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잠·다탄두로 '핵악몽' 위협.."돈·기술 있을지 의문"
미국에 '강대강·선대선' 정책 발표
당 규약에 '국방력 강화' 첫 언급
"북·미 협상서 효과 여부는 회의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를 “강대강, 선대선” 원칙으로 상대하겠다며 핵잠수함부터 다탄두 핵미사일까지 대미·대남 핵 카드를 내밀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7일 진행된 노동당 8차 대회의 사업총화 보고에서 “핵 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며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말한 핵잠수함은 핵 추진이면서 핵 공격이 가능한 전략 핵잠수함(SSBN)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핵잠수함 도입을 공식화한 건 처음이다. 정부 소식통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핵잠수함을 건조하라’는 유훈을 남겼다는 첩보가 있다”고 귀띔했다.
핵잠이 전략핵의 끝판왕인 이유는 은밀성과 장기운항성 때문이다. 핵잠은 무제한 잠항이 가능해 적에게 발견될 확률이 낮고 장거리 항해가 가능해 북한이 태평양 한가운데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이 어느 정도로 핵 기술을 보유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 북한의 기술 수준으론 당장 핵잠은 무리”라며 “특히 잠수함에 들어갈 수 있는 소형 경수로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노무현 정부 때 핵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북한은 오랫동안 핵잠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관련 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또 “더 위력한 핵탄두와 탄두조종능력이 향상된 전지구권타격로케트(미사일) 개발을 결심했다”며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마감 단계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다탄두를 장착하는 수준까지 가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또 ‘핵무기의 전술무기화’ ‘첨단 핵전술무기’ ‘전술핵무기’를 거론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전술핵 탄두를 방사포나 장사정포로 쏠 능력을 갖춘다면 한국으로선 끔찍한 핵 악몽”이라고 우려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미국·러시아·중국은 전략핵→전술핵 수순을 밟아나갔다”며 “위력을 낮추고 탄두를 소형화하려면 핵실험을 거쳐야 하는데,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폐쇄됐기 때문에 단기간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 카드가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에서 얼마나 먹힐지 전망이 엇갈린다. 특히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이 많다. 이춘근 연구위원은 “북한이 계획으로만 잡힌 무기까지 총동원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력은 둘째치고 이를 다 개발하려면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 북한의 경제 사정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 규약 개정을 통해 ‘핵 무력’ 증강을 재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 등은 노동당 규약의 통일 관련 부분에 ‘강력한 국방력 건설’을 명기했다고 10일 보도했다. 북한이 당 규약에 ‘강력한 국방력 건설’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당 규약에 ‘국방력 건설’을 명시한 건 무력 증강이 북한의 향후 정책의 핵심 축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북한은 당 규약을 개정하며 비서국을 부활시켰다. 2016년 7차 당 대회에서 비서국을 폐지하고 정무국을 도입한 지 5년 만이다. 비서국은 당 중앙위 산하에 대남, 경제, 농업 등 분야별 실무를 담당하고 집행하는 조직이다. 당 정치국이 정책 전반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기구라면 비서국은 결정된 정책을 집행하고 실행하는 곳이다.
정용수·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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