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무게가 벅찬 20대, 눈물로 그 무게를 덜어낼 수 있다면
[신효원 기자]
스무 살.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나이. 당시를 회상하면 참 순진했다. 단지 앞자리가 2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친구들과 당당하게 술집에 갈 수 있었고,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많았다. 속박 당하고 있던 모든 것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
해방감은 잠깐이었다.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다 내 몫이었다. 어려운 취업, 마음대로 안 되는 인간관계, 해결되지 않는 가족사. 그때마다 '어른은 울면 안 된다'라는 강박이 지배했다. 그래서 계속 웃었다.
▲ ▲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울었다> 책표지. 투에고 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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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꿈'이란 무엇이기에 이토록 힘들게 만드는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승리했다는 환희를 맛보고 싶은 걸까. 되고픈 것을 이루었다는 성취감을 만끽하기 위한 걸까. 언제 이룰지도 모르는 기약 없는 꿈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너무도 처연하게 느껴졌다." - '이유 없이 슬픈 날' 중에서
과거 '작가'의 꿈을 위해 도서관 열람실을 찾은 저자가 한 생각이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당해 달려가고 있지만 쉽진 않고, 노력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던 현실. 이때 '나 정말 잘하고 있는 거 맞지?'라는 의문이 떠오르자 저자는 눈물을 흘렸다고 토로한다.
이 구절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20대의 모습이 그려졌다. 좁아진 취업 시장과 상향되는 스펙, '경력 있는 신입'을 원하는 기업. 말 그대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20대들. 매번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혼자 도태될 것 같은 초조함이 엄습한다. 긴 마라톤의 끝은 어디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저자와 같은 의문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비로소 방법이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렸다. '나'를 깎아내어 만든 관계는 나의 살을 계속해서 내어주어야만 유지할 수 있는 것임을, 관계에 '내'가 없으면 이 관계도 의미가 없는 것임을 말이다. 그것은 분명 언젠가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 '나를 잃어서는 안 돼' 중에서
인간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오면서 넓고 다양해지는 관계들. 그 속에선 대하기 어려운 상사도, 성향이 맞지 않는 친구도 있다. 혹은 누군가를 보며 열등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하지만 티를 낼 순 없다. 인연을 쉽게 끊을 수도 없다. 그렇게 참다 보니 상처받는 일도 부지기수. 그래도 웃고 넘어가야만 했다.
이에 저자도 상대방에게 맞추기만 했던 지난날을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이런 행위는 "스스로 광대를 자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하며 주체가 '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되짚는다.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삶을 사는 건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일이다. 어리석게도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핑계로 피하고만 있었다.
"만약 지금의 내가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의 나로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테다. 두 팔을 벌려 가슴으로 안아준들 도저히 위로가 되지 않는 순간들도 있으니까. 누구나 그런 아픔들을 안고 살아간다. 매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현실을 받아들인 뒤에야 다음을 살아갈 수 있다." - '눈물을 참는 법' 중에서
평소 눈물이 날 때 숨을 꾹 참으며 버텼다는 저자가 지병이 있는 어머니 때문에 운 적 있다며 한 말이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그 순간을 인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저자는 현실을 받아들였고, 울며 그 슬픔을 토해냈다.
나는 가족사로 현실을 도피하려 한 적 있다. 그 상황을 믿기 싫었다. 위로도 먹히지 않던 그때, 눈물까지 흘리면 지는 것 같아 꾹 참아냈던 과거. 어떻게 보면 객기였다. 저자처럼 눈물로 털어냈으면 조금 더 쉽게 일어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전반적으로 20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읽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슬픔, 우울함 등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 저자를 보며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막막한 상황을 웃음으로 무마하려 했던 날들. 이제 눈물 한 방울씩 흘리다 보면 '어른'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진심 어린 메시지들이 가슴에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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