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대학가 '고시원' 안전한가요?..스프링클러 탐방기

조계원 2021. 1. 11. 07: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침대 하나와 책상 하나 들어서면 따로 가구 하나 넣기 힘든 좁은 공간과 환기조차 안 돼는 ‘고시원’은 현재 취업준비생이나 일용직 노동자 등 주거취약계층의 보금자리가 된지 오래다. 그러나 2018년 ‘국일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하면서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후 고시원 화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졌고 2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2021년 새해를 시작하는 첫 달, 대학가 고시원을 둘러보며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살펴봤다.

▲고시원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와 간이스프링클러 인증 표시 /사진=조계원 기자

◇‘스프링클러’ 이제는 설치돼 있을까

1월 첫째 주 주말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고시원이 모여 있는 신촌을 찾았다. 신촌의 경우 연세대, 이화여대 등 대학들이 주위에 산재해 있고, 교통이 편리해 수십 곳의 고시원이 밀집해 있다. 

고시원을 찾아 가장 비중 있게 살펴본 점은 스프링클러의 설치 유무였다. 국일고시원 화재로 7명이 사망할 당시 많은 인명 피해의 원인이 스프링클러 미설치에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스프링클러의 설치 유무를 중점적으로 둘러봤다.

스무 곳에 달하는 고시원을 둘러본 결과 대다수 고시원에서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스프링클러를 새로 설치한 고시원은 입구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인증’ 고시원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현장에서 문의한 결과 고시원주가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비의 3분의1만 부담하면 나머지 3분의2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 설치할 수 있었다는 답변이 나왔다. 간이 스프링클러는 소규모 건물 옥상에 스프링클러를 위한 물탱크가 없을 경우 상수도 등을 이용해 설치하는 스프링클러를 말한다.

여기에 화재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간이 난방기의 사용을 금지한 고시원도 있었으며, 곳곳에서 화재를 주의해야 한다는 당부를 찾아 볼 수 있었다.

▲신촌 일대에 몰려있는 고시원들, 아직까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곳도 있다.

◇여전히 남아있던 사각지대

주말 고시원을 둘러보면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고시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 안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고시원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던 것은 아니다.

둘러본 고시원 가운데 월 임대료가 20만원대 초반으로 가장 저렴했던 낡고 오래된 고시원에서는 스프링클러를 찾지 못 했다. 

해당 고시원 관계자는 “정부에서 스프링클러 설치를 지원해 주지만 한 개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500~1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경영이 어려운 고시원은 이를 부담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 계획은 지난해 수익을 통해 스프링클러 설치비를 마련하려는 것이었지만 코로나19가 닥치면서 공실률이 올라가 경영이 더욱 어려워 졌다”며 “지금은 스프링클러 설치가 막막해 정부의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고시원의 스프링클러 설치비율은 약 80% 수준이다. 20%는 아직까지 설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설치가 완료되지 않은 곳은 대부분 경영이 어려운 곳”이라며 “아직까지 스프링클러 설치가 모든 고시원을 대상으로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고시원주의 선택에 따라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고시원 스프링클러 설치를 2022년 6월까지 유예해준 현재 법령

◇스프링클러 왜 의무사항 아닌가

지난 2018년 국일고시원 사건 이후 모든 고시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우후죽순으로 발의됐다. 기존 법령에서는 2009년 7월 이후 영업에 들어간 고시원에 대해서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었다. 

정치권의 이러한 노력은 지난해 결말을 맺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 및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다중이용업소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10일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은 고시원과 산후조리원 등을 대상으로 영업 개시일이나 영업주 변경 사실과 관계없이 간이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스프링클러 설치가 완료되지 않은 것은 해당 법안에서 유예기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스프링클러의 설치 기간과 경영 부담 등을 고려해 2022년 6월까지만 의무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고시원은 유예기간이 남아있지만 조만간 어떠한 선택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시원의 좁은 출입구와 복도 

◇볼 수 없었던 완강기과 소화기, 좁은 계단

스프링클러가 대부분의 고시원에서 찾아 볼 수 있었던 것과 달리 비상탈출용 완강기는 있는 곳을 발견하지 못 했다. 완강기는 고층 건물에서 불이 났을 때 몸에 밧줄을 매고 탈출할 수 있는 비상용 기구를 말한다.

고시원이 대부분 임대료가 저렴한 3층 이상 고층부에 들어서 있어 안전사고 시 비상탈출을 위해 완강기의 필요성이 높지만 설치된 곳을 찾을 수는 없었다. 

고시원 관계자는 “의무 사항도 아닐뿐 더러 고시원의 경우 창문이 작아 설치해도 창문으로 탈출하기 어렵다”며 설치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여기에 스프링클러에 대한 믿음 때문인지 소화기를 한 쪽에 치워 놓거나 찾아보기 어려운 곳도 있었다. 아울러 스프링클러 노즐 부분이 듬성듬성하고, 복도에만 존재해 화재 초기에 진압이 가능한지 확신할 수 없는 곳도 나왔다.

특히 좁은 복도와 출입구 등 방 늘리기에 몰두한 나머지 발생한 고시원의 구조적 문제는 여전했다. 고시원 전체에 대한 리모델링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고시원이 구조적으로 화재에 취약한 것은 전면적인 리모델링 없이는 현재 해결이 어렵다”며 “노즐 부분은 현재 면적을 기준으로 설치기준이 마련돼 방과 통로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스프링클러 만으로 상당부분 화재가 진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태”러고 덧붙였다.

chokw@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