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없는 집에 부부만.. 정말 힘들었습니다

김용만 2021. 1. 10. 19: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 부부갈등 대처법.. 다른 것을 인정하고 모르면 제발 물어보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용만 기자]

2021년이 밝았습니다. 올 새해는 이전처럼 설레지 않았습니다. '또 다시 2020년처럼 되면 어쩌지?'라는 불안함이 컸습니다.

2020년,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경남에 사는 저희 집 아이들은 작은 학교를 다니고 있어 4월 달부터 등교 수업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유치원과 학교에 간 후 아내와 저, 둘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싸움의 시작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싸움의 시작이었습니다.
ⓒ Pixabay
 
둘이 있는 시간은 드라마처럼 화목하진 않았습니다. 저도 나름의 일이 있고, 아내도 아내의 일이 있었기에 한 공간에 있지만 같이 하지는 못했습니다. 서로의 일을 존중하며 간섭하지 않고 서로 응원했습니다. 특별히 싸울 일이 없었습니다.

저는 이런 관계가 편했습니다. 하지만 아내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갈등이 많아졌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원인이 생각나지 않는 갈등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확실한 것은 코로나가 갈등의 주제였던 적은 없었습니다. 즉, 부부 갈등이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리고 불안했던 사회 분위기가 서로에게 불똥으로 튄 것 같습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싸움의 시작이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문제가 안 될 수 있는 일상생활이 모두 싸움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사소한 내용으로 싸움이 잦다 보니 우리는 지쳐 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끝낼 수는 없었습니다. 아내와 진지하게 이야기 나눴습니다. 해서 저희끼리 작은 약속을 했습니다.

"마음이 불편하면 쌓아 두지 말고 말하기, 말할 때 화내지 않기, 원하는 것이 있으면 구체적으로 말하기, 서로가 뭘 하는지 관심 가지기, 집안일은 의논해서 정하기."

싸울 때마다 약속이 하나씩 늘었고 저희 부부는 같이 노력했습니다. 당연히 처음부터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주제로 여러 번 싸웠습니다. 서로 자신의 입장만 이야기 했고, 상대에게 섭섭하다는 이야기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도, 아내도 힘들었습니다.

이럴 땐, 일부러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집 밖으로 나가 같이 걷기도 했고 때로는 차를 같이 마시기도 했습니다. 마음이 안정되면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돌아봤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 했습니다. 언성이 높아질 때도 있었고 상대가 너무 미울 때도 있었으나 서로 힘들다는 것을 전제하고 차분히 이야기했습니다. 어느 새 싸움의 빈도와 강도는 점차 낮아졌습니다.

15년이 걸린 말 한마디

사실 아침에도 아내님께 한 소리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전처럼 화가 나지 않습니다. 이젠 제가 상한 감정을 '어떻게 전달할까? 아내는 왜 화가 났을까? 어떻게 다시 이야기 꺼낼까?'를 생각합니다. 아내와 이야기 하면 풀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희 가족이 항상 행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화를 많이 하려 했고 서로 이해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계속되는 갈등 상황 속에서 이것 한 가지는 같이 공감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 오래 살았다고 서로를 아는 게 아니다. 부부라고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아니다. 모르면 묻자.'

코로나 시기, 많이 싸웠지만 아내의 속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해서 결혼했고 오래 같이 살았지만 여전히 저희는 서로를 잘 모릅니다. 서로를 안다고 생각했기에 내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가 더 섭섭했고 외로웠습니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니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랬구나. 당신은 그렇게 생각했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

이 한 마디를 하는 데 15년이 걸렸습니다. 저희 부부는 앞으로도 부부싸움은 계속 하겠지만 좀 더 능숙하게 싸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싸움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는 싸움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시대, 하루 세끼를 집에서 차려 먹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래도 밥 때가 되면 서로 묻는 이 한마디가 힘이 됩니다.

"오늘 저녁 뭐 먹을까?"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해결되는 일이 많습니다. 싸우지 않는 가족이 아니라 싸워가며 서로를 알아가는 가족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고 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추후 개인 블로그에 올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