은 연임 성공 후 산적한 과제를 앞두고 연초 ‘복잡성 시대의 성장의 역설(안드레이 페루말 지음)’이라는 책을 읽으며 임기 2기 경영 전략을 다잡았다고 귀띔했다.

“불확실성의 시대, 즉 복잡성 시대에는 실패를 용인하면서도 재시도하는 속도경영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조직 내 복잡성을 회피해야 한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리더에게는 탐험가의 정신 자세가 필요한데 대담함, 단순화 원칙(선택과 집중), 속도경영, 실험 정신, 사업의 방향 전환 등이라는 부분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후 그는 올해 전략 목표로 ‘고객 중심! 미래 금융의 기준, 일류(一流)로의 도약’을 제시하면서 본업 경쟁력 강화,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했다. 배민 같은 배달앱, 넥슨 같은 게임사와 협업하는 혁신 사업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올해는 강한 의지, 인내, 근면이 특징인 신축(辛丑)년 흰 소의 해다. 진 행장도 1961년생 소띠다. 진 행장이 소띠 해에 자신의 경영 전략을 꽃피울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2호 (2021.01.13~2021.0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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