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노동당 8차 대회의 숨은 그림

2021. 1. 1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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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는 지난달 30일 대표증 수여식부터 시작해 결정문 작성까지 10여일간 진행되고 있다.

사업총화보고는 인민대중제일주의 실현, 국가방위력 강화, 경제발전 계획 추진, 대외 관계로 구성돼 있다.

첫째, 2016년 5월 7차 대회에서 결정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의 실패를 인정했다.

우리 측은 정확한 당대회 날짜도 알지 못했지만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의 형제당이 축전을 보냈는데, 이를 통해 이들 국가는 사전에 당대회 일정을 통보받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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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경상대 교수·사회교육과)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는 지난달 30일 대표증 수여식부터 시작해 결정문 작성까지 10여일간 진행되고 있다. 사업총화보고는 인민대중제일주의 실현, 국가방위력 강화, 경제발전 계획 추진, 대외 관계로 구성돼 있다. 당 규약, 조직과 명칭, 인적 개편 등 조직 문제에 대폭적 변화가 있지만 경제·대외·국방 정책 분야에서는 우리 학자 등의 전망의 틀 안에서 발표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의 북한은 예측가능한 체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몇 가지 숨은 그림과 우리의 과제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첫째, 2016년 5월 7차 대회에서 결정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의 실패를 인정했다. 1980년 6차 대회 이후 정책 실패를 인정할 수 없어 36년간 7차 대회를 개최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비된다. 실패를 인정하는 김 위원장의 솔직함에서 역설적으로 체제의 자신감이 보이기도 한다. 경공업과 곡물 생산을 어느 정도 달성했지만 중공업 분야가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중공업 분야는 자력갱생 전략으로 자체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런 모순을 어떻게 경제산업 정책에 반영하느냐가 경제 발전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판문점 회담 직전 병진노선에 대한 언급이 중단됐으나 이번 당대회에서 병진노선을 다시 공식화하고 있다.

둘째, 조선중앙방송은 주로 대회의장에서 수천명의 대표들이 수첩에 받아적는 모습만 방영하고 있다. ‘결정서초안작성위원회를 구성해 부문별 협의회에서 의결들을 종합한 다음 채택하겠다’는 내용이 우리 측 전문가 사이에 논쟁이 됐다. 고위층 사이에 쟁점별로 치열한 내부 토론이 진행되고 합의되지 못한 사안들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측은 정확한 당대회 날짜도 알지 못했지만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의 형제당이 축전을 보냈는데, 이를 통해 이들 국가는 사전에 당대회 일정을 통보받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이들 형제당은 대표단을 파견했을 것이다. 결정서에 담을 수 없는, 혹은 담지 못하는 핵심 내부 토론을 우리가 향후 어떻게 파악하느냐도 우리의 정보 능력을 가늠할 과제다.

셋째, 대외 관계는 비교적 간략하며 우리 측에 질문하는 형식으로 발표됐다. 대결의 악순환일지 평화로 나아갈지 중대기로에 서 있으니 우리 측에 선택을 하라며 질문 형식을 취하고 있다. 대미 관계에서 ‘강대강 선대선’으로 대응하겠다고 해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상당히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고 보여지는 대목이며, 긍정과 부정의 열린 결론을 동시에 내놓고 있는 것이다.

우리 측에 질문하는 방식의 북측 보고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우리 정부가 새롭고 창조적인 해법을 제안할 경우 남북-북·미 관계에 있어 대화를 통한 평화 달성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더불어 북·중-북·러 관계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데, 부정적으로는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 간 지정학적 대립을 이용하는 노선도 북측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최근 수년간 미·중·러의 전략경쟁 속에서 한반도 주변에 핵과 전략무기를 대규모로 배치하고 있는 현황이다.

넷째, 7000여명의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다. 열병식, 80일 전투, 건설돌격대의 홍수 피해 복구, 김일성광장의 신년 축하행사 등의 대규모 인적 접촉이 있는데, 관련 북측 보도 영상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보이고 있다. 코로나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지만 백신 접종이 이뤄져야 국경이 개방된다는 점에서 중국 러시아와의 백신 협력을 주시할 필요성이 있다.

박종철 (경상대 교수·사회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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